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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내일신문



국민대통합과 정치쇄신, 박근혜 후보가 이번 18대 대선에서 선택한 양대 승리 키워드입니다. 허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 대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전태일 열사의 인권가치 앞에서 국민대통합의 무릎이 꿇렸고, 친박계와 박근혜 후보 본인의 허물에 정치쇄신의 추진력이 꺾였습니다.

결국 박근혜 후보가 선택한 카드는 군기반장 김무성의 영입, 그리고 그에 맞물린 보수본색의 강화였습니다. 연일 야권에 대한 종북몰이와 색깔론을 통한 선제공격에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구시대 인물을 전면에 포진시키면서도 미래비전을 제시해야만 하는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정수장학회 기자회견만 놓고 보더라도 앞으로의 박근혜 후보는 '100% 대한민국'을 실현하기보다는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지율 51%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생각입니다. 콘크리트 지지율 40%, 좌클릭 행보에 지지 유보로 돌아선 5~6%, 여기에 세대별·계층별에 맞춘 정책공약으로 5~6%의 중도층만 끌어들일 수 있다면 목표 득표율 51%를 달성할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인지도…

실제 박근혜 후보는 지난 10월12일에 있었던 중앙선대위 2차 인선에서 '100%대한민국대통합위'를 뉴라이트 인사들로 채웠던 바 있습니다. [ 관련 포스트 : 박근혜 선대위 2차 인선, 아무리 인물이 없다고 이렇게까지? ]

그리고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지난 10월24일에는 보수·뉴라이트 성향을 가진 '선진화시민행동(상임대표 서경석 목사)'이 개최한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에 참석한 사실도 있고요. 이 자리에서 박근혜 후보가 "수많은 우리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NLL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이냐는 정당한 질문에 무조건 비난만 하고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 책임을 졌던 사람들이 명확히 밝히면 될 것인데, 국민에게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있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박근혜 후보의 선거전략이 어느 만큼 주효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입니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캠프 쪽의 입장이야 대선에서의 경쟁관계에 있으니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새누리당 내부에서 감지되는 형편도 그리 좋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10월25일 SBS라디오에서 "6ㆍ25를 겪고 남북관계 긴장을 경험했던 사람은 상당히 우려를 표시하는 측면이 있지만 55세 이하의 국민은 그런 인식이 잘 없다. 자꾸 NLL이라고 하는 것을 쟁점화한다고 해서 특별히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천안함 폭발이 역풍으로 작용했던 사례를 언급하는 것도 빼먹지 않고 말이죠.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었던 인명진 목사는 10월12일 평화방송에서 "NLL을 대선정국과 선거와 관계해서 이용하려고 하면 더군다나 이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먼저는 이게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인데 아니라고 주장해도 큰 문제고, 아닌데 사실이라고 해도 큰 문제고, 그러니까 이건 차분하게 잘 객관적으로 잘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를 넘는, 여야의 정치쟁점이 돼서는 안 되는 그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 이준석 前비대위원은 10월24일 연합뉴스 TV에서 "NLL 공방 이라는건 우선 사실관계에 있어선 밝혀진게 많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새누리당의 의혹제기에 미지근한 입장을 보였던 바 있고, 또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특별위원도 10월16일 KBS에 출연해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밝혔던 바,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당내 인사도 꽤나 있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직까지 새누리당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초선의원들 중에서는 이와 같은 정치공방에 참여하기보다는 지역구 관리나 입법활동에 매진하는 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일 것 같고요.


이미지 - 10월25일 한겨레 그림판


또한, EBS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후보가 "역사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는 아주 멋진 말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참으로 자기 자신에게 처음으로 옳은 말을 한 것 같다"는 돌직구를 날린 것에 대해서도 한 번 곱씹어 봐야 하지 싶더랍니다.

어쨌든 박근혜 후보가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김무성을 임명한 이후부터 새누리당의 보수본색은 엄청나게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모습은 대선을 50여 일 남겨놓은 지금 시점에서 '지지율 51% 확보하기'로 확실히 돌아섰다는 뜻이 될 테고요. 게다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박정희 강탈 4대 재산'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을 예고하고 나섰으니 만큼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그 어느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박근혜 후보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껏 박근혜 후보의 뚝심있는 행동에 근거가 되어 주었던 45%의 고정 지지층이 어떤 면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왜냐 하면 득표율 51%라는 단순 셈법이 투표율을 비롯한 여러 가지 막바지 변수까지 모두를 충족하는 것은 절대로 아닐 터이니 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