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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C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가슴을 뜨겁게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상황인 즉슨, 가난한 병자의 구휼을 목적으로 하는 조선의 혜민서(=혜민국)에서 의술을 펼치고 있던 허준이 국법으로 금하고 있는 민간의료행위를 하게 됩니다. 혜민서를 찾은 가난한 백성이 몇날 며칠을 기다려도 진료를 받지 못하자 퇴궐하는 허준의 뒤를 밟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허준을 향해 제발 살려만 달라고 간청을 하게 되지요. 스승 유지태가 바라는 '심의(心醫)',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그 심의의 길을 허준은 국법의 지엄함보다 높게 두었습니다. 그러니 병자들에게 침을 놓을 수 있었고, 처방전을 써줄 수 있었겠지요.

결국 허준은 그를 음해하려는 무리들에 의해 죽음까지 감수해야만 하는 형벌을 받게 되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출세의 길을 달리기 보다는 참된 의원의 길을 가겠다는 그의 숭고한 마음에 절로 존경의 염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드라마가 보여주는 허구의 세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정원발 국기문란사태로 인해 연일 촛불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6월 25일로서 벌써 5일째를 맞게 되는 것이지요.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요구는 단순명쾌합니다. 지난 18대 대선기간 중 국정원이 저질렀던 정치개입 및 선거개입에 대해 엄중한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발췌본을 공개한 패악은 '보너스 빅엿'이라 해야겠지요 .


이미지 출처 - 경향신문


전국의 대학교, 종교단체,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내며, 집단행동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의 파이낸스센터 앞은 연일 국정원을 규탄하는 시민과 단체로 가득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다',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원세훈 구속수사'가 적힌 피켓이 넘실대고 있으며, 음악에 맞춰 함께 하는 대학생들의 율동에 시민들의 어깨도 함께 들썩입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습니다. 뭐든지 적당히 하는 선에서 끝내야 합니다. 국정원이 공개하고, 새누리가 왜곡했던, 그리고 자칭 메이저언론이자 타칭 찌라시쓰레기뭉치들이 짜깁기 했던 노무현의 NLL은 정당했습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영토포기 발언은 없었습니다. 아니, NLL의 좁은 해역에서 벗어나 서해안을 아우르는 미래지향적인 한반도 청사진을 선보였던 것입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캐치한 새누리에서는 국정원 국정조사에 부랴부랴 합의했습니다. 물론, 다음 달까지 시간이 있으니 어떤 깽판을 다시 치고 나올지 모를 일입니다만.

지금 국정원을 규탄하며 거리에 나선 시민과 단체들은 그래서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25개 기독교 단체가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촉구했던 '박근혜 사과와 원세훈 구속'은 기필코 얻어내야 합니다. 18대 대선이 국정원과 경찰의 공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선거였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만 합니다. 국정원 선거개입이 검찰의 수사 결과 사실로 밝혀졌으니 만큼 더 이상 국정을 어지럽히게 방치해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범죄 피의자가 지금도 공공연히 명예를 운운하며 우리나라 국회를 조롱하고 국민을 혹세무민하고 있다는 것도 끔찍한 일인데, 메이저 찌라시를 동원해 언론까지 장악하고 있으니 이보다 참담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은 누가 뭐라 해도 민주공화국입니다. 이 땅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국민이 '을'이 아닌 진정한 '주인'이 되는 나라, 지금 우리가 촛불을 드는 이유일 것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