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방송 3사는 개밥그릇
불탄의 촛불누리/기레기 지라시 : 2013. 8. 2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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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각 언론사에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 관련 방송3사 메인뉴스 모니터 보고서'를 배포했습니다. 국정원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기간이었던 8월 16일일부터 8월 21일까지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가 보도한 새누리 및 국정원 관련 뉴스를 모니터링한 결과물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방송 3사 모두 새누리와 국정원을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특히 KBS는 '국정조사 무용론' 힘 싣기에 혈안이었으며, MBC는 '민생' 운운으로 여당 편들기에 급급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증인채택을 두고 딴죽을 놓았던 새누리당은 청문회가 시작되자 증인으로 출석한 원세훈 前국정원장, 김용판 前서울경찰청장, 국정원 직원 등 혐의당사자들을 비호하고 나섰다. 또한 국정원 사건의 핵심인 '국정원 직원 댓글공작 사건',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의혹', 원세훈 정치개입 지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등한시한 채 본질과 다른 '여직원 감금' 및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청문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이렇듯 국정조사의 한 축인 새누리당의 비협조적인 모습은 증인으로 출석한 혐의당사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16일 첫 번째 청문회에 등장한 원세훈과 김용판은 국회 증언감정 법률 3조를 내세우며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해당 조항은 본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을 경우 선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허위로 답변을 해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 결국 원세훈과 김용판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킨 셈이다. 한편, 19일 국정원 직원과 경찰청 수사팀 26명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청문회에서는 국정원 현직 직원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가림막'이 등장해 과잉보호 논란이 일었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축소·은폐 수사를 폭로한 권은희 前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제외한 다른 증인들은 하나같이 궤변을 늘어놓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원세훈과 김용판은 검찰의 공소사실마저 전면 부인했다. 원새훈은 "종북세력의 척결을 위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혐의사실을 부인하기 바빴다. 김용판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하루 전인 12월 15일 이미 국정원 직원의 정치글 게시 행적을 확인하고도 덮어뒀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음에도 이를 부인했다. 댓글공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 역시 '대북심리전'이라며 댓글공작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해 아연실색케 했다.
국정조사를 무력화 시킨 데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특히,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축소·은폐'하거나 '정쟁몰이'에 매달려 본질 흐리기에 나섰던 방송 3사는, 3차례의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지나칠 정도로 편파적인 보도 양상을 보여 원세훈과 김용판의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송 3사는 16일~21일 동안 KBS 10건, MBC 5건, SBS 8건의 보도를 내놨는데, 공방이 언급되지 않은 보도가 거의 없을 정도로 거의 매일 '정쟁'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반면 청문회 내내 새누리당과 원세훈-김용판-국정원 직원 등 증인으로 출석한 혐의당사자들이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방송 3사의 보도 가운데 이 같은 점을 지적한 보도는 없었다.
이같은 방송 3사의 편파적 보도는 크게 '원세훈-김용판-국정원 직원의 입장을 위주로 한 청문회 편집·중계', '균형 잃은 자의적 해석을 통한 국정원-여당 감싸기·편들기', 여야 정쟁을 앞세운 '본질 흐리기', '청문회 무용론 힘 싣기' 등의 특징을 보였다.
이 가운데 KBS와 MBC는 혐의당사자들의 '혐의부인'을 위주로 자의적인 해석과 교묘한 편집을 통해 대선개입 및 수사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혐의당사자들의 '대변인' 역할에 충실했다.
16일 KBS와 MBC는 '원세훈-김용판' 청문회 소식을 전하며, 원세훈과 김용판의 혐의부인 발언을 위주로 편집한 보도를 1건씩 구성해 당사자를 비호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의 '증인선서' 거부가 '위증죄'를 비껴가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이를 지적하기는커녕 오히려 국회 증언감정 법률 3조를 설명하며 법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몰아갔다. 또 증인 출석을 계속 거부하다가 끝내 국회 동행명령장을 발부받고서야 청문회에 나와 혐의를 전면 부인 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음에도 이를 비판하거나 지적하지 않았다.
KBS <원세훈․김용판 출석…증인선서 거부>(국현호)는 민주당 의원들이 두 증인의 태도를 문제 삼자 이를 증인에 대한 '비난발언'으로 해석했으며, "인신공격"이라는 새누리당의 비호성 주장도 여과 없이 실었다. 보도 말미에는 "원세훈, 김용판 두 증인은 변호사를 대동하고, 때로는 묵비권도 행사하는 등 말 한마디마다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감싸는 듯한 자의적 해석을 늘어놓기도 했다.
