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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랑하는 둘째 딸에게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단다. 잘 읽어보고 아빠의 당부를 꼭 들어주길 바란다.

예진아!

요즘 가만히 보면, 우리 예진이가 부쩍 몸은 커가는데 행동은 점점 아기가 되어가더구나. 그렇게 명랑하던 예진이가 "그냥 막 눈물이 나요"라며 아무 때나 눈물을 보이는 울보가 되는 것도 모자라 식사를 할 때는 자꾸 먹여달라고 하고, 예린언니한테는 심하게 대해 울리기도 하고 말이다. 언니가 청소할 땐 도와주기는 커녕 외려 옆에서 어지르기만 하고, 잠을 잘 때에도 이제까지와는 달리 엄마한테 재워달라 보채기만 하니….

여느 집처럼 우리 예진이도 아빠와 엄마가 막내라고 귀여워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동생이라고 더 많이 이해해줘서 그런 것인지 당췌 알 수 없는 노릇이구나. 어쩌면 예진이한테만 관심을 가져달라며 언니한테 시샘을 부리는 것일지도…. 지금도 이렇게 힘들게 하면 앞으로 예진이를 어떻게 다독여야 할지 아빠는 벌써부터 겁이 나는군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빠는 말이다.

우리
예진이는 유치원이나 미술학원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날이면 저녁을 먹자마자 잠자는 경우가 많지? 그와 같이 아빠랑 엄마도 가끔은 쉬고 싶을 때가 있단다. 그런 날은 아빠랑 엄마가 먼저 피곤하다고 말해 줄테니까 일찍 쉬기로 하자.

그리고 아빠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예진이가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면 아빠는 우리 예진이가 그렇게 대견스럽고,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는 거란다. 예진이도 이미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책을 읽어 알고 있는 것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스스로 양치하고, 세수하고, 엄마가 꺼내 놓은 속옷과 바지도 혼자 입어야 하는 거야. 늘 아침 출근시간에 쫓겨 정신이 없는 엄마한테 이 닦아달라, 양말 신겨달라, 크림 발라달라면서도 정작 예진이는 딴짓만 하고 있으니 그럴 때마다 아빠는 전혀 예뻐보이지 않는단다.

더군다나 엄마 입에서 큰소리가 나기라도 할라치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부터 기분을 잡치게 되는데, "아침부터 큰소리 나는 집안, 잘 되는 꼴 못 본다"는 말에 꼭 들어맞는 것 아니겠니?

밥 먹을 때도 꼭꼭 씹어 천천히 맛있게 먹어야지 밥상에 앉아 언니랑 장난만 치려 하면 안되는 거란다. 유치원이 끝나고 미술학원에 들렀다가 집에 왔을 때도 외출복은 벗어서 한쪽에 치워놓고 손부터 닦아야 엄마가 간식을 주거나 조금 빠른 저녁식사를 할 수 있잖니? 그러니 얼른 씻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책을 읽거나 놀이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참, 놀이를 할 때는 언니랑 함께 놀아야지, 언니 것은 다 빼고 예진이 것은 하나도 양보 안하면 언니는 얼마나 슬프겠니? 그리고 저녁 9시가 되면 아침에 일어나기위해서, 그리고 어린이 성장 건강을 위해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단다.

이런,
아빠가 너무 많은 부탁을 하고 말았구나. 언니한테는 아빠가 따로 말할테니 아빠가 부탁한 얘기, 사랑하는 예진이가 꼭 귀담아 들어줬으면 좋겠단다.

우리 예쁜 딸, 예진아! 약속하는 거지? 자, 약속하고, 도장찍고, 복사하고...


- 090123 아빠가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