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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경향신문 1999.05.26



지난해 8월 말, 청와대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교체하기 위해 연예계 쪽으로 구애의 손길을 내밀게 됩니다. 뮤지컬 '난타'의 제작자 송승환, 영화배우 안성기 등을 적임자로 낙점, 의사타진을 해보지만 거절당하게 되지요. "승질 뻗쳐서" 유인촌의 경우엔 부르기가 무섭게 쪼르르하고 달려 왔는데 뻐팅기는 이들을 보는 청와대로서는 괜히 뻘쭘해지지 않았을까 싶더랍니다.

역대 문화부(문화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연예계 출신 장관들이 몇 있었습니다. 영화감독 이창동과 서편제 배우 김명곤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냈으며, 앞서 언급했던 배우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역임한 바 있지요. 특이하게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서는 배우 손숙을 환경부장관으로 임명한 바도 있습니다. 비록 한달천하로 끝나기는 했습니다만.


이미지 - 한겨레


그러한 이력을 갖고 있는 배우 손숙에게 박근혜 캠프에서는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오늘, 배우 최불암·이순재와 함께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공약을 다듬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 배우 손숙이 합류한다는 발표를 했던 것이겠지요. 솔직히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 선수를 경북지역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 만큼이나 "뜨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아! 그런데 이건 뭔가요? 배우 손숙이 박근혜 후보의 '국민행복캠프'에 합류한다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전혀 사실 무근"임 강조하고 나섰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박근혜 후보 캠프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새누리당과는 정치적 성향도 다른데 내가 어떻게 박근혜 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죠?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 잠시 있었던 것을 평소에도 자랑스러워 했다는 배우 손숙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박명성 문화특보가 얼마 전 새누리당의 문화 정책을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조언은 해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전부

현재 여야 정치권의 문화정책을 보면 너무 열악하고 대선 공약도 취약해서 개인적으로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한 것

곧바로 새누리당에 연락해서 추진단 자문위원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미지 - 박근혜 캠프



어째 배우 손숙의 이렇듯 정중한 또는, 완곡한 거절의 표현 방법을 어디선가 본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얼마 전 화천 감성마을로 찾아 온 박근혜 후보에게 작가 이외수가 들려줬다는 '거절의 변'과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느낌입니다. [ 관련 포스트 : 박근혜가 내민 손, 손사래로 답하며 거절하는 사람들 ]

이렇듯 중앙선대위 인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박근혜 후보가 어느 순간 갑자기 '파워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벌써부터 '우려반 걱정반'입니다. 추석민심조차 기대 만큼 따라주지 못할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내년  추석에는 지금처럼 불안하거나 긴장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