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법 거부, MB 장단에 놀아나는 박근혜
불탄의 촛불누리/가짜보수 수꼴 : 2012. 10. 4. 01:53
반응형
이미지 - 경향신문
MB와 청와대의 '내곡동 사저 특검법' 거부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예견된 상황인지라 전혀 새롭다거나 놀라울 것은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만, 그래도 늘 '역시나'로 귀결되는 구태정치에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특별검사 2인에 대해 청와대는 "여야가 추천에 앞서 사전 협의키로 한 당초 합의대로 특검 추천 문제를 재논의해 달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이 반발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에 따로 언급할 필요까지는 없을 테지만, 이번 특검 거부에서 드러난 청와대(MB)와 새누리당(박근혜)의 암중 권력싸움은 너무도 치열해 잠시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내곡동 사저 특검법'에 숨겨진 MB와 박근혜 후보의 노림수는 과연 무엇일까요?
처음 내곡동 사저 특검법이 민주통합당의 박범계 의원을 포함한 11명에 의해 발의된 것은 지난 8월 30일이었습니다. 특검의 수사대상은 'MB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관련 배임 및 부동산 실권리자명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 사건'과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사건' 등이었고요.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모두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을 특검하겠다는 데 어떻게 국회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겠느냐,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現정부의 권력형 비리가 터져나올수록 부담밖에 더 되겠냐는 이유 때문이었지요.
박근혜의 선공
하지만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셈법은 달랐습니다. 집권여당이지만 現정부하에서는 야당으로 비치기를, MB정권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이미지를 갖고 싶었던 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19대 국회 개원을 놓고 벌인 민주통합당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새누리당이 꺼내 든 카드는 민주통합당이 발의한 '내곡동 사저 특검법'을 슬그머니 통과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청와대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지극히 타당하다는 힌트와 명분을 지속적으로 던져주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민주통합당이 특별검사 추천권을 갖는 것은 위헌"이라는 법의 해석을 근거로 말입니다.
결국 지난 9월 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곡동 사저 특검법은 재석의원 238명 중 찬성 146명, 반대 64명, 기권 28명으로 가결처리 되었으니, 이제 청와대 즉, MB의 결정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때, 새누리당은 한편으로는 내곡동 사저 특검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도 대통령에게는 내곡동 사저 특검법의 수용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MB의 반격
지난 9월 18일, 내곡동 사저 특검법의 수용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청와대는 일단 한 번 미루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심의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충분히 숙고한 뒤에 결정하겠다면서도 새누리당이 던져준 힌트를 써먹었지요. "민주통합당 특별검사 추천권이 위헌 소지가 있어 특검법이 수용될 경우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이미지 - 뉴데일리
하지만, 결국 청와대는 지난 9월 21일에 내곡동 사저 특검법을 전격적으로 수용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국민들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특검수사가 필요하다는 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요. 하지만 특검법안이 지금까지 만들어진 아홉 차례의 특검법과 달이 특검 추천권을 특정정당이 행사한다는 것은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과 함께, 여러 위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청와대가 수용했으니 만큼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특검 후보자로 추천해 줄 것을 민주통합당에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박근혜의 'MB구하기'
청와대의 이 같은 주장은 실상 민주통합당에게 하기 보다는 외려 새누리당 쪽에 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내곡동 사저 특검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일깨워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새누리당의 노림수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으니 박근혜 후보로서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지금 가장 바라고 있는 모습은 아마도 박근혜 후보의 대선가도에 영향을 미칠 만한 MB의 권력형 비리가 더이상 터져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現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었을 텐데, 지금의 새누리당은 너무도 위태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만일, MB의 권력형 비리가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특검에 의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경우, 꺼져가던 야권의 '정권심판론'은 다시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거센 태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MB의 권력형 비리가 들춰지지 않도록 내곡동 사저 특검법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입니다.
이미지 - 경기일보
가뜩이나 요즘 들어 친박계에서 흘러나오는 탄식 소리는 절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일정 부분의 화살은 MB정부를 향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자는 친박계 의원의 공천헌금 비리를 고발한 선관위의 뒷 배경이 MB라고 합니다. 아직 터뜨리지 않은 폭탄이 MB에게는 적어도 3개 정도는 더 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습니다. 또한, 안철수 후보를 밀고 있는 보수진영 세력 중에도 MB가 관여되어 있을 것이란 소문도 무성합니다.
게다가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박빙의 상황입니다. 이런 초박빙의 상태는 MB가 박근혜 후보를 컨트롤 하기에는 최적의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꿈을 꾸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가장 약한 부분을 손쉽게 건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관련 포스트 : 내곡동 특검법, MB와 박근혜의 핑퐁게임 최종 승자는 누구? ]
그러니 지금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사력을 다해 'MB구하기'에 뛰어들어야 할 판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이라도 하려는듯 새누리당은 신의진 원내대변인으로 하여금 서면 브리핑을 내도록 했습니다. "특별검사제도는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때 도입하는 제도인데, 여야 합의 정신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민주당의 내곡동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에 대한 청와대의 재추천 요구는 당연하다"는 내용으로.
어차피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이미 결론은 내려져 있었을 것입니다. 애초부터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특검을 새누리당에서 동의해 줄 리 만무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MB구하기가 대선까지 이어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안철수·문재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단일화까지 감안해서 어떤 방향으로든 크게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요, 또 박근혜 후보가 MB와의 선긋기를 확실히 해야만 하는 대형악재가 터질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지진 등과 같은 이상기후에는 쥐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듯 임기말 정부의 관료 및 공무원들도 차기 정부의 향배에 따라 그 움직임을 달리 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