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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홈페이지



스펙 없는 비주류 아웃사이더인 감독, 저예산 독립영화로 거대자본의 블록버스터를 희롱하는 감독, 정식 시나리오 없이 보름만에 영화 한 편을 뚝딱하고 만들어버리는 감독,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세계의 이름있는 배우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감독, 한국 영화계가 아닌 나라 밖 영화제와 세계관객들이 만들어 낸 감독, '이야기쇼 두드림'을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느낌으로 바꿔버린 감독......

그러한 김기덕 감독이 결국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영화제 최고의 상이라 할 수 있는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인지 영화계는 물론이요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축하메시지 보내기에 한창인데요, 그 중에서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전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축하메시지가 화제가 되고 있더랍니다. 어떤 내용이 오고 갔던 걸까요?

먼저 김기덕 감독은 이번 베니스영화제 참석을 위해 출국을 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사람을 말했는데 손석희 씨와 이창동 감독님을 거론했다. 손석희 교수님은 언론인으로 배우고 싶고 이창동 감독님은 감독으로서 배우고 싶다. 그 때 한 분 빼먹었는데 정치적으로 배움을 받는 분이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이다"라고요.

이와 함께 김기덕 감독은 우리 사회가 균형이 이뤄지고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거대한 수평사회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나친 수직경쟁 구조는 패배자가 생기고 기득권이 오해를 받게 되니 이 모든 것들이 수평사회로 펴져야 된다면서.

이에 
문재인 상임고문이 오늘 김기덕 감독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화답을 했던 것인데, 그에 대한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김기덕 감독님께

김기덕 감독님. 문재인입니다. 진심을 담아 축하드립니다.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셨다니 너무나 기쁘고 또 너무나 감격스러운 소식입니다. 베니스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그런 영화제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로는 우리 김감독님이 첫 황금사자상 수상이라지요. 한국 영화에 큰 기념비를 세워주셨습니다. 문화예술의 나라 대한민국에 큰 자부심을 심어주셨습니다. 우리 국민들과 함께 거듭 축하와 격려의 큰 박수를 보냅니다.

얼마 전 김감독님께서 베니스영화제로 떠나기 전에 하셨던 인터뷰 내용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김감독님께서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사람으로 언론인 손석희 씨와 이창동 감독님, 그리고 많은 것이 부족한 저를 언급하셨더군요. 김감독님의 덕담처럼 꼭 수평사회를 이루어내 우리 사회 곳곳이 균형이 이루어지고 변화가 이루어져,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이 살 맛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감독님과 저,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열어가길 희망합니다.

승자독식이라는 우리 사회의 횡포와 야만성 때문에 우리 보통사람들의 인간적 삶이 극도로 황폐화되고 허물어져가고 있습니다. 그 절망과 아픔을 드러내고 고발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반성과 성찰을 갖게 하는 자극제가 바로 김감독님의 영화예술이라면, 그 반성적 성찰을 끌어안고 대안을 마련하여 사회 곳곳의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과 실천이 바로 저의 정치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 훌륭하신 많은 예인들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그 마음들과 시선들을 꼭 제 가슴에 담아 상식이 통하고 정의와 공평함이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 사는 세상 꼭 만들겠다는 약속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리랑. 김감독님의 수상식 아리랑 답가를 들으며 마음이 참 뭉클했습니다. 모든 국민이 그랬을 것입니다. 예술가가 선물해준 마음의 정화, 카타르시스라고 하지요. 참 찡했습니다. 이제 백일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12월 19일, 저도 김감독님처럼 아리랑을 꼭 한번 불러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우리 국민들의 아팠던 마음을 노래로 씻어주고 어루만져주고 싶습니다. 그런 자리를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듯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유력한 야권 대선후보인 문재인 상임고문을 배움의 정치인으로 언급했으니 새누리당이나 청와대에서는 무척이나 속이 쓰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뭐든지 해봐서 아는데"의 MB 입장에서는 김기덕 감독이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자신이 언급되기를 무척이나 바랬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MB가 핏대를 올려가며 내세웠던 '학벌 철폐'와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는 '공정경쟁 국가건설'의 롤 모델로 김기덕 감독 만큼 적합한 인물은 찾기 힘들 테니까요.

대선을 앞둔 지금, 최대 경쟁관계에 있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축전 하나 보내지 않고 그냥 모른 척 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러니 조윤선 대변인의 이름으로나마 서면 브리핑을 낼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그에 대한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오늘 새벽 베니스로부터 낭보가 하나 날아왔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일찍이 한국영화는 그간 크고 작은 세계 영화제에서 여러 상을 받아 한국 영화의 수준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인정받아 왔지만 깐느, 베를린과 더불어 세계 3대 경쟁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뜻 깊다. 

이번 김기덕 감독의 수상은 세계에서 한자리순위에 이미 오른 한국 영화산업의 저력과 예술성이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개가(凱歌)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영화가 외국관객뿐만 아니라 국내의 관객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한국 영화계를 활성화하는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예술은 잘 소비되어야만 더 높은 경지로의 창작이 가능하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이미 잠재력과 끼와 창의성이야말로 우리의 내일을 견인할 힘임을 확신하고 이들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품은 이들이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한다. 영화인들의 손에서 빚어진 수작이 우리 국민 모두로 하여금 꿈꾸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하고 갈등의 간극을 메워 '100%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것이다. 


다분히 형식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서면 브리핑의 첫 문장을 김기덕 감독에 대한 축하 메시지로 시작하는 것이 그다지도 힘든 일이었을까요? 적어도 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축하 없는 정책 홍보만으로는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 아닐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