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여성대통령,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불탄의 촛불누리/가짜보수 수꼴 : 2012. 11. 4. 17:40
반응형
극단 여의도 창단 기념공연 환생경제를 관람하며 폭소를 터뜨리고 있는 박근혜
박근혜 후보가 범야권의 단일화 이슈를 막는 비책으로 꺼내든 '여성 대통령론' 때문에 너무나 시끄러운 요즘입니다. 국가 지도자로 적합한 인물이라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가진 바 성별이 중요한 건 아닐 터이지만, 이성적인 접근을 차단한 채 감성적으로만 대응하는 새누리당의 행태는 그 도가 지나치다 못해 치졸하기까지 한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31일, 박근혜 캠프의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야말로 가장 큰 정치쇄신이라며 박근혜 후보를 한껏 찬양하고 나섰습니다. 물론 하늘이 내린 후보라는 발언도 이미 했던 바 있었고요. 원래 김무성 본부장은 지난 2002년 7월에는 여성 국무총리(장상 씨)를 극구 반대했던 인물이었는지라 그가 이번에 꺼내든 '여성 대통령론'은 한마디로 코메디를 연상시키기게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박근혜 후보 스스로가 '여성'을 들고 나왔습니다. 평생을 공주에서 퍼스트 레이디로, 그리고 집권여당의 2인자에서 대선후보의 삶을 살아왔던 그 박근혜 후보가 말입니다.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의 삶은 겪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 박정희에 의해 수많은 여성이 성노리개가 되었던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아왔던 정치인 박근혜 후보가 말입니다.
국민의 40%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로서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여성'을 들고 나와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뭔가 핀트를 잘못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혹시나 민주당이 준비하고 있을 '최태민'이란 검증 아이템을 미리부터 차단하려는 의도 때문에라도 영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대통령의 자격에 성별이 따로 언급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후보의 인물됨과 국가관, 의지와 실천력에 있는 것이지 여성 역할론이나 남성 우월론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모 교수의 생물학적 분류법으로 언급된 "생식기" 발언은 적절치 못한 언어를 선택했다는 것으로 지탄받을 일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을 여성의 기준에 끼워넣으려 했던 억지스러움을 비난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가 한 교수의 그와 같은 발언의 원인제공자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나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더욱 억지스럽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작금의 이와 같은 박근혜 캠프와 새누리당의 행태를 보면 지난 5월 초에 있었던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망언이 떠오를 지경이더랍니다.
이미지 - 뉴시스
전직 대통령부터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삶의 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피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택하고 있다. 이런 사회환경적 요인도 대단히 큰 문제다. 대책이 먹혀들어가지 않는다기보다는 이러한 사회환경과 문화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 5월2일, 우동기 교육감은 연이어 터진 학생자살로 지역사회ㆍ노동단체 등의 항의시위가 잇따르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했던 발언입니다. 대체 대구지역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과 노무현 대통령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물론 그 때문에 우동기 교육감은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었지만 말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여성 역할론과 여성 대통령론으로 여심을 공략하는 것은 그럴 듯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에게 덧칠되어 온 가해자 프레임을 자연스레 피해자 코스프레로 바꿔놓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저것 다 끌어다 억지로 야권 후보의 흠집내기에 끼워 맞추려는 구태스러움은 버려야 할 것입니다. 지금껏 지긋지긋하게 보아 온 '억지'와 '생떼쓰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여성강조'는 외려 '남성비하'라는 역차별로 비칠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