뒤이은 <“댓글은 대북심리전”>(김병용)은 "원세훈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댓글은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전면 부인했다"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여야 의원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원세훈의 일방적 답변을 나열하는 데 치중했다.
이어 <'축소수사' 전면 부인>(김주한)에서 김용판의 청문회 현장을 전하면서도 "김용판도 제기된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특히 경찰이 댓글 의혹 사건을 축소 수사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면서 김용판의 해명을 적극 전하며, 여야 의원의 질문에 대한 원세훈의 답변을 나열했다. 보도 말미에는 "엉터리 짜 맞추기 여론놀이", "대선에 승복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등 경찰의 축소수사 의혹을 일축하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부각시켰다.
MBC도 <원세훈 출석 여야 격론>(천현우)에서 "제2의 김대업 사건, 정치공작이라는 새누리당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이라고 맞받았다", "원세훈은 댓글 활동은 대북심리전 차원이며 참여정부 때도 한미 FTA 등에 대한 댓글 활동이 있었다고 밝혔다"는 등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에 물타기를 시도하는 새누리당과 원세훈의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뒤이은 <공소장 내용 모두 부인>(조영익)에서는 "김용판은 대선 이틀 전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허위가 아니며 대선 개입 목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CCTV 영상은 '짜깁기 편집'으로 사실상 왜곡됐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에 대해) 주거침입은 충분히 된다는 것을 보고받았다"는 등 김용판의 일방적 답변만을 늘어놓았다.
이와 달리 SBS는 16일 <"법적 권리" 對 "위증죄 적용">(장선이)에서 "원세훈, 김용판 두 증인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위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보도는 증인선서 거부에 대해 "지난 2004년 대선자금 청문회 때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진행을 이유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사례는 있지만 당시에는 여야 동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과는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두 증인이 허위로 답변한 사실이 드러나도 선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용판이 하드디스크와 인터넷 검색 결과를 분석한 디지털증거분석팀의 자료들을 수서경찰서에 넘겨주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12월 15일, 누군가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축소·은폐 수사 여부를 밝히기 위해 진상규명이 요구되는 부분이지만 김용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관해 KBS만이 16일 보도에서 짤막하게 언급했는데, 그마저도 앞뒤 맥락 없이 "대선 나흘 전, 김 전청장이 누군가와 5시간 동안 점심식사를 하면서 대책을 논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언급한 데 그쳤다. MBC와 SBS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댓글공작의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들과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폭로한 권은희 前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청문회를 전한 19일자 보도에서는 증인에 대한 차별적 보도행태도 보였다.
KBS <'선거개입', '축소수사' 공방>(임세흠)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청문회 현장을 전할 때에는 "댓글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국정원 직원의 주장을 내보낸 뒤, 이에 반박하는 야당의 입장으로 "교묘하게 선거개입을 했다, 당신들이 이런 짓거리 하면서 국정원 직원이야?"라며 윽박지르는 듯한 모습을 편집해 내보냈다. 또 혐의당사자인 국정원 직원들이 노출을 최소화하고 가림막 뒤에서 증언한 것을 두고 '과잉보호' 논란이 일었지만, 이같은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축소·은폐 수사를 두고 권은희 前수사과장이 "서울청에서 '키워드를 줄여 달라'는 전화가 왔었다"는 등 구체적인 정황을 들어 '수사외압' 사실을 증언한 데 반해, 다른 수사팀은 "공정성 투명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모호한 주장을 늘어놨는데도 보도는 이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당일 조명철 새누리 의원이 권 수사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고 해 지역감정 조장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 대해 보도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되려 조명철의 발언 중 국정원 댓글공작과 본질이 다른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을 제기한 부분을 보도 후반에 배치해 사안의 초점을 흐렸다.
