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막말과 고성, 집권당의 1차 퇴장에 이은 2차 퇴장, 그리고 오후 2시까지의 정회…….

이 같은 3류도 못 되는 막장 국정감사 청문회가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나라도 더 진실을 알고 싶어 모니터에, 스마트폰에, 실시간 뉴스에 눈과 귀를 모았던 시민들은 분노와 절망만을 되새길 뿐, 아무런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란 말입니까. 하기사 국정원 게이트 국정조사 2차청문회를 한 때 제법 인기 있었던 'TV는 사랑을 싣고'나 미혼남녀 짯짓기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실루엣 토크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한 것이니, 이미 그 발상부터가 비상식의 극치라 해야 할 테지요.


출처 - 뉴스핌


무슨 죄를 얼마나 많이 지었기에 차마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숨길 게 얼마나 많아 가림막 뒤로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들고 가야만 하는지, 왜 국정원 직원은 증인선서가 진행 중임에도 그리 바삐 가림막 뒤를 '왔다리 갔다리' 해야 하는지, 기자가 근처에 카메라를 들이밀기만 해도 황급히 제지해야 하는지, 당췌 알다가도 모르겠더랍니다.

정청래 국조특위 야당 간사가 지적했듯이 최소한
박원동 前국익정보국장, 민병주 前심리전단 단장은 현직에 있는 인물도 아니니만큼 증인석에서 진술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불탄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또한, 출석한 증인 중에는 국정원 댓글 의혹의 당사자였던 요원도 함께 붙어 있어 진술 시 충분한 모의가 가능한 환경이라는 것도 크나큰 문제였던 것입니다.

때문에, 야당에서는 "가림막 아래 50㎝를 가위로 잘라 달라", "반대만 하지 말고 정 뭐하면 표결에 붙이자", "증인들의 손은 보이게끔 밖으로 내놓게 해 달라", "컴퓨터로 뭘 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차단막을 도려내 달라", "아까는 있던 구멍을 왜 국정원 직원은 메웠냐" 등 아주 유치하지만 핵심적인 문제제기를 했던 것입니다.

특히 박영선 의원의 "아까 차단막 뒤에 들어갔는데 저분들이 휴대폰을 갖고 들어가 있는데다가 컴퓨터 하드까지 갖고 들어갔다가 민주당의 항의로 가지고 나왔다. 한마디로 치외법권 지역처럼 편안하게 앉아있다. 밖에 있는 분들과 차별이 심하다."며 비판한 것에서는 차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겠더랍니다. 이러한 집권 여당과 그들의 권력에 빌붙어 제 밥그릇챙기기에만 혈안인 국가기관 공직자를 내 눈으로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이번 국정원 게이트 국정조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의 경우에는 "진실을 가리는 차단막을 해놓고 무슨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냐. 범죄를 저질러왔는데 차단막을 치고 한다는 것이냐. 국민에게 무슨 짓이냐."며 한껏 꾸짖은 뒤, "이런 식으로 한다면 국민의 최고 책임자가 나와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며 GH를 호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정원 2차청문회가 정회되자 가림막이 설치된 청문회장을 나가는 국정원요원 - 경향신문


청문회 국선변호인을 자처하고 나선 여당의 방어적 공세가 야당의 이러한 비판과 요구와 충돌, 소모적 논쟁만 반복되자 국조특위 신기남 위원장은 "증인 심문에 들어가기 전에 김무성, 권영세 증인 소환 문제, 가림막 설치 문제, 가림막의 형태 문제, 선서 거부에 대한 고발 문제 등에 관해 간사 간에 협의하라"며 정회를 선포했지요.

이어 김무성, 권영세의 증인 출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초실종까지 들먹이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되자 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은 12시10분 쯤 또 다시 아무런 통보도 없이 청문회장을 떠났으니 사람 찾는 프로그램이나 짝짓기 프로그램의 발끝에도 못 따라가는 국정원 2차청문회에 시민들은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요. 참으로 개탄스런 막장정치의 현장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