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인혁당, 이한구의 딴지드립, 절망하는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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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입장 발언 때문에 정치권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헌법도 국가도 안중에 없습니다. 오로지 아버지 박정희의 생각과 눈으로만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논리적으로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조건 자기중심적인 쪽으로 판결을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마치 무소불위의 제왕적 위치에 있기라도 하듯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말,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불의와 억압에 대항하는 투쟁의 현장에서 목청껏 내질렀던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는 말과도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하나, 그 말을 내뱉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뜨거워져야 할 가슴이 차갑게 식어버리고, 심지어 두려움과 무서움에 치까지 떨게 만든다는 절감하게 됩니다.

지난 1975년의 대법원 판결이 무효임을 밝히는 재심절차 2007년에 밟아 최종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면, 1975년의 판결은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두 개의 판결을 동등한 것으로 비교를 하는 박근혜 후보의 행동은 우리나라의 헌법질서와 사법체계를 본인에게 유리한 면으로 심하게 왜곡하는 것이니 절대로 옳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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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러한 박근혜 후보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도, '정치공세'라는 이름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습니다. 두 번의 법원 판결 중 어느 하나가 잘못된 것이라며, 그에 관해서는 역사와 국민의 평가에 따라야 한다는 박근혜 후보의 말은 그래서 치졸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경박한 정치'로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들었으니 참담할 수밖에요. 사안의 중대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는지 "다들 배부른가 보다"며 "딴지를 걸려는 것"으로 보고 있으니......

물론 박근혜 후보의 측근들에게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에서 정리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한 것이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판결은 시대에 따라 다를지 모르겠지만, 법원의 판결은 하나"라고 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미 판결이 난 사건이라도 재심절차에 의해 무효가 되거나 다른 쪽으로 판결이 나게 된다면 나중 판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축내면서 재심을 할 필요는 절대로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이번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입장 발표를 보는 국민들로서는 절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18대 대통령의 권좌에 가장 가까이 도달해 있는 인물이 바로 박근혜 후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