MB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MBC는 19일 첫 보도부터 <“대선개입” “매관매직”충돌>(천현우)로 뽑으며, 국정원 국정조사의 핵심인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과 새누리당이 의혹제기한 '매관매직' 사건의 비중을 나란히 해 본질을 흐렸다. 게다가 '국정원 직원의 혐의 부인-매관매직 의혹-여직원 감금의혹'으로 보도를 구성한 것은 국정원 직원 '감싸기'에 초점을 맞춘 보도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보도는 청문위원들의 질문도 새누리당 위원의 질문만 실었는데 이마저도 "김직원이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댓글을 작성하거나 찬반 클릭을 했다는 민주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며 이미 검찰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난 정치게시글에 대한 찬반 클릭 사실을 뒤집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는 "국정원 여직원 김 씨를 사흘간 오피스텔에 감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 씨는 당시 위급하고 무서웠다며 울먹였지만 현장에 출동했던 권은희 前수서경철서 과장은 감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찰의 축소 수사 의혹과 관련해 <‘축소수사’ 의혹 엇갈린 증언>(박영일)에서는 권은희 前수사과장이 "통화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 것을 얘기했다"며 좀 더 구체적인 진술을 했음에도, "양심에 거리낌 없다"는 한동석 서울경찰청 디지털 증거분석팀의 모호한 답변과 함께 나열하고는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렸다"고 평했다. 마찬가지로 국정원 직원 과잉보호 논란이나,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지역감정 부추기기' 논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SBS는 '진실공방'에 방점을 찍으며, 청문회 내용을 나열한 데 그쳤다. 19일 <엇갈린 증언.."외압 있었다", "지시 없었다">(남승모)는 국정원 김 씨의 혐의 부인에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내용상 KBS-MBC의 보도와 다르지 않았다. 보도는 민주당이 제기한 '박근혜 지지 댓글'이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작성한 글이 아니라는 새누리당의 반박을 내보낸 뒤, 국정원 직원 김 씨가 "댓글 작업은 정당한 대북 심리전이었다", "선거 개입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SBS는 경찰 윗선으로부터 외압성 전화를 받았다는 권은희 前수사과장의 발언을 우선 전했으며, "선거 개입 의혹을 놓고 민주당은 국정원 박 모 국장이 대선 직전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전해 차이를 보였다.
한편, SBS는 조명철의 '광주 경찰' 발언이 지역감정 조장 논란을 일으킨 사실을 20일 5번째 꼭지 <"광주의 경찰", 지역감정 조장 논란>(이한석)를 통해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보도는 "조 의원은 이어 광주출신인 권 전 과장을 광주의 딸이라고 부르면서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지적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발언 당사자인 조 의원은 민주당의 지역 감정조장에 흔들리지 말고 대한민국 경찰로서의 입장표명을 촉구한 것이라면서 지역감정조장을 비판한 발언을 조장했다고 덮어씌우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반박했다"는 등 조명철의 적반하장식 해명을 비판 없이 내보냈다. 또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국정조사 실패에 대한 분풀이"라고 맞선 새누리당의 주장을 덧붙여 공방으로 전한 데 그쳤다.
KBS와 SBS는 청문회와 관련해 '막말'만을 따로 편집해 보도하기도 했다. 두 번째 청문회가 열린 19일, KBS <막말…정회…파행>(김현경)은 "막말 공방으로 정회가 이어지면서 오전엔 심문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회의는 정상화 됐지만 감정싸움은 여전했다", "증인의 감정 자극하기로 비춰지는 질문도 이어졌다"면서 '청문회 진행 방식', '추가증인 채택 여부 과정'에서 오고간 여야 의원들의 막말만을 모아 편집해 열거했다.
KBS는 청문회 마지막 날인 21일에도 <사사건건 대립…진실규명 역부족>(김병용, 김경진, 김상협)에서 '막말' 편집보도를 이어갔다. 보도는 "지난 50여 일간의 국정조사 기록을 정리한다"면서, 분석은커녕 '특위 위원 자격 시비', '말다툼 사례',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및 증인채택 문제를 둘러싼 갈등', '원세훈-김용판 증인선서 거부', '청문회 막말 충돌', '청문회 결과를 둘러싼 여야의 각기 다른 해석' 등 여야 정쟁 사례만을 열거한 데 그쳤다.
