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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가 점점 이상해져 갑니다. 간첩 잡으라는 국정원은 없는 간첩을 조작으로 만들고, 이를 취재한 '추적60분'은 제 날짜에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합리적인 의혹을 제시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단 한 차례의 보수단체 협박전화로 상영이 중단되었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심하게 왜곡, 은폐, 과장 기술한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고, 여권의 강력한 차기대권주자로 손꼽히는 김무성은 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역사교실'이라는 정치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정권 후각이 발달한 새누리 소속 국회의원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히니, 가히 일제시대 '완장' 패거리에 다름 아닙니다.

세상에 자기 나라 역사 교과서를 강점기 점령국의 입맛에 맞춰 기록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으며, 역사의 진실을 외치는 이들을 좌파로 몰고 '좌파와의 역사 전쟁'을 다시 선포하는 노예근성 만땅인 자들을 보수라고 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겠는지요. 그것도 이 나라 집권당의 강력한 차기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나라가 온통 이 모양이니 지난 7월의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하고 RTV가 방송한 역사다큐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과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제1부)'에 대한 징계도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굳이 학습효과라는 표현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종편재심의 시에는 개똥 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촉'이런만, 어찌 이들 역사다큐에 있어서는 '방송심의 규정의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금지 조항 위반' 등을 적용해 각각 '관계자 징계 및 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해야만 했는지.

어쨌든 시민방송 RTV는 '백년전쟁'에 대한 재심의를 청구하면서 방송 심의가 아닌 정치적 심의였음을 강조했습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도 심의내용과 절차에서 커다란 하자가 있었음을 지적하며, 방심위가 '백년전쟁'에서 언급된 미국의 정부 문서, CIA 비밀자료 등을 문제 삼으면서도 막상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허위사실을 입증하거나 반박 근거를 제시하는 등 일련의 노력을 일체 하지 않았음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다음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발표한 "<백년전쟁>에 대한 '표적 · 정치 심의'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입니다.


<백년전쟁>에 대한 '표적 · 정치 심의' 중단하라


지난 7월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는 RTV가 방영한 <백년전쟁> 시리즈(‘두 얼굴의 이승만’, ‘프레이저 리포트-누가 한국경제를 성장시켰는가’)에 대해 어처구니없게도 ‘관계자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정권의 편향된 이념적 독단을 기준으로 정치심의를 자행한 것이다. <백년전쟁>에서 다룬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과 행적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고, 그에 대한 평가 역시 합리적 기반 위에 반듯하게 서 있었다. 시민방송 RTV는 시민액세스 채널로서 마땅히 방송할 만한 프로그램을 편성-방영한 것이다. 시민방송 RTV 측은 방통심위가 지적한 객관성․공정성․명예훼손 위반 적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12일 재심의를 청구한다고 한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재심의 청구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백년전쟁>은 시민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다수의 역사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해 만든 영상물이다. 비판적인 관점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백년전쟁>은 시민방송 RTV에 방영되기 이전부터 유튜브 등 인터넷 공간에서 수 만건의 조회수를 올렸다. 공중파가 이승만, 백선엽 등을 미화하고, 역사왜곡을 하는 상황에 신물이 난 시청자들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두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린 <백년전쟁>에 호응도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RTV 방영 후 <백년전쟁>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여당 추천 방통심위 위원들은 <백년전쟁>이 다룬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반론이나 반박은 제기하지 못한 채 본인의 정치적 지향과 감정에 매몰된 심의를 진행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대한민국 정통성 전면으로 부정하고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저주의 역사관을 심어주는 해악 프로그램(엄광석)”, “음란물만 문제가 아니고 역사를 객관적으로 조명하지 않은 것도 유해한 프로그램(박성희)”이라고 근거없는 헐뜯기에 나섰다. 또 권혁부 위원은 “이 다큐를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는 일관되게 건국의 정통성을 부인해왔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고 한미FTA를 반대한 단체”라며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의 활동을 문제 삼으며 정치적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등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게다가 <백년전쟁>의 사실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참석한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에게는 “천편일률적으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얘기만 하는 편협한 사람으로부터 진술을 들을 필요가 있냐”며 거부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어떻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진술조차 못하게 하는지 심의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뿐만 아니라 감정적 심의를 제지해야할 박만 위원장까지도 “초대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가장 소중한 자유민주주의 혜택을 받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우리 경제의 붐을 일으킨 결정적 역할을 해 다수의 국민들로부터는 물론이고 외국으로부터도 추앙받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등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전직 대통령을 건들였다’는 이유로 RTV <백년전쟁>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행위는 독재를 미화․비호하는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것이다. 또한 언론․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야만적인 통제와 검열임을 분명히 지적한다. 우리는 방통심위 위원들의 이러한 도 넘은 행위가 ‘정권에 대한 충성경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심의’를 무기삼아 정권이 불편해하는 목소리를 베어내는 방통심위라면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울러 시민액세스 채널에 대한 존재 이유부터 다시 고민하라. 퍼블릭액세스 채널은 시민들이 하고 싶은 주장과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송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민주적 여론형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규정한 방송법의 취지에 맞게 다양한 사회적 의제, 주류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 등 다종다양한 의견들이 소통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먼저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재심의를 통해 해당프로그램에 대한 ‘중징계’는 조건없이 즉각 철회돼야 한다. 여당 추천 위원들에게 경고한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국민들과 역사적 심판임을 잊지 말라.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