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코스피 1146.95, 어제보다 15.16 포인트가 빠졌습니다. 연일 악재만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전망도 애초에 발표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경제성장율을 지표로 내놓았습니다. 주식을 하는 개미들은 속이 타들어가다 못해 이미 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간간히 나오는 말은 지금 한국기업들에 대한 주가가 너무 저평가되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가지고 있는 것 전부 던져버리고 등산이나 낚시를 하면서 건강이나 챙겨야 하는 것인지….

그런데 시장에 작전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이번 기회만 잘 잡으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암암리에 냄새는 나는데 개미 입장에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소개 받은 브로커를 아가씨 있는 술집으로 꾀어내 술 한 잔 오지게 대접했더니 D-Day가 2월 12일이라고만 합니다. 확실히 잡히면 나중에 다시 통보를 해준다네요.




영화 '작전'의 대박상황이 내게 일어난다면? 글쎄요.

영화의 제목처럼 주식에서의 '작전'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의로 주가를 조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살 때와 팔 때의 주가차익이 될 수도 있고, 대형투자를 얻어내기 위한 미끼일 수도 있고, 특정 회사를 무너뜨리는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불탄은 주식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가조작 파문으로 경제면을 뒤덮는 기사를 보거나 뉴스를 통해서만 간간히 들어봤을 뿐입니다. 가끔 우회상장의 수단이나 세금회피용 재산상속 수법으로 '작전'을 벌이기도 하는 모양인데 그 교묘한 수법에는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이지요.

영화 '작전'은 이해관계가 물려있는 세력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신용불량자 신세에서 주식 단타매매의 고수가 된 '현수'(박용하), 전직 폭력조직 보스로 작전 세력을 이끄는 '종구'(박희순), 비자금을 관리하며 큰손으로 통하는 '서연'(김민정), 몰락한 재벌2세 '박사장'(조덕현), 증권 브로커 '민형'(김무열) 등의 인물을 통해 추악한 인간의 내면과 금력에의 굴종을 잘 묘사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남한테 지는 걸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독종 강현수, 멋진 한방인생을 꿈꾸며 주식에 손을 댔지만 대다수의 인생들이 그러하듯이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허나, 치열한 주식전쟁터에서 굴러먹던 가닥이 있어 프로 개미로 성장해 갑니다. 어느 날, 현수는 일거에 수천만 원의 수익을 남기게 되는데, 그 주식이 바로 조폭출신 황종구가 작업하고 있던 일명 '작전주'였습니다. 황종구는 자신의 작업을 망쳐 놓은 현수를 엄청난 규모의 헤비급 작전에 다시 끌여들이게 됩니다.




현수는 독학파 개미의 신분. 허나 그 엄청난 규모의 작전에 가담한 멤버들은 소위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선택받은 거물급 프로들입니다. 그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오랜 조폭 생활을 청산하고 DGS홀딩스를 차려 주식작전 세계에 뛰어든 황종구를 비롯해 탈세를 원하는 졸부, 비자금을 축적한 정치인 등 상류층의 자산관리를 해주는 유서연(김민정), 서진에셋에서 높은 실적으로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는 작전계 특급 에이스 조민형(김무열), 그리고 작전의 시발점인 대산토건의 대주주 박창주에 이르기까지 최고가 아닌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던 것입니다.

이들이 선택한 작전주는 대산토건이라는 부실한 건설회사. 유서연의 고객 중 엄청난 현금동원능력을 가진 '마산창투'라는 쩐주의 돈으로 대산토건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고, 언론 스타 김승범이 여론을 형성해 갑니다. 또한, 브라이언 최를 통해 외국 자본까지 끌어들이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판은 커져만 갑니다. 여기에 한방대역전을 노리는 개미들까지 엄청나게 가세하는 건 당연한 일일 테고요.

영화는 영화로 끝나야 되고, 영화의 시나리오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활동으로 어깨가 무거운 입장이다 보니 입맛 당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솔직히 흥미와 공감도 많이 생깁니다. 대사에서 진득히 배어나오는 신기루 같은 실패담이 달콤하게만 느껴집니다. 독학으로 주식을 배워 단타위주의 프로 개미로 성장한 현수의 캐릭터와 인터넷 등을 통해 경제에 관심을 가진 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미네르바가 살짝 오버랩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인생에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불탄이 기회를 만들어가는 현수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던 건 아직까지는 내 삶을 그냥 던져버릴 수 없기에, 아니 그럴 자신감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이 영화는
한방인생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될 소지가 다분한 범죄영화이자 모방범죄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하여 청소년은 볼 수 없는 등급판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허나 영화를 보는 내내 아무리 잔인한 폭력장면이나 음란서생에서 보여준 김민정의 베드신 같은 19금 장면을 찾아내려 해도 찾을 수 없겠더랍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 건 아닐까요?

어쨌든 이 영화는 "뭐 하나 건져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을 2시간 동안 엿본다는 기분을 가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적당한 양의 긴장감을 새로이 새기거나 혹시라고 잊었던 다짐을 다시 살리거나 하면서…. - By 불탄 090202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