SBS도 19일 <'가림막' 논란..고성·막말에 파행까지>(이한석)에서 "오전 10시 청문회가 열리자마자 여야는 난데없이 국정원 현직 직원의 신원보호를 위한 가림막 길이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며 막말 장면을 내보냈다. 이어 "청문회 전에 충분히 여야 간에 협의가 가능한 사안을 놓고 뒤늦게 공방을 벌이다가 오전 청문회를 그냥 허비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국정조사 ‘막말’을 주제로 한 KBS-SBS 보도 (KBS 2건,SBS 1건 순)
KBS와 SBS는 이 같은 '막말' 보도를 통해 정치권의 '신경전'과 '말다툼'이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이란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방송사가 사안의 본질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보도 없이 '공방'과 '막말'만을 편집해 중계한 보도를 내놓은 것 자체로 국정원 사건의 '본질 흐리기'에 방송이 적극 가담한 것과 다름 없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막말' 행진을 부각해 시청자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겼다는 점에서 반저널리즘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KBS는 마지막 청문회가 무산된 21일 <'반쪽'으로 끝난 청문회>(임세흠)에서는 '특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는 새누리의 일방적인 주장을 내보내기도 했다. 보도는 "야당은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가 나왔어야 할 청문회라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면서도, 왜 김 의원과 권 주중대사의 증인채택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민주당이 청와대에 서한전달을 시도한 데 대해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찾아가 거절당하는 연기를 펼치는 등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반격했다"면서 "국정조사를 끝까지 정치공세의 장, 허위사실 유포의 장으로 만든 것은 부끄러운 코미디(김태흠 /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라고 비난한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런 뒤 특검 요구에 대해 "여야 정쟁을 계속 유지해나가려는 술수"라며 거부하고 나선 새누리당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실었다.
방송 3사는 17일 민주당의 세 번째 대규모장외집회를 전한 보도에서, '민생현안', '경제안정'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호객정치"라 비난하는 새누리당 측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장외 집회…"중단 촉구">(KBS, 김현경), <'장외압박‥'원내복귀'>(MBC, 박영일), <"진실 밝혀라" 촛불집회.."호객정치 말라">(SBS, 이강) 등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MBC는 여야 정쟁을 싸잡아 비난하며 '민생현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보도를 내보내 새누리당에 힘을 싣고 나섰다. 20일 MBC는 첫 보도로 정부의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을 전한 뒤, 이어지는 두 번째 꼭지 <경제활성화‧민생법안 처리는?>(김준석)에서 "국정원 국정조사 등 여야의 힘겨루기로 경제활성화와 민생법안들이 9월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민생현안이 뒤로 밀리는 것을 국정원 국정조사 탓을 하는 것으로 새누리당의 주장에 힘을 싣고 나섰다.
21일 3차 청문회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채택 무산으로 야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사실상 무산됐다. 이날 MBC는 청문회 무산 소식을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방송 3사 가운데 KBS는 2건의 보도를 냈지만 17번째로 후반 배치했으며, SBS도 1건의 보도를 20번째로 후반에 배치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무용론’을 제기한 KBS-SBS 보도 (18일자 KBS 1건, 21일자 SBS 1건 순)
내용면에서도 '정쟁'에 방점을 찍은 것은 물론, '국정조사·청문회 무용론'에 힘을 싣는 데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심층보도를 거의 내지 않던 KBS는 2차 청문회를 하루 앞둔 18일 3분 43초 짜리 '집중진단' 리포트인 <얼굴 비공개 논란 속 내일 2차 청문회>(김경진, 강민수)를 통해 '국정조사 무용론'을 제기했다. 보도는 시작부터 "아직 새롭게 밝혀진 것은 거의 없어 '국정조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정조사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이어 "국회 국정조사가 부활한 1987년 이래 21차례 국정조사가 실시됐지만 보고서 채택으로 이어진 경우는 8건에 불과"하다면서 국정조사가 무용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를 꼽았다. 두 차례의 청문회가 남아있음에도 이 같은 보도를 내놓은 것은 '청문회 초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SBS도 21일 <마지막 청문회 무산..대안 없나?>(이강)에서 청문회 무용론을 부각시켰다. 보도는 "증인도 여당위원들도 없이 야당 위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3차 청문회 무산에 대한 여야의 책임 떠넘기기식 발언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보도 후반에 지난 2차례 청문회 과정을 정리하며 '막말'과 '핵심 증인들의 증인선서 거부'를 부각한 뒤, "이렇게 부실하게 진행이 될 거면 굳이 필요가 있나 싶다"며 회의적 입장을 낸 시민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청문회의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덧붙여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이번 청문회 파행의 가장 큰 책임은 국정원 핵심 증인들을 비호하는 데 몰두한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방해' 행각에 있다. 