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감동, 세븐 파운즈로 완성되다

영화 '세븐파운즈'와 '행복을 찾아서'의 윌 스미스는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로 영화를 이끌지만 묘한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딱히 무어라 집어낼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고뇌하는 주인공의 뭔가를 이루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행복을 찾아서'의 윌 스미스가 '희망'과 '꿈'을 이루기 위해 아들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하는 모습이라고 한다면 '세븐 파운즈'의 그는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은 7명의 희생자들에게 무한책임과 용서를 구하는 방법으로 이 세상을 밝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7명에게 새로운 세상을 전달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세븐 파운즈'를 보게 되면 누구나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중반부까지 어떤 과거의 기억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꿈 속의 상황으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사이코 영화도 아닌데 팀 토마스(윌 스미스)는 자신의 집을 처분하고 호텔을 보름동안 빌리기도 하고, 피를 빨아먹는 가장 치명적인 해파리를 수족관에 기르려고도 합니다. 콜센터의 시각장애 직원에게는 괜한 트집을 잡으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일곱 명의 이름을 부르며 전화기를 집어던져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친한 변호사 친구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어떤 나쁜 짓을 공모하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합니다.

 

 

영화가 다 끝나갈 즈음, 그 모든 화면들은 퍼즐과도 같이 조각조각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친놈처럼 소리친 일곱 명의 이름은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입니다. 팀 토마스는 유능한 우주항공 엔지니어로 해변가 저택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살면서 행복한 날들을 보내던 중 어이없게도 운전 중에 문자질을 하다가 사고를 냅니다. 아내를 포함한 7명이 사망한 이 교통사고 이후 팀 토마스는 자신의 형제인 '벤 토마스'의 신분으로 위장을 하고 자신 때문에 희생당한 7명에 대한 속죄를 하기 위해 변호사 친구가 일러준 대상자와 벤 토마스의 신분증을 이용한 국세청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통해 속죄 대상자 7명을 최종적으로 선별하게 됩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팀이 전화로 화를 돋구었던 콜센터의 시각장애 직원이었는데, 그는 콜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피아노를 치면서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팀이 그 시각장애 직원에게 소리소리 지르면서 화를 내게 만든 것도 그 사람의 성격과 인품을 알아내기 위한 '쌩쑈'였고, 호텔에 수족관을 들여와 해파리를 키우는 것은 자살을 하기 위한 도구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팀은 7명의 대상자들을 한 명씩 찾아가 자신의 집을 주기도 하고, 재산을 관리하도록 하기도 하며, 자신의 장기를 주기도 합니다. 팀은 이 과정을 아주 담담하게 진행시켜 나가려 하였지만 대상자 중의 한 명이었던 에밀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흔들림을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자신이 새로운 세상을 주기로 했던 6명과 사랑하는 에밀리의 새로운 삶을 위해 자신이 세웠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지금이 바로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시간이라며 변호사 친구에게 전화 거는 팀의 모습에서 많은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야 속죄를 할 수 있다는 안도감, 이젠 모든 것이 끝났다는 허탈감, 에밀리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지만 지금이 아니면 에밀리가 생명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

 

변호사 친구는 팀이 개별적으로 남긴 편지를 7명 모두에게 전해줍니다. 폐가 필요했던 친형제 벤에게, 동거남의 폭력에 시달리던 두 아이의 엄마에게, 그 두 아이의 엄마를 소개시켜 준 중년의 여성 할리에게, 골수이식을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소년에게, 두 아이의 장학금을 대면서 투병을 하고 있는 아이스하키 코치에게. 시각장애 콜센터 직원에게, 그리고 에밀리.

팀이 남긴 편지를 통해 모든 내용을 알게된 에밀리는 팀의 안구기증을 통하여 시각장애에서 벗어난 콜센터 직원을 찾아가 서로의 존재를 느낌으로 알게 되면서 눈물과 함께 포옹을 합니다. 그 두 사람은 팀의 눈을 통해, 팀의 심장을 통해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으며, 서로의 뜨거운 혈맥소리를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본 관객 중에는 '우주항공 엔지니어의 직분을 다하면서 속죄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많았을 텐데 왜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였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종교의 성격이나 지역적인 문화를 기준으로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팀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살을 택한 것이므로 온전히 그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으로서 인정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영화는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2시간 동안 내가 그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주인공의 삶을 살아보면서 공감을 하고, 느끼는 것이라 믿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행복을 찾아서'에서 느꼈던 감동이 여기 '세븐 파운즈'에서 완성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1파운드의 의미를 7명으로 확대시킨 형상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했던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누군가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억지로 눈물을 참고 지내신 분이 계시다면 '세븐 파운즈'를 보며 실컷 울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랍니다. - By 불탄 0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