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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줬던 '아내의 유혹', 불탄이 직접 시청해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이나 아내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바로 예전에 읽었던 소설 '추억의 이름으로'가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소설 '추억의 이름으로'의 작가 유홍종은 '달빛소리'라는 시로 1974년 월간문학에 시 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는데 그 이후 현대문학에 소설부문의 추천을 받아 1984년 '불의 회상'으로 대한민국 문학상 소설 신인상을 수상한 바가 있습니다. '서울 무지개', '연인의 시간' 등 유홍종 작가가 쓴 작품을 불탄은 꽤나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포스터 - 추억의 이름으로

'추억의 이름으로'는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교 3학년에 복학하면서 읽게 된 책이었습니다. 아마도 1990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왜 불탄이 소설 '추억의 이름으로'와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닮은꼴이라고 하는지 그에 대한 비교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설 '추억의 이름으로'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에는 소포결혼이라는 새로운 귀족층 문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의 상류층 일부에서는 학업이나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자녀를 위해 적당한 혼처를 부모가 가지고 있는 재력과 권력, 그리고 자녀의 사진 한장만으로 결혼 대상자를 선정하여 자녀한테 보내는 것이지요. 물론 교포들 사이에서도 유학을 미끼로 성행하였던 것 같습니다. 1988년 3월에 출간된 이 소설은 화제와 이슈를 낳았고 이듬해 5월에는 영화배우 김지미의 지미필름과 감독 유영진이 영화로 만들어 나름대로 히트를 쳤던 것 같습니다. 27회 대종상에서 5개부문의 상을 휩쓸었으니까 말입니다.
 
'추억의 이름으로'와 '아내의 유혹'이 왜 닮아 보였을까. 그건 아마도 "주인공이 여자라는 것과 죽음을 당하기 직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는 것. 복수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 그 복수를 위해 성형수술을 하고 거듭태어난다는 것. 배경이 화장품업계라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추억의 이름으로'의 내용을 조금 더 깊이 살펴볼까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조교 김재이. 김재이에게는 프랑스 유학에 대한 꿈이 간절하지만 중학교 교감으로 있는 부모님의 가정형편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도 없는 친구 남희와 학교 앞 커피숍에서 만나는 자리에서 재이는 남희의 애인인 장비호를 소개받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 재이와 비호는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소설 - 추억의 이름으로

손옥임 회장. 미손화장품을 만드는 제일화학이라는 대기업의 총수. 손회장의 아들인 오강국은 벌써 몇년 째 해외지사장으로 파리에 머물면서 학업도 계속하고 있으며, 딸인 오유경은 손회장의 비서로 근무하면서 전문경영인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장비호는 손회장의 아들인 강국과 오랜 친구이자 좋은 라이벌이지요. 손회장은 그런 비호를 오랫동안 영업부서 말단사원으로 관찰해 오다가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에 확신을 얻게되자 일약 홍보부 차장으로 발탁하게 됩니다.
 
손회장이 아들 강국에게 좋은 배필을 만들어주고 싶어하자 비호는 일전에 보았던 재이를 추천하게 되고, 강국을 대신하여 쓴 청혼편지를 재이에게 보냄으로써 결국 재이에게서 학업과 결혼의 키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소포결혼을 허락받게 됩니다. 비행기표를 전달하러 간 비호는 마지막으로 보게 될 여인 재이에게 그동안 못했던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재이 역시 흐려진 판단력으로 인하여 술을 마신 탓에 두사람은 함께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됩니다.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 날아간 파리는 황홀하도록 아름다왔지만 현실은 재이에게 엄청난 굴욕과 충격, 시련을 안겨주게 됩니다. 꿈의 날개를 펼치게 도와줄 것이라 기대하였던 강국은 고교 3학년 시기에 유도 선수권대회를 앞둔 연습시합에서 척추와 머리를 크게 다친 후 독일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 파리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조그마한 우표가게로 소일을 하고 있는 폐인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을 손회장은 생활비를 보내줌으로써 목숨만 연장시키고 있었던 것이지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재이는 단 한번의 관계를 가진 비호의 아이까지 임신하게 됩니다. 아들의 남성 기능이 상실된 것을 알고 있는 손회장은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시골 바닷가 마을로 옮기도록 하였으나 광폭하게 변한 강국은 재이의 뱃속에 있는 아빠로 오인하게된 피에르라는 청년을 칼로 해하려 하다 다시 정신병원으로 격리수용됩니다. 손회장은 이제 재이의 존재조차 잊으려 입에 풀칠할 정도로만 보내주던 생활비 마저도 중단시켜 버립니다.
 
서론이 길어졌네요. 여기서부터 '추억의 이름으로'는 '아내의 유혹'과 많은 닮은 꼴을 가지게 됩니다.

드라마 - 아내의 유혹

사회복지시설을 어렵게 찾아가던 중 재이는 딸을 낳게 되고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어 귀국을 합니다. 재이는 모든 악연을 끊는 대가로 손회장에게 10억 원을 요구하게 되지만, 손회장은 회사의 자금담당 오른팔격인 윤이사를 통해 협상을 시도합니다. 현금 3억 원을 먼저 입금시킨 손회장은 곧바로 청부업자를 시켜 재이를 자동차 사고로 위장하여 죽이려고 합니다. 죽음의 순간, 협상을 진행하였던 윤이사가 재이의 위험을 감지하고 미행을 하게되고 사고현장에서 재이를 구해낸 뒤 은밀하게 파리로 피신시킵니다. 윤이사의 과거는 손회장 가문과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게 되지요. 파리에서 재이는 입금된 3억 원이라는 돈으로 다 타버린 얼굴을 성형수술의 최고 권위자에게 시술을 받아 크레타의 여인 욜가로 거듭나게 됩니다. 동양적 미모와 서양적 섹시미를 고루 갖춘 욜가는 프랑스의 대표 향수 브랜드의 모델로 명성을 날리게 됨으로써 전세계의 광고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됩니다.
 
사진작가 민로진을 통해 미손화장품의 모델로서 다시 한국을 찾은 욜가(재이)는 손회장에게 500만 달러의 광고모델료를 받아내는가 하면 윤이사로부터 빼돌린 회사기밀을 무기삼아 20억 원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제는 딸 유경과 결혼한 비호를 유혹하여 가정을 흔들어 놓기도 하며, 유경과 회사 내 최고기술책임자인 진박사와 외도를 하고 있는 밀회장소를 가르켜줌으로써 결국 유경을 죽음으로 이끌고 비호를 반병신으로 만들어놓기도 합니다. 손회장은 딸 유경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손녀 오로라와 함께 며칠을 보내게 됨에 따라 그토록 자신이 부정했던 핏줄의 인연을 억지로 부여잡게 됩니다. 몇 년 후 스무살의 나이로 제일화학의 신임사장으로 오로라가 취임하게 되지요.
 
왜... '아내의 유혹'이라는 드라마 얘기를 들을 때마다 '추억의 이름으로'가 떠올려졌는지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저 느낌만 그랬을 뿐 딱히 뭐라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작은 연결고리를 크게 보려하는 불탄의 미욱함 탓이겠지요. - By 불탄 090224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