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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 정부는 세수 부진과 복지 재원이란 이유를 들며 비과세 상품을 대폭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고액자산가들을 타겟으로 삼은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30~40대의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왜 그랬던 걸까요?


월납 보험상품이미지 - 한국경제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정부가 비과세 폐지 대상으로 거론한 장기저축보험은 금리가 바닥인 상황에서 그나마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잖아도 불만스럽기만 한 금리에 이자소득세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속내가 장기저축보험 가입으로 나타난 것인데, 정부가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 하니 세테크 수단으로 가입을 미뤄 온 이들로서는 실망감 때문에라도 그리 날뛸 수밖에요.

그런데 부유층의 자금흐름을 탐지해내는 안테나는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적립형 연금보험이나 양로보험으로 부유층의 자금이 몰리고 있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것도 일시납이나 연납이 아닌 다달이 납입하는 월납 방식으로요.

부유층들이 그리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명쾌 합니다. 즉, 적립형 연금보험과 양로보험은 몇 개 남지 않는 비과세 상품이기도 하려니와, 월납으로 5년 이상 납입하고 10년 이상만 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면 
15.4%에 해당하는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죠.

적립형 연금보험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더불어 사적연금을 지배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험상품이므로 따로 추가 설명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여기에서 양로보험이라고 하는 보험상품은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저축 기능에 사망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기능을 합쳐놓은 것을 말합니다. 지금껏 주로 방카슈랑스 상품으로 인기를 얻어 온 상품인데, 좀 더 자세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양로보험은 사망과 은퇴 이후의 노후생활을 대비하기 위한 상품입니다. 즉, 노후 생활과 사망 위험 모두를 보장하는 상품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사망에 대한 보장 성격이 조금이나마 더 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여, 대부분의 양로보험 가입자들은 조기
사망에 대비해 주계약인 사망보험금을 높게 책정하는 게 일반적인 가입 방법이기 때문에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의 일부가 사망 보장을 위한 위험보험료로 쓰이는 건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결국 양로보험은 연금 수령액에 있어서는 순수 연금보험보다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가입 당시의 경험생명표(평균수명)를 적용하는 연금보험과는 달리 양로보험은 연금 개시 시점에 이르러 연금전환특약을 사용하는 것이니 연금전환 시점에서의 경험생명표를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그러니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보험회사에서는 연금 수령액을 적게 책정하게 될 테지요.

그런데도 부유층의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지금의 부유층에게는 사망에 대한 위험 보장보다는 비과세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망 보험금을 크게 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아울러 월납액의 한도가 없는 만큼 최대한 월납 보험료를 높게 가져가려 할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험료는 최소로, 보장은 최대로 하고 싶은 것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지요. 즉, 위험보험료로 상실되는 금액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세테크 운용 수단으로 양로보험을 사용하겠다는 뜻일 겝니다.

그런데……

저축보험에 손을 댄 정부가 언제 다시 적립형 연금보험이나 양로보험에 그 칼자루를 옮겨 댈지는 아무로 모르는 상황입니다. 물론, 현 정부와 세재당국의 몇몇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만…….

어쨌든 보험회사에서도 그나마 2~3개 정도로 명맥을 유지해 온 양로보험을 판매 중단시키거나 또는, 3.5%~3.7%였던 기존의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정부가 비과세 폐지 대상에 포함시킨
생계형 저축이나 농·수협 준조합원 예탁금과 더불어 비과세 막차를 타려는 부유층 자금이 몰리는 것 또한 당연하지 싶더랍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