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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 캡쳐 이미지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특검법'을 수용하느냐, 거부권을 행사하느냐를 두고 그동안 고민해 오던 MB의 선택은 '수용'이었습니다.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통 큰 결단'으로 치켜세우는 모양입니다. 청와대는 위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결정된 '대승적 수용'임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스스로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 모양새입니다만,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여·야 모두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내곡동 특검법'이 무탈하게 목적지까지 순항할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선 뭐라 한마디로 단언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내곡동 특검법'을 두고 그동안 보여 온 청와대와 새누리당, MB와 박근혜 후보의 서로 다른 셈법이 흡사 '핑퐁게임'을 연상케 하니까요.

그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온 MB가 자신뿐만 아니라 아들 이시영 씨와 가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 '내곡동 특검법'을 수용했다는 건 나름대로 견적이 세워졌다는 뜻일 것입니다. 어쩌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묘책이 이미 강구되었거나, 특검 수사 자체를 무력화시킬 제동장치가 마련되었을 수도 있을 테고요.

그런 면에서는 새누리당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MB에게 '통큰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었을 겝니다. 무슨 말씀인고 하니, 처음부터 '내곡동 특검법'의 위헌 논란을 확산시킨 새누리당의 노림수에는 MB의 거부권 행사가 포함되어 있었을 거란 뜻입니다. '자!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특검법에는 위헌 요소가 있어. 그러니 대통령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야'라는 시그널을 끊임 없이 생성시켜 왔던 것입니다.

MB도 '거부권 행사'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곡동 특검법'이 조사대상으로 하는 2가지 내용이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입니다. 즉, MB가 대통령 퇴임 후 거처할 사저의 부지를 청와대와 아들 이시형 씨가 공동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시형 씨에게 거액의 이득이 생기도록 조치했다는 배임과, 사저 부지 매입 시 이시형 씨 명의를 빌렸다는 부동산실명법(명의신탁)에 그 혐의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내곡동 특검법'이 일사천리로 순탄하게 진행될 리는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초 즈음에는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시기적으로 대통령 선거일과 맞물려 있으니 당연히 '내곡동 특검법'에 임하는 여·야 모두의 비장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겠지요.

자! 그렇다면 '내곡동 특검법'에 임하는 새누리당과 MB의 모습에서 불탄은 왜 '핑퐁게임'을 연상하게 되었을까요?


이미지 - 이투데이


먼저 '내곡동 특검법'은 지난 6월 29일에 있었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원구성 합의안에 포함되었던 조건이었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와 함께 '대통령 내곡동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도 원구성을 위한 조건에 포함시켰던 것입니다. [ 관련 포스트 : 19대 국회 원구성에 합의한 여야의 불편한 진실 ]

허나, 여·야 모두는 나름대로의 셈법으로 19대 국회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내곡동 특검법' 또한 마찬가지로 이래저래 치이며 현안에서 밀려나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애당초 내곡동 특검을 제기한 쪽은 새누리당이었지만, 거기에는 고도의 정치적 셈법이 숨겨져 있었으니까요. 즉,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의 특검법을 통과시킴으로써 MB와의 선긋기, 정치쇄신 이미지의 제고를 도모하는 한편 청와대에는 '내곡동 특검법'에 내재된 위헌 요소를 들먹임으로써 MB로 하여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힌트와 명분을 제공했던 것이죠.

국회 법사위에서 '내곡동 특검법' 표결이 있었던 지난 3일, 이주영 의원과 정갑윤 의원 등 새누리당 법사위 소속 의원 2명은 왠일인지 자리에 나타나지 았습니다. 여·야 동수로 구성된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의원 2명이 불참한다는 것은 '내곡동 특검법'이 통과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니, 결국 '내곡동 특검법'의 통과보다 더 중요한 현안이 있어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던지, 아니면 특검법 통과를 위해 고도로 기획된 정치적 셈법이 아닐런지요. 더군다나 바로 전날에는 MB와 박근혜 후보의 오찬회동이 있었으니 참으로 묘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요.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할 뿐더러 회동 내용조차 일체 언론에 밝히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지난 18일, 청와대에서는 새누리당이 제기한 '내곡동 특검법'의 위헌 요소를 이유로 특검 심의를 보류했던 바가 있습니다. 곧바로 새누리당에서는 MB의 '통 큰 결단'으로 '내곡동 특검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고요. 잘 짜여진 한 편의 보여주기용 압박공세였지 싶더랍니다. MB가 '내곡동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새누리당으로서는 '할 만큼 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미지 - 미디어오늘


그런데 MB가 선택한 카드는 '내곡동 특검법'의 거부권이 아닌 수용이었으니 새누리당과 MB가 주고 받는 핑퐁게임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입니다. MB의 권력형 비리와는 차별화를 도모했던 새누리당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MB의 범법 혐의가 만천하에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면, 꺼져가던 야권의 '정권심판론'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거센 태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MB의 권력형 비리가 들춰지지 않도록 모든 사활을 걸어야 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입니다.

가뜩이나 요즘 들어 친박계에서 흘러나오는 탄식 소리는 절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일정 부분의 화살은 MB정부를 향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자는 친박계 의원의 공천헌금 비리를 고발한 선관위의 뒷 배경이 MB라고 합니다. 또한, 안철수 후보를 밀고 있는 보수진영 세력에도 MB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사력을 다해 'MB구하기'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니, 이 처절한 '핑퐁게임'에서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참으로 궁금할 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