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작은딸이 싸우는 방법, 수학시화 장려상 vs. 칭찬왕
불탄의 開接禮/아내와 천사 셋 : 2013. 7. 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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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불탄은 초등학교 4학년과 3학년에 다니는 두 딸을 데리고 청주의료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4학년은 건강검진을, 3학년은 구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방학 중에 받아도 된다 했던 것 같은데 왠일인지 방학 전까지 각각의 건강검진과 구강검진을 받아달라 하더랍니다.
사창사거리에서 청주의료원까지의 거리가 멀지는 않습니다만, 너무나 무더운 날씨 탓에 택시를 잡아 탔더랬습니다. 양쪽 길가에서 펄럭이는 태극기에 흐뭇한 웃음이 번지려는데 작은 딸이 먼저 입을 열더랍니다.
"어? 왠 태극기가 저렇게나 많은 거야?" - 딱히 누구에게 묻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한 학년이 높은 큰 딸이 냉큼 동생의 물음에 이렇게 답을 하더랍니다.
"내일이 제헌절이잖아, 바보야. 그러니까 태극기를 걸어 놔야지." - 그런데 작은 딸의 얼굴에는 영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 가득 담겨 있더랍니다. 사연인 즉슨, 태극기를 달면 국경일일 텐데, 왜 학교는 쉬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아빠된 입장에서 뭔가 답을 해야 할 텐데 하는 순간, 다행히 큰 딸의 입이 열리더니만 아주 똑똑하게 설명을 해주더군요. 제헌절은 국경일이기는 하지만 2008년부터는 쉬지 않게 되었다고. 휴일이 너무 많아 쉬지 않기로 했다고. 국경일 중에 쉬지 않는 유일한 무휴 국경일이라고.
작은 딸의 눈이 동그래지며 앞자리 조수석에 앉아 있는 불탄에게 향했고, 잠시 흐뭇한 표정을 짓는 불탄의 눈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순간, 작은 딸은 마치 질투의 화신이라도 되는 양 '흥!'하는 콧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버리더랍니다. 나도 4학년 되어 배우면 다 알 수 있다는 듯.
그렇게 판정패를 당한 작은 딸의 설욕은 다음날에 있었습니다. 기말고사 성적표를 불탄에게 내 보이며 큰 딸을 향해 짐짓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기까지 하더랍니다. 아마도 둘 사이에는 이미 서로의 시험 성적이 공유되어 있었을 테지요. 미적거리며 내놓는 큰 딸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던 작은 딸의 성적표와 비교를 해 보았더니 역시나 작은 딸의 성적이 더 좋게 나왔더랬습니다.
큰 딸은 불탄이 늘상 강조한 탓인지 국어와 사회 과목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성적도 좋게 나오고 있고요. 대신 수학과 과학 과목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이에 반해 작은 딸은 수학과 과학 과목에는 아주 비상한 관심을 보이지만, 국어와 사회 과목은 영 지루해 하더랍니다.
그래도 둘 다 성적이 좋은 편이었기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작은 딸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 어렸을 때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어려워지더라는 말도 잊지 않으면서.
어쨌든 이번에는 작은 딸의 판정승으로 끝난 것 같으니 1:1 무승부가 된 셈이더랍니다. 그리고 두 딸의 진검승부는 그 다음 날 즉, 방학식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에 있었습니다.
먼저 작은 딸이 학교에서 받은 노란색 배경의 상장 하나를 자랑스레 내놓더랍니다. 그 상장의 타이틀은 <칭찬왕>이었고요. "위 어린이는 올바른 인성을 기르기 위해 본교 특색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칭찬릴레이 운동' 참여 실적이 우수하여 이에 상장을 줌"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사실 큰 딸은 이미 예년에 두 번인가 받아 왔던 상이었습니다. 어쨌든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받은 메달을 함께 가져 왔으니 껄껄껄 웃으며 축하를 해 주었더랬죠.
작은 딸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한참이나 거실을 서성이고 있을 때, 드디어 큰 딸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한창 떠벌이며 자랑해도 시원찮을 작은 딸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더랍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었더니 큰 딸의 손에도 노란색 배경의 상장이 하나 들려져 있었으니…….
대수롭지도 않은 거라는 듯 큰 딸이 내민 상장의 타이틀은 '수학시화 장려상'이었습니다. 아마도 수학을 주제로 한 시화 즉, 수학과 관련된 그림을 그린 다음 채색을 하고, 그 위에 수학을 주제로 한 창작시를 써 내는 수학시화전이 있었던 모양인데, 큰 딸이 장려상을 수상했던 것이고요. " 위 어린이는 2013창신수학축제에서 위와 같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미래의 수학꿈나무로 자라길 기대하며 이 상장을 줍니다."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그러니 두 딸의 싸움은 이번에도 무승부로 결정된 것 같더랍니다. 불탄도 두 딸에게 "초등학교 세상에서 상이라는 것은 받았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그 크고 적음은 잴 수도 없고, 또 재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못까지 박았으니까요. 이제 방학도 했으니 거의 붙어지내게 될 두 딸의 싸움 방법이 어떻게 진화해 갈지 벌써부터 염려와 함께 기대를 해보는 불탄입니다.