청문회를 진행해야 할 한 축인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내내 원세훈과 김용판의 증인채택은 물론, 국정원 직원들의 증인 채택까지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국정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비협조적 태도를 지적하지 않은 방송 3사가 국정조사 파행의 원인을 '제도 탓'으로 돌리는 보도를 내놓은 것은 부실한 분석일 뿐 아니라 정권 편향적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정권친위대 역할을 자행하며 새누리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정권에 불리한 의제는 축소·은폐·물타기보도로 진실을 호도해 왔던 언론이 이런 주장을 펼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방송 3사 모두 새누리와 국정원을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특히 KBS는 '국정조사 무용론' 힘 싣기에 혈안이었으며, MBC는 '민생' 운운으로 여당 편들기에 급급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누리당, '국정조사 무용론' 논할 자격 없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증인채택을 두고 딴죽을 놓았던 새누리당은 청문회가 시작되자 증인으로 출석한 원세훈 前국정원장, 김용판 前서울경찰청장, 국정원 직원 등 혐의당사자들을 비호하고 나섰다. 또한 국정원 사건의 핵심인 '국정원 직원 댓글공작 사건',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의혹', 원세훈 정치개입 지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등한시한 채 본질과 다른 '여직원 감금' 및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청문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이렇듯 국정조사의 한 축인 새누리당의 비협조적인 모습은 증인으로 출석한 혐의당사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16일 첫 번째 청문회에 등장한 원세훈과 김용판은 국회 증언감정 법률 3조를 내세우며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해당 조항은 본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을 경우 선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허위로 답변을 해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 결국 원세훈과 김용판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킨 셈이다. 한편, 19일 국정원 직원과 경찰청 수사팀 26명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청문회에서는 국정원 현직 직원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가림막'이 등장해 과잉보호 논란이 일었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축소·은폐 수사를 폭로한 권은희 前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제외한 다른 증인들은 하나같이 궤변을 늘어놓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원세훈과 김용판은 검찰의 공소사실마저 전면 부인했다. 원새훈은 "종북세력의 척결을 위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혐의사실을 부인하기 바빴다. 김용판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하루 전인 12월 15일 이미 국정원 직원의 정치글 게시 행적을 확인하고도 덮어뒀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음에도 이를 부인했다. 댓글공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 역시 '대북심리전'이라며 댓글공작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해 아연실색케 했다.
균형 잃은 청문회보도…편파성 극에 달해
국정조사를 무력화 시킨 데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특히,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축소·은폐'하거나 '정쟁몰이'에 매달려 본질 흐리기에 나섰던 방송 3사는, 3차례의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지나칠 정도로 편파적인 보도 양상을 보여 원세훈과 김용판의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송 3사는 16일~21일 동안 KBS 10건, MBC 5건, SBS 8건의 보도를 내놨는데, 공방이 언급되지 않은 보도가 거의 없을 정도로 거의 매일 '정쟁'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반면 청문회 내내 새누리당과 원세훈-김용판-국정원 직원 등 증인으로 출석한 혐의당사자들이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방송 3사의 보도 가운데 이 같은 점을 지적한 보도는 없었다.
이같은 방송 3사의 편파적 보도는 크게 '원세훈-김용판-국정원 직원의 입장을 위주로 한 청문회 편집·중계', '균형 잃은 자의적 해석을 통한 국정원-여당 감싸기·편들기', 여야 정쟁을 앞세운 '본질 흐리기', '청문회 무용론 힘 싣기' 등의 특징을 보였다.
공영방송, '비판'은커녕 균형 잃은 자의적 해석으로 '감싸기' 나서
이 가운데 KBS와 MBC는 혐의당사자들의 '혐의부인'을 위주로 자의적인 해석과 교묘한 편집을 통해 대선개입 및 수사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혐의당사자들의 '대변인' 역할에 충실했다.
16일 KBS와 MBC는 '원세훈-김용판' 청문회 소식을 전하며, 원세훈과 김용판의 혐의부인 발언을 위주로 편집한 보도를 1건씩 구성해 당사자를 비호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의 '증인선서' 거부가 '위증죄'를 비껴가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이를 지적하기는커녕 오히려 국회 증언감정 법률 3조를 설명하며 법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몰아갔다. 또 증인 출석을 계속 거부하다가 끝내 국회 동행명령장을 발부받고서야 청문회에 나와 혐의를 전면 부인 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음에도 이를 비판하거나 지적하지 않았다.
8월 16일자 원세훈-김용판 청문회 관련 KBS-MBC 보도 화면갈무리(KBS 2건, MBC 2건 순)
KBS <원세훈․김용판 출석…증인선서 거부>(국현호)는 민주당 의원들이 두 증인의 태도를 문제 삼자 이를 증인에 대한 '비난발언'으로 해석했으며, "인신공격"이라는 새누리당의 비호성 주장도 여과 없이 실었다. 보도 말미에는 "원세훈, 김용판 두 증인은 변호사를 대동하고, 때로는 묵비권도 행사하는 등 말 한마디마다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감싸는 듯한 자의적 해석을 늘어놓기도 했다.
