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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 26일) 오전 11시 대한문, 5,038인의 천주교 신부, 수녀, 수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GH의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습니다. 바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조속히 시행하고, GH를 향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이었지요.


약속은 목숨입니다


오늘자 경향신문 1면 하단에 이들 천주교 5,038인의 이름으로 실린 광고의 메인 카피입니다. 쌍차 해고 노동자들의 사연이 얼마나 절박하면, GH 약속을 사람 목숨과 동격으로 처리했을까 싶더랍니다.

대한문 앞 시국선언은 천주교 대표 30여 명의 엄숙한 기도로 시작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들과 했던 약속,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완전 무시하고 있는 GH, 그리고 그런 GH를 준엄하게 꾸짖기라도 하는 듯 시국선언을 하는 천주교 신부와 수녀, 수도자들의 주위에는 루카복음 12장 6절의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으신다'는 구절을 새긴 현수막이 세워져 있었으며, 기도와 시국선언문 발표는 모두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으신다"는 바로 그 구절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동영상 출처 : ⓒShalomsea


이미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 중 24명의 목숨은 허망하게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0일을 넘는 통곡에도, 종탑과 철탑위의 가혹한 인내에도, 140일에 이르는 매일의 기도에도 세상은 보란 듯이 평화롭다"는 말씀에 이은 "거짓 평화 아래 도구화된 인간노동, 계량화된 인간만이 남았을 뿐"이라는 대목에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떨굴 수밖에 없겠더랍니다.

또한, "정부와 여야, 그 누구도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는 말씀은 온전히 절망으로 다가왔으며, "제 스스로 '국민행복시대'가 얼마나 허망한 정치적 수사였고, 기만적 임기응변이었는지를 증명한 꼴"이라고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가슴 한켠이 시원하게 쓸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처 - 트위터리언 @playman0825


GH를 향한 신부님의 준엄한 꾸짖음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당장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따위의 관념의 궁전에서 내려와 평범한 일상의 애환을 진심으로 바라보아야"할 것이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거짓이 아닌 참으로 이 눈물들에 답하라"는 말씀으로 숨어있는 비겁함에는 돌직구로 응수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약속은 목숨"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아무리 잊고 사는 세상이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 한다면 그 말의 무게가 천금같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기억력이 나쁜 것인지, 오늘도 GH는 "국정원에게선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말로써 얼마나 자신이 경박한가를 증명하고 있더랍니다.


출처 - 트위터리안 @kim710821


기자회견에 나선 수녀님의 말씀처럼 수도자는 진보도, 보수도, 좌도, 우도 아니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로지 복음을 첫째 기준으로 삼는다는 말씀과 함께 "우리가 침묵한다면 거대한 악이 만연하고 약자들의 아픔을 양산해내는 사회 시스템에 동조하게 되는 것이기에 계속 기도하며 연대할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그래도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되는 당위성 또는 이유를 찾아낸 기분이더랍니다.

또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두려워하는 국민의 정부가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의가 사라진 국가이며,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잃어 버리고 국민들의 외침을 외면한다면 의로운 사람이 들풀처럼 일어날 것"이라는 말씀에서는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불끈 쥐게 되더랍니다.

대선공약을 이행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공약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신을 믿고 투표한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진정성이란 생각입니다. 무상보육 대선공약을 지켜달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에 고발할 것이 아니라, GH 자신이 먼저 자신의 공약 미이행에 대한 사과를 선행해야 합니다. 쌍차 문제도 길거리로만 몰지 말고, 그나마 어렵게 차린 분향소를 공권력을 동원해 걷어차려고만 하지 말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약속한 국정조사도 하루빨리 진행시켜야 하고요.

무엇을 더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한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으니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대답을 먼저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만고의 대역죄라도 되는 양 희생자를 위로하는 제단을 엎어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재갈까지 물리려 하는 것인지 당췌 알 수가 없겠더랍니다. 자! 그러니 비행기 타기 전에 빨리 대답을 하십시오. 쌍차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 하는 겁니까? 아니, 쌍차 문제 해결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기나 한 것입니까? 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