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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휴가 없다!", "10만 촛불 모여라!!"

그리고 약속대로 촛불들은 하나 둘씩 모였습니다. 휴가 도 못떠난 시민들이 혼자서, 둘이서, 여럿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좁은 청계광장은 금새 촛불시민들로 넘쳐났고, 인근 공원과 하천 근처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집회에 참여하는 가족단위의 촛불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불탄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팩트TV와 오마이TV를 번갈아 가며 실시간으로 중계방송을 시청했습니다. 때론 답답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규탄하고 GH의 책임있는 정치행동을 요구하는 모습에서 미래를 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습니다.


이미지 - 폴리뉴스


3만 명, 2만 명, 1만 5천 명, 1만 명……. 보도하는 매체마다 추산하는 참가 시민의 수는 달랐지만, 엄청난 인파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국정원 해체 구호가 주를 이룬 가운데,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국정을 파탄시킨 새누리와 GH의 사과를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대통령 하야'까지 주장하기도 했더랍니다.

오늘은 국정원 게이트 촛불집회에 앞서 민주당 의원과 당원, 그리고 시민 2만 명이 모인 가운데 서영교 의원의 사회와 이석현 의원의 원판김세 비판 발언을 시작으로 민주당의 '민주주의회복 및 국정원개혁촉구 민주당 국민보고대회'가 있었습니다.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또
시민·노동단체가 마련한 '철도 민영화 반대 서명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GH와의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민주당의 촛불집회 참여가 결코 대선 불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는 촛불로 의지를 표명하고자 했던 시민의 바람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더랍니다. 시민들은 부정선거의 의혹을 국정조사로 밝혀달라는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GH에게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과의 독대 수단으로, 대선승복을 처음부터 담보하는 김한길 대표의 태도가 못마땅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미지 - 한겨레


어쨌든 이번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민주당 현역 의원의 수가 107명이었으니 수구언론이나 새누리가 보기에는 불편했을 것입니다. 굳이 불탄이 나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물어뜯길 민주당이기에 여기에서는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토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신경민 의원은 불꽃시민과의 연대를 통한 새누리 압박에 심혈을 기울였고, 일정 부분은 촛불시민들에게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정원 해체'나 '박근혜 사과'라는 구호보다 더 절실했던 것이 '정치적 민주화'라는 것을 촛불시민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의 이번 국민보고대회가 정치적 셈법에 의한 기획된 이벤트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을 테고요.


이미지 - 뉴시스


그래도 괜찮습니다. 민주당이 기대한 것을 시민들은 얼마든지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좀 더 야성을 가진 야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시민들 속에서 직접 시민들의 바람을 들을 수 있다면, 시민의 입장에서도 배척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공중파TV가 촛불시민의 모습을 전파로 흘려보내게 된다면 그 또한 기대 이상의 수확이라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참 힘든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의 끈은 절대 놓지 못하겠습니다. 세 딸의 아빠로서, 이 땅의 민주시민으로서, 남겨주고픈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도 시민이 승리한 날이라 믿고 싶습니다. 돌아오는 8월 10일에는 10만, 아니 100만 촛불로 함께 하고 싶습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