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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난 8월 12일의 방송 3사 저녁 종합뉴스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한 결과 "국정원 댓글사건 경찰송치기록에 대한 방송3사 메인뉴스 모니터 보고서(2013.8.13)"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국정원, 세금으로 댓글공작…방송3사 사안 축소
 
 
12일 '한겨레신문'이 경찰의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기록'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국정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정치공작에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신문'이 분석한 경찰 송치 기록에 따르면 댓글공작에 가담한 민간인 이 씨의 계좌에서 국정원 돈으로 추정되는 9,234만 원의 2차례에 걸쳐 입금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국정원으로부터 정보원비를 교부받은 이 씨가 제2, 제3의 공모자들에게 재교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시했으며, 이 씨와 같이 댓글공작에 동원된 민간인이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더 큰 규모의 금액이 '정치공작'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신문'은 이 씨에게 지급된 돈이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는 민간인들이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활동한 사실을 경찰과 검찰이 알고도 자금의 규모나 사용처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경찰은 이 씨에게 4,309만 원을 계좌이체한 것으로 알려진 정씨를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은 애초 공소사실을 구성하면서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활동한 혐의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범죄 혐의의 책임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검찰이 국정원 댓글공작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난 10일 전국적으로 펼쳐진 국정원 정치공작과 대선개입 규탄 촛불대회에 무려 10만의 민심이 모였다. 나날이 확산되고 있는 '촛불민심'은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뒤흔든 국정원 정치공작과 선거개입 사건의 실상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난 촛불 민심을 달래는 방법은 수사당국, 청와대와 국회가 진상규명을 제대로 이행하고,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조처 등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음에도 경찰과 검찰은 축소·은폐수사로 진상규명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내내 '여직원 감금'을 프레임을 내세우며 본질을 호도하고, 급기야 국정원의 댓글공작을 '정당한 대북심리전 업무'라고 주장했다. 또 여야 합의를 무시한 채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증인채택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논란을 일으켜 국정원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청와대 역시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의 해결과 책임 있는 조처를 요구하는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채 '대선불복'을 운운하며 국민들의 분노만 가중시켰다. 누구하나 계속되는 대선개입 및 축소·은폐 정황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3사 사안 축소…후반배치, 부실수사 비판 없어

이 가운데 시종일관 국정원 사건을 '여야 정쟁'으로 치부하며, 사안을 축소·물타기하던 방송 3사는 국민의 세금이 국가정보기관의 민주주의 유린에 활용됐다는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사안 축소에 나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12일 KBS와 SBS는 1건씩 보도를 구성했는데, KBS는 18번째, SBS는 19번째로 후반에 배치해 사안의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특히 MBC는 스포츠 보도 직전인 27번째야 보도를 내보냈는데 그것도 리포트가 아닌 단신보도로 처리했다.

내용에서도 부실했다. 사안의 핵심은 국정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댓글공작을 펼쳤다는 점이며,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경·검찰이 부실수사를 펼쳐왔다는 데 있지만, 방송 3사 가운데 이 점을 분명히 드러낸 보도는 없었다. 오히려 방송 3사는 경찰 송치기록을 통해 추가로 드러난 사실만 전달하는 데 그치며, 수사당국의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은 최소화하는 행태를 보였다.


KBS “국정원 청사에서도 댓글” (김준범 기자)
MBC “댓글 민간인에 9,234만 원 입금” (앵커단신)
SBS ‘국정원 댓글 알바’에 9천만 원 입금 (임찬종 기자)

KBS는 "국정원 청사에서도 댓글"에서 "미공개된 수사 기록에 국정원 본부 청사가 범죄 혐의 장소로 적시"됐다는 것과 "이외에도 유흥업소, 카페 등 IP 보안이 취약한 장소들이 무차별적으로 이용"됐다는 내용을 우선 전했다. 국정원 청사 내에서 댓글공작이 일어났음을 경찰과 검찰이 파악하고도 이를 누락했다는 것인데, 보도는 "경찰과 검찰이 확인했지만 공식 수사기록에는 담지 않았다"고 짤막하게 덧붙이는 것으로 비판을 대신했다. 해당 보도는 국정원 활동을 도운 민간인의 자금 출처를 두고 경찰이 국정원자금일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하면서도, 보도 말미 "검찰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고 짧게 덧붙인 채 보도를 마무리했다.

MBC는 "댓글 민간인에 9,234만 원 입금"이라는 모호한 제목을 뽑고, "국정원 댓글 사건에 연루됐던 민간인 이모 씨의 은행 계좌에서 국정원 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이 발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사실만 짧게 언급한 게 전부다.
상대적으로 SBS는 '국정원 댓글 알바'에 9천만 원 입금을 통해 "국민 세금인 국정원 정보 활동비가 이른바 '대선 댓글 알바'들에게 지급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국정원 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경찰과 검찰의 입장만 전했을 뿐,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은 일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한 정부여당 감싸기…부실보도 비판 외면하나

그동안 방송 3사는 국정원 사건을 '여야 정쟁'으로 몰아가고, 정부여당의 '여직원 감금', '국정원 댓글공작 정당화' 등의 호도된 주장을 아무런 비판 없이 전달하고, 정치공작과 대선개입의 본질을 외면하는 등 언론의 역할을 방기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댓글공작에 나섰다는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경·검찰의 부실수사를 묵인한 것도 모자라 국정원 댓글공작을 '정상업무'라고 주장하고 나선 새누리당의 허황된 주장은 비판하지 않고 있다. 이는 방송3사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의식은커녕 국정원 사건의 본질을 외면해 온 행태를 바로잡을 의지조차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방송3사는 비판적 시각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언론 본연의 의무를 이행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