뒤이은 <“댓글은 대북심리전”>(김병용)은 "원세훈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댓글은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전면 부인했다"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여야 의원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원세훈의 일방적 답변을 나열하는 데 치중했다.
이어 <'축소수사' 전면 부인>(김주한)에서 김용판의 청문회 현장을 전하면서도 "김용판도 제기된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특히 경찰이 댓글 의혹 사건을 축소 수사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면서 김용판의 해명을 적극 전하며, 여야 의원의 질문에 대한 원세훈의 답변을 나열했다. 보도 말미에는 "엉터리 짜 맞추기 여론놀이", "대선에 승복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등 경찰의 축소수사 의혹을 일축하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부각시켰다.
MBC도 <원세훈 출석 여야 격론>(천현우)에서 "제2의 김대업 사건, 정치공작이라는 새누리당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이라고 맞받았다", "원세훈은 댓글 활동은 대북심리전 차원이며 참여정부 때도 한미 FTA 등에 대한 댓글 활동이 있었다고 밝혔다"는 등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에 물타기를 시도하는 새누리당과 원세훈의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뒤이은 <공소장 내용 모두 부인>(조영익)에서는 "김용판은 대선 이틀 전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허위가 아니며 대선 개입 목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CCTV 영상은 '짜깁기 편집'으로 사실상 왜곡됐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에 대해) 주거침입은 충분히 된다는 것을 보고받았다"는 등 김용판의 일방적 답변만을 늘어놓았다.
이와 달리 SBS는 16일 <"법적 권리" 對 "위증죄 적용">(장선이)에서 "원세훈, 김용판 두 증인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위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보도는 증인선서 거부에 대해 "지난 2004년 대선자금 청문회 때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진행을 이유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사례는 있지만 당시에는 여야 동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과는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두 증인이 허위로 답변한 사실이 드러나도 선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용판이 하드디스크와 인터넷 검색 결과를 분석한 디지털증거분석팀의 자료들을 수서경찰서에 넘겨주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12월 15일, 누군가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축소·은폐 수사 여부를 밝히기 위해 진상규명이 요구되는 부분이지만 김용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관해 KBS만이 16일 보도에서 짤막하게 언급했는데, 그마저도 앞뒤 맥락 없이 "대선 나흘 전, 김 전청장이 누군가와 5시간 동안 점심식사를 하면서 대책을 논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언급한 데 그쳤다. MBC와 SBS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댓글공작의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들과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폭로한 권은희 前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청문회를 전한 19일자 보도에서는 증인에 대한 차별적 보도행태도 보였다.
KBS <'선거개입', '축소수사' 공방>(임세흠)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청문회 현장을 전할 때에는 "댓글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국정원 직원의 주장을 내보낸 뒤, 이에 반박하는 야당의 입장으로 "교묘하게 선거개입을 했다, 당신들이 이런 짓거리 하면서 국정원 직원이야?"라며 윽박지르는 듯한 모습을 편집해 내보냈다. 또 혐의당사자인 국정원 직원들이 노출을 최소화하고 가림막 뒤에서 증언한 것을 두고 '과잉보호' 논란이 일었지만, 이같은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축소·은폐 수사를 두고 권은희 前수사과장이 "서울청에서 '키워드를 줄여 달라'는 전화가 왔었다"는 등 구체적인 정황을 들어 '수사외압' 사실을 증언한 데 반해, 다른 수사팀은 "공정성 투명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모호한 주장을 늘어놨는데도 보도는 이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당일 조명철 새누리 의원이 권 수사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고 해 지역감정 조장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 대해 보도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되려 조명철의 발언 중 국정원 댓글공작과 본질이 다른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을 제기한 부분을 보도 후반에 배치해 사안의 초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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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자 국정원-경찰청 청문회 관련 방송3사 보도 화면갈무리(KBS-SBS-MBC 순)
