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어쩌다 보니 어렸을 때의 꿈을 잊고 살아온 시간이 꽤나 많이 흘렀습니다.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척이나 난감했던 기억과 함께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남의 꿈을 자기가 알아서 뭐에다 써 먹으려고…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중년에 이르고 보니 그 어렵고도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졌던 그 사람의 그림자가 제게도 드리워져 있더랍니다.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똑같은 눈빛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걸 보면…


이미지 출처 - 에버영


그런데 어린 시절의 불탄이 가졌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또 동경했던 영웅이 누구였는지 지금은 당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맥가이버도 아닌, 람보도 아닌, 그렇다고 헐크나 조로도 아닌 그 어떤 존재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억지로라도 무언가를 끄집어내려 하는 모양새가 우스웠는지 그저 '피식~'하는 쓴웃음만 흘릴 수밖에요.

중년의 나이가 피해갈 수 없는 위축감이란 녀석이 현실 속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기도 하려니와 스스로 새가슴이 되어 환경의 지배에 체념하고 있으니 누구를 탓할까마는.


이미지 출처 - 스포츠경향


그럼에도 영웅의 모습을 애써 그려 보자면 매일같이 나타나고 또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부활하는 길거리 좌판에 널부러진 낡은 책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가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읽었을… 또 다른 누군가는 책상에서 엎드려 잘 때 유용하게 깔개로 사용했을… 어쩌면 청춘의 연애편지 속으로 빨려들어가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설렘으로 살아있을…

그렇게 중년의 불탄에게 있어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영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낡아빠진 책들 뿐이지 싶더랍니다. - By 불탄 100525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