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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한국일보



호기롭게 출발했던 박근혜 후보의 대통합행보. 허나, 전태일 열사의 벽까지 넘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전 행보에서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입장표명 없이 그럴 듯해 보이는 사진 몇 장만 다수의 매체를 통해 알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역시나 뜻대로 되지 안되는 게 세상 일인가 봅니다.

그런 가운데 불거져 나온 홍사덕 前의원의 유신미화 발언은 정치권은 물론이요,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박정희의 유신 독재라는 것이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 100억불 달성을 위한 조치였다지요? 예전의 '정치인 홍사덕'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변절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한데요, 이러한 홍사덕 前의원의 발언이 얼마나 황당한가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더랍니다.

먼저,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특별위원은 '중대한 실언'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안철수 징징'의 이준석 前비대위원 역시 '수출 같은 경제 어젠다로 유신을 옹호하는 것은 와닿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비판은 거세고 강했으며, 심지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논객들도 앞다퉈 비판대열에 합류하고 나섰습니다.


이미지 - 뉴시스


이러한 분위기에 박근혜 후보의 최대 지지자 모임인 '박사모'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박사모' 회장인 정광용 씨가 
'나는 홍사덕에 공감한다'는 제목의 글을 박사모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한마디로 홍사덕 前의원의 유신미화 발언이 정당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더랍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게시물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터이니 더 이상의 언급은 별도로 하지 않겠습니다.

박근혜 후보도 이에 대한 보고는 이미 받았을 테고,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리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MB와의 오찬회동을 가진 뒤 곧바로 민생탐방길에 오른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일체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기사 박근혜 후보에게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역사관 및 국가관과 이어져 있으니 뭐라 언급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몹시 불편하기만 했을 테지요.

박근혜 후보로서는 전태일재단과 박사모를 통해 극과 극의 경험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가운데는 홍사덕 前의원이 위치하고 있을 테고요 홍사덕 前의원의 과거가 전태일 열사 쪽에 자리를 잡았었다 한다면, 현재와 미래는 박사모 쪽과 같은 색깔의 멍석을 깔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미지 - 영남일보


안되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는 온갖 성의를 다 보였다는 착각도 했을 것입니다. 하여, 박근혜 후보는 이상일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밝혔던 바와 같이 자신의 대통합 행보를 방해하고 장막을 치는 세력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국민을 분열시켜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반드시 물리쳐야 하는......

그에 반해 박사모 정광용 씨는 박근혜 후보의 입맛에 꼭 맞는 말만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박사모 회원들이야말로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5.16을 구국의 혁명으로 보는 국민"에 속해 있을 테고요. 어쩌면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를 채택하여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지 싶습니다만.

어쨌든 박근혜 후보는 전태일재단과 쌍용자동차, 용산참사와 관련된 대통합 행보보다는 민생탐방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도움 안되는 계층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한표라도 가능성이 있는 쪽을 향해 미소를 날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허나,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임을 감안하자면, 그러한 박근혜 후보의 대권행보가 썩 좋은 선택이라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민생현안을 처리해 나갈 의지가 커질수록 어차피 극복해야 할 문제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