MB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MBC는 19일 첫 보도부터 <“대선개입” “매관매직”충돌>(천현우)로 뽑으며, 국정원 국정조사의 핵심인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과 새누리당이 의혹제기한 '매관매직' 사건의 비중을 나란히 해 본질을 흐렸다. 게다가 '국정원 직원의 혐의 부인-매관매직 의혹-여직원 감금의혹'으로 보도를 구성한 것은 국정원 직원 '감싸기'에 초점을 맞춘 보도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보도는 청문위원들의 질문도 새누리당 위원의 질문만 실었는데 이마저도 "김직원이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댓글을 작성하거나 찬반 클릭을 했다는 민주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며 이미 검찰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난 정치게시글에 대한 찬반 클릭 사실을 뒤집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는 "국정원 여직원 김 씨를 사흘간 오피스텔에 감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 씨는 당시 위급하고 무서웠다며 울먹였지만 현장에 출동했던 권은희 前수서경철서 과장은 감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찰의 축소 수사 의혹과 관련해 <‘축소수사’ 의혹 엇갈린 증언>(박영일)에서는 권은희 前수사과장이 "통화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 것을 얘기했다"며 좀 더 구체적인 진술을 했음에도, "양심에 거리낌 없다"는 한동석 서울경찰청 디지털 증거분석팀의 모호한 답변과 함께 나열하고는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렸다"고 평했다. 마찬가지로 국정원 직원 과잉보호 논란이나,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지역감정 부추기기' 논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SBS는 '진실공방'에 방점을 찍으며, 청문회 내용을 나열한 데 그쳤다. 19일 <엇갈린 증언.."외압 있었다", "지시 없었다">(남승모)는 국정원 김 씨의 혐의 부인에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내용상 KBS-MBC의 보도와 다르지 않았다. 보도는 민주당이 제기한 '박근혜 지지 댓글'이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작성한 글이 아니라는 새누리당의 반박을 내보낸 뒤, 국정원 직원 김 씨가 "댓글 작업은 정당한 대북 심리전이었다", "선거 개입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SBS는 경찰 윗선으로부터 외압성 전화를 받았다는 권은희 前수사과장의 발언을 우선 전했으며, "선거 개입 의혹을 놓고 민주당은 국정원 박 모 국장이 대선 직전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전해 차이를 보였다.
한편, SBS는 조명철의 '광주 경찰' 발언이 지역감정 조장 논란을 일으킨 사실을 20일 5번째 꼭지 <"광주의 경찰", 지역감정 조장 논란>(이한석)를 통해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보도는 "조 의원은 이어 광주출신인 권 전 과장을 광주의 딸이라고 부르면서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지적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발언 당사자인 조 의원은 민주당의 지역 감정조장에 흔들리지 말고 대한민국 경찰로서의 입장표명을 촉구한 것이라면서 지역감정조장을 비판한 발언을 조장했다고 덮어씌우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반박했다"는 등 조명철의 적반하장식 해명을 비판 없이 내보냈다. 또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국정조사 실패에 대한 분풀이"라고 맞선 새누리당의 주장을 덧붙여 공방으로 전한 데 그쳤다.
'막말'·'고성’ 편집·중계…정치혐오만 부추겨
KBS와 SBS는 청문회와 관련해 '막말'만을 따로 편집해 보도하기도 했다. 두 번째 청문회가 열린 19일, KBS <막말…정회…파행>(김현경)은 "막말 공방으로 정회가 이어지면서 오전엔 심문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회의는 정상화 됐지만 감정싸움은 여전했다", "증인의 감정 자극하기로 비춰지는 질문도 이어졌다"면서 '청문회 진행 방식', '추가증인 채택 여부 과정'에서 오고간 여야 의원들의 막말만을 모아 편집해 열거했다.
KBS는 청문회 마지막 날인 21일에도 <사사건건 대립…진실규명 역부족>(김병용, 김경진, 김상협)에서 '막말' 편집보도를 이어갔다. 보도는 "지난 50여 일간의 국정조사 기록을 정리한다"면서, 분석은커녕 '특위 위원 자격 시비', '말다툼 사례',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및 증인채택 문제를 둘러싼 갈등', '원세훈-김용판 증인선서 거부', '청문회 막말 충돌', '청문회 결과를 둘러싼 여야의 각기 다른 해석' 등 여야 정쟁 사례만을 열거한 데 그쳤다.
