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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미디어오늘



'반값등록금', 등록금을 절반만 내면 된다는 뜻입니다. '본래 값의 절반'이 '반값'의 사전적 의미일지니 그리 생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마트에서도 '반값할인'이라 함은 1,000원짜리 물건을 500원에 판매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1.000원짜리 물건을 살 때 같은 값의 물건 하나를 더 준다고 해서 반값이라 하지 않습니다. '원 플러스 원(1+1)'일 뿐입니다. 만약 자동차에 주유를 할 때 기름값으로 지불한 금액 만큼 마일리지를 주거나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고 해서 주유비를 '반값'이라고 표현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면 '주유비 반값효과' 정도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반값등록금'과 관련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등록금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억지로라도 끼워 맞추려 한다면 '등록금 반값효과'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의 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 - 조선일보


즉, 소득분위와 성적에 따른 장학금 지급을 확대하고, 등록금 대출이자를 낮추거나 제로화 하겠다는 뜻입니다. 누군가는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과연 '반값등록금'이라 할 수 있는 걸까요?

극단적인 예를 둘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대학교의 학생 수가 같고, 등록금도 100만 원으로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먼저 A라는 대학교에서는 등록금을 50만 원만 받겠다고 합니다. 당연히 전체 학생이 내는 등록금의 총액도 다른 학교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B라는 대학교에서는 소득분위와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개중에는 전액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또 절반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장학금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학자금대출을 받을 때엔 이자를 확 깎아주거나 아예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계산해 보니 전체 학생이 내는 등록금의 규모가 다른 학교의 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결국 A대학교와 B대학교의 전체 등록금 규모는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 하겠습니다만, 내용 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씁니다. 즉, A학교의 등록금 정책이 '반값등록금'이라는 건 누가 보더라도 사실이겠지만, B대학교의 등록금 정책을 '반값등록금'이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니까요. 굳이 표현하고자 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등록금 반값효과' 정도나 될 수 있을까요?

새누리당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박근혜 후보의 등록금 정책을 '반값등록금'으로 둔갑시키려는 노력에 필사적일 수밖에요. 남의 것을 제 것으로 하는 차용 또는 카피만 해도 어려운 일일진대, 하물며 선점의 효과까지 누리려 하니 그 정도의 무리는 일도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출처 -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


당장 오늘만 해도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을 통해 '박근혜 후보의 반값등록금'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MB와의 오찬회동에서도 '반값등록금'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당부했다면서, 대선승복이나 행정수도 이전 등에서 보였던 박근혜 후보의 소신과 원칙을 부각시키면서......

허나, 정작 박근혜 후보는 자신의 등록금 정책을 두고 '반값등록금'이란 표현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습니다. 지난 달 23일에 있었던 전국 39개 대학 총학생회장과의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화끈한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축사를 하는 뒤편의 현수막에는 분명히 '반값등록금'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박근혜 후보의 입에서는 '반값등록금'이란 표현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요.


세계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노력의 완전한 결과가 나왔어야 하는데 아직 확실하게 못한 것은 유감이다
지금 계획에는 학자금 대출이자를 낮춰서 실질금리가 '제로 금리'가 되도록 하는 안을 갖고 있다
무조건 반값이 아니라 소득과 연계해 아주 어려운 저소득층은 무료로 하는 등의 여러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반값등록금은 당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반값등록금'이란 말로써 더 이상 젊은 학생들과 시민을 현혹시키거나 속이는 행위를 지금 당장 멈춰야 할 것입니다. 표만 얻으면 된다는 식의 정치놀음에 이용하기에는 '반값등록금'에 거는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반값등록금'이 아닌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등록금 정책에 걸맞는 용어를 잘 선택해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