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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작가 권민이 쓴 소설 '마음 사냥꾼'이 떠오릅니다. 그 어떤 부담도 없이 가볍게 읽을 만하단 생각에 쉬이 뽑아들었던 책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솔직히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저 가물거리기만 한다는 건 적어도 불탄에게는 그 어떤 임팩트도 심어주지 못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애써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마케팅과 멜로, 그리고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어지럽게 비벼진 킬링타임용 소설이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 아련히 남아있는 대목은 '마음 사냥꾼' 1권에서 주인공 김정환의 프로젝트에 중간 투입된 민은영이 그동안 키워 온 주인공 주인공 김정환에 대한 사랑을 접는 듯한 뉘앙스의 쪽지를 남기는 장면입니다.

민은영은 차마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김정환에게 직접 전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차용한 것이 바로 '오마르 워싱턴'의 '나는 배웠다"라는 글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만한 글이지만, 오늘 불탄은 소설 속 민은영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또 차분히 헤아리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 옮겨 볼 요량입니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이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배웠다.

인생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문제임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 자신을 비교하기보다는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또 나는 배웠다.
인생은 무슨 사건이 일어났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 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것을.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우는 자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영웅임을 나는 배웠다.

사랑을 가슴속에 넘치게 담고 있으면서도
이를 나타낼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우리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진정한 우정은 끊임없이 두터워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사랑도 이와 같다는 것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서
나의 모든 것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나는 배웠다.

또 나는 배웠다.
아무리 좋은 친구라고 해도 때때로 그들이 나를 아프게 하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내가 나 자신을 때로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대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책임인 것을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우리 둘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가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그리고 우리 둘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나는 배웠다.

밖으로 드러나는 행위보다 인간 자신이 먼저임을 나는 배웠다.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또 나는 배웠다.
앞과 뒤를 계산하지 않고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 앞선다는 것을.

내가 알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에 의하여
내 인생의 진로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이제는 더 이상 친구를 도울 힘이 없다고 생각할 때에도
친구가 울면서 매달릴 때에는
여전히 그를 도울 힘이 남아 있음을 나는 배웠다.

글을 쓰는 일이 대화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의 아픔을 덜어 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내가 너무나 아끼는 사람들이 너무나 빨리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 나는 배웠다.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과
나의 믿는 바를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한다는 것.
그러나 이 두 가지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의 그 모두를.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