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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뜬금없이 감사원이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전달체계 운영실태'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주된 내용은 2010년 이후 사망자 32만 명에게 639억 원의 복지급여가 지급되는 등 지난 3년간 총 4,000억 원의 혈세가 잘못 지출되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인 8월 14일, 문화일보는 <또 절묘한 타이밍 발표… 감사원의 ‘감사정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감사원의 발표에 정치적 꼼수가 있음을 적시하고 나섰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세법개정안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증세와 복지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 감사원이 '복지전달체계' 감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에 '정치감사'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감사원에서는 미리 예정되어 있던 감사였기에 하등의 문제가 될 게 없다며 반박했습니다만.


출처 - 체널A 뉴스 화면 캡쳐


문화일보는 내용의 문제가 아닌 발표 '타이밍'에 믄제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후 수정안까지 나오며 GH의 대선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가 여당 내부에서조차 공격을 받았고, 청와대는 증세 없이도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의 개선으로 복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발표한 '복지전달체계 운영실태'는 GH나 청와대 주장을 강화시켜주는 듯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참여연대의 "감사원의 복지전달체계 운영실태 감사결과에 대한 입장"이란 제하의 오늘자 논평을 보면
감사원이 제시하고 있는 "전산시스템의 개선과 복지인력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통한 업무 부담 완화"라는 대안이 미흡하다는 점에 유감을 표하며, "선별적 복지제도의 도입보다는 보편적 복지제도의 도입을 확대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복지전달체계 전반의 개편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참여연대는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복지전달체계가 "정부 주도의 복지제도들이 공공성에 기반을 두고 체계적·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도가 생겼다가 없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복지제도마다 각각의 전산시스템(행복이음, 다시이음, 시설전산망, 드림스타트 등)으로 운영되어 안정적이거나 효율적이지 않으며, 일선 업무를 이중삼중으로 만들어 업무과중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더욱이 "보육을 비롯한 제반 사회서비스는 전자바우처에 의존하여 질 낮은 민간시장이 공급하는 것으로 설계된 결과 서비스의 공공성도 보장하지 못하고, 질도 관리되지 못한 채 막대한 예산만 민간 업자들의 주머니만 채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체널A 뉴스 화면 캡쳐


따라서 "현재의 감사원 감사결과와 같이 단순히 복지급여 누수를 문제 삼고, 간헐적 인력 증원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면서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는 첫걸음은 기초자차단체의 재정 중 복지분야의 지출이 50%를 넘는 현실을 감안하여 복지분야의 공공관리 및 공공공급을 담당하는 공무원 수는 중·장기적으로 이웃 나라인 일본 수준까지 대폭 확대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중앙정부는 현재의 총액인건비제도의 족쇄를 즉시 폐지하여 일선 기초자치단체가 복지분야 공무원들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제도적인 규제를 철폐시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별급여 도입, 사회서비스의 바우처 확대, 차등적 기초연금 도입, 무상보육 확대 등 GH정권이 추진하거나 추진하려는 복지제도들로 인해 더 많은 전달체계상의 시스템과 업무가 가중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가 추진하려는 복지제도들이 보편적 제도가 아닌 선별적 복지를 추구하기 때문에 선별과정에 필요한 행정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고, 소득 차등적 복지정책이 늘어나면서 저소득층의 낙인과 소득층 간의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고요.

또한 "이번 감사결과를 이용하여 복지공약을 축소 및 폐지하거나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한 증세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결국 박근혜 정부는 복지전달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바로잡고, 장기적으로는 보편적 복지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