사창사거리에서 청주의료원까지의 거리가 멀지는 않습니다만, 너무나 무더운 날씨 탓에 택시를 잡아 탔더랬습니다. 양쪽 길가에서 펄럭이는 태극기에 흐뭇한 웃음이 번지려는데 작은 딸이 먼저 입을 열더랍니다.
"어? 왠 태극기가 저렇게나 많은 거야?" - 딱히 누구에게 묻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한 학년이 높은 큰 딸이 냉큼 동생의 물음에 이렇게 답을 하더랍니다.
"내일이 제헌절이잖아, 바보야. 그러니까 태극기를 걸어 놔야지." - 그런데 작은 딸의 얼굴에는 영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 가득 담겨 있더랍니다. 사연인 즉슨, 태극기를 달면 국경일일 텐데, 왜 학교는 쉬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아빠된 입장에서 뭔가 답을 해야 할 텐데 하는 순간, 다행히 큰 딸의 입이 열리더니만 아주 똑똑하게 설명을 해주더군요. 제헌절은 국경일이기는 하지만 2008년부터는 쉬지 않게 되었다고. 휴일이 너무 많아 쉬지 않기로 했다고. 국경일 중에 쉬지 않는 유일한 무휴 국경일이라고.
작은 딸의 눈이 동그래지며 앞자리 조수석에 앉아 있는 불탄에게 향했고, 잠시 흐뭇한 표정을 짓는 불탄의 눈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순간, 작은 딸은 마치 질투의 화신이라도 되는 양 '흥!'하는 콧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버리더랍니다. 나도 4학년 되어 배우면 다 알 수 있다는 듯.
2년전 청주 맛집 생라면OK에서
그렇게 판정패를 당한 작은 딸의 설욕은 다음날에 있었습니다. 기말고사 성적표를 불탄에게 내 보이며 큰 딸을 향해 짐짓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기까지 하더랍니다. 아마도 둘 사이에는 이미 서로의 시험 성적이 공유되어 있었을 테지요. 미적거리며 내놓는 큰 딸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던 작은 딸의 성적표와 비교를 해 보았더니 역시나 작은 딸의 성적이 더 좋게 나왔더랬습니다.
큰 딸은 불탄이 늘상 강조한 탓인지 국어와 사회 과목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성적도 좋게 나오고 있고요. 대신 수학과 과학 과목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이에 반해 작은 딸은 수학과 과학 과목에는 아주 비상한 관심을 보이지만, 국어와 사회 과목은 영 지루해 하더랍니다.
그래도 둘 다 성적이 좋은 편이었기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작은 딸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 어렸을 때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어려워지더라는 말도 잊지 않으면서.
어쨌든 이번에는 작은 딸의 판정승으로 끝난 것 같으니 1:1 무승부가 된 셈이더랍니다. 그리고 두 딸의 진검승부는 그 다음 날 즉, 방학식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에 있었습니다.
먼저 작은 딸이 학교에서 받은 노란색 배경의 상장 하나를 자랑스레 내놓더랍니다. 그 상장의 타이틀은 <칭찬왕>이었고요. "위 어린이는 올바른 인성을 기르기 위해 본교 특색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칭찬릴레이 운동' 참여 실적이 우수하여 이에 상장을 줌"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사실 큰 딸은 이미 예년에 두 번인가 받아 왔던 상이었습니다. 어쨌든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받은 메달을 함께 가져 왔으니 껄껄껄 웃으며 축하를 해 주었더랬죠.
작은 딸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한참이나 거실을 서성이고 있을 때, 드디어 큰 딸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한창 떠벌이며 자랑해도 시원찮을 작은 딸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더랍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었더니 큰 딸의 손에도 노란색 배경의 상장이 하나 들려져 있었으니…….
대수롭지도 않은 거라는 듯 큰 딸이 내민 상장의 타이틀은 '수학시화 장려상'이었습니다. 아마도 수학을 주제로 한 시화 즉, 수학과 관련된 그림을 그린 다음 채색을 하고, 그 위에 수학을 주제로 한 창작시를 써 내는 수학시화전이 있었던 모양인데, 큰 딸이 장려상을 수상했던 것이고요. " 위 어린이는 2013창신수학축제에서 위와 같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미래의 수학꿈나무로 자라길 기대하며 이 상장을 줍니다."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그러니 두 딸의 싸움은 이번에도 무승부로 결정된 것 같더랍니다. 불탄도 두 딸에게 "초등학교 세상에서 상이라는 것은 받았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그 크고 적음은 잴 수도 없고, 또 재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못까지 박았으니까요. 이제 방학도 했으니 거의 붙어지내게 될 두 딸의 싸움 방법이 어떻게 진화해 갈지 벌써부터 염려와 함께 기대를 해보는 불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