SBS도 19일 <'가림막' 논란..고성·막말에 파행까지>(이한석)에서 "오전 10시 청문회가 열리자마자 여야는 난데없이 국정원 현직 직원의 신원보호를 위한 가림막 길이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며 막말 장면을 내보냈다. 이어 "청문회 전에 충분히 여야 간에 협의가 가능한 사안을 놓고 뒤늦게 공방을 벌이다가 오전 청문회를 그냥 허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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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SBS는 이 같은 '막말' 보도를 통해 정치권의 '신경전'과 '말다툼'이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이란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방송사가 사안의 본질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보도 없이 '공방'과 '막말'만을 편집해 중계한 보도를 내놓은 것 자체로 국정원 사건의 '본질 흐리기'에 방송이 적극 가담한 것과 다름 없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막말' 행진을 부각해 시청자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겼다는 점에서 반저널리즘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방송 3사의 노골적 새누리 편들기
KBS는 마지막 청문회가 무산된 21일 <'반쪽'으로 끝난 청문회>(임세흠)에서는 '특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는 새누리의 일방적인 주장을 내보내기도 했다. 보도는 "야당은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가 나왔어야 할 청문회라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면서도, 왜 김 의원과 권 주중대사의 증인채택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민주당이 청와대에 서한전달을 시도한 데 대해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찾아가 거절당하는 연기를 펼치는 등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반격했다"면서 "국정조사를 끝까지 정치공세의 장, 허위사실 유포의 장으로 만든 것은 부끄러운 코미디(김태흠 /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라고 비난한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런 뒤 특검 요구에 대해 "여야 정쟁을 계속 유지해나가려는 술수"라며 거부하고 나선 새누리당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실었다.
방송 3사는 17일 민주당의 세 번째 대규모장외집회를 전한 보도에서, '민생현안', '경제안정'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호객정치"라 비난하는 새누리당 측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장외 집회…"중단 촉구">(KBS, 김현경), <'장외압박‥'원내복귀'>(MBC, 박영일), <"진실 밝혀라" 촛불집회.."호객정치 말라">(SBS, 이강) 등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MBC는 여야 정쟁을 싸잡아 비난하며 '민생현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보도를 내보내 새누리당에 힘을 싣고 나섰다. 20일 MBC는 첫 보도로 정부의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을 전한 뒤, 이어지는 두 번째 꼭지 <경제활성화‧민생법안 처리는?>(김준석)에서 "국정원 국정조사 등 여야의 힘겨루기로 경제활성화와 민생법안들이 9월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민생현안이 뒤로 밀리는 것을 국정원 국정조사 탓을 하는 것으로 새누리당의 주장에 힘을 싣고 나섰다.
방송3사, “결국 제도가 문제?”…‘국정조사 무용론’ 부각
21일 3차 청문회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채택 무산으로 야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사실상 무산됐다. 이날 MBC는 청문회 무산 소식을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방송 3사 가운데 KBS는 2건의 보도를 냈지만 17번째로 후반 배치했으며, SBS도 1건의 보도를 20번째로 후반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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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면에서도 '정쟁'에 방점을 찍은 것은 물론, '국정조사·청문회 무용론'에 힘을 싣는 데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심층보도를 거의 내지 않던 KBS는 2차 청문회를 하루 앞둔 18일 3분 43초 짜리 '집중진단' 리포트인 <얼굴 비공개 논란 속 내일 2차 청문회>(김경진, 강민수)를 통해 '국정조사 무용론'을 제기했다. 보도는 시작부터 "아직 새롭게 밝혀진 것은 거의 없어 '국정조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정조사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이어 "국회 국정조사가 부활한 1987년 이래 21차례 국정조사가 실시됐지만 보고서 채택으로 이어진 경우는 8건에 불과"하다면서 국정조사가 무용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를 꼽았다. 두 차례의 청문회가 남아있음에도 이 같은 보도를 내놓은 것은 '청문회 초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SBS도 21일 <마지막 청문회 무산..대안 없나?>(이강)에서 청문회 무용론을 부각시켰다. 보도는 "증인도 여당위원들도 없이 야당 위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3차 청문회 무산에 대한 여야의 책임 떠넘기기식 발언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보도 후반에 지난 2차례 청문회 과정을 정리하며 '막말'과 '핵심 증인들의 증인선서 거부'를 부각한 뒤, "이렇게 부실하게 진행이 될 거면 굳이 필요가 있나 싶다"며 회의적 입장을 낸 시민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청문회의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덧붙여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 비판 없는 ‘국정조사 무용론’…정권 편향적 해석일 뿐
이번 청문회 파행의 가장 큰 책임은 국정원 핵심 증인들을 비호하는 데 몰두한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방해' 행각에 있다. 청문회를 진행해야 할 한 축인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내내 원세훈과 김용판의 증인채택은 물론, 국정원 직원들의 증인 채택까지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국정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비협조적 태도를 지적하지 않은 방송 3사가 국정조사 파행의 원인을 '제도 탓'으로 돌리는 보도를 내놓은 것은 부실한 분석일 뿐 아니라 정권 편향적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정권친위대 역할을 자행하며 새누리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정권에 불리한 의제는 축소·은폐·물타기보도로 진실을 호도해 왔던 언론이 이런 주장을 펼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