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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뒤집힌 4대강 감사결과, 입 다문 공영방송'이란 제목의 4대강사업 관련 방송 3사 시사프로그램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은 MBC 시사매거진2580 ‘강 속에 무슨 일이’ 편(2013년 1월 27일, 임소정 기자), KBS 취재파일K, ‘4대강의 길을 찾다’ 편(2013년 6월 21일, 김원장 기자), KBS 시사기획창, ‘역류하는 4대강’ 편(2013년 7월 16일, 박석호 기자) 등 총 3편이었으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뒤집힌 4대강 감사결과, 입 다문 공영방송


지난 7월 1일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를 진행하기 위한 예비사업’이라는 3차 감사결과를 내놨다. 임기 내에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MB정부의 거짓말을 감사원이 재차 확인해 준 셈이다. 감사원은 지난 1월에도 2차 감사를 통해 “4대강 사업에서 수질·홍수·가뭄 등 복합적인 문제를 확인했다”고 발표하며 ‘4대강으로 가뭄과 홍수를 해결했다’는 MB정부의 허위주장을 입증한 바 있다.

이같은 감사원의 2~3차 감사결과는 2011년 1월에 발표된 “4대강 사업에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1차 감사를 뒤집은 것이다.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시민·환경단체와 각계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부정하던 감사원이 올해 벌인 두 번의 감사를 통해 갑자기 입장을 180도 선회하게 된 배경에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처럼 MB정부의 거짓말이 속속 밝혀지는 동안 국민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진실을 얼마나 접할 수 있었을까?

2차 감사 결과가 발표된 올 1월부터 3차 감사 결과가 발표된 7월까지 방송3사 가운데 4대강 관련 방송을 내놓은 것은 KBS 2건, MBC 1건에 그쳤다. 국민혈세 22조 원이 투입된 국가사업이 ‘부실’과 ‘거짓’으로 점철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보도가 단 3건 뿐이었던 것은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나마 방송된 KBS와 MBC의 4대강 관련 프로그램은 감사원의 발표내용에 따라 비판 정도를 달리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1월 27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강 속에 무슨 일이’>는 2차 감사에서 4대강의 문제를 지적한 감사원과 감사결과가 과장되었다고 반박하는 국무총리실의 갈등을 그저 나열한 데 그쳤다. 프로그램은 10여 분의 시간 내내 양측의 주장을 차례로 구성하며 입장차만 전달했을 뿐,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뿐인 국무총리실의 입장에 대해 근거를 확인하거나 검증하는 과정은 없었다. MBC는 <시사매거진 2580-‘강 속에 무슨 일이’>를 끝으로 4대강과 관련된 방송을 내놓지 않았다.

KBS의 경우 2차 감사결과가 끝난 지 5개월이나 지난 6월 21일에서야 <취재파일K-‘4대강의 길을 찾다’>를 내놨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뒤집힌 감사원의 감사발표나 MB정부의 거짓말을 파헤치기 보다는 4대강 사업으로 얻게 될 ‘득실’을 비교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상반되는 입장의 두 전문가 견해를 교대로 제시하는 단순나열일 뿐이었다.

그나마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을 심층적으로 풀어낸 보도는 3차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방송된 KBS <시사기획창-‘역류하는 4대강’> 1건에 불과했다. 7월 16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창-‘역류하는 4대강’>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비교적 상세히 조명했다. 프로그램은 그동안 방송된 4대강 프로그램에 비해 '치수가 불가능한 실태', '수문의 안정성 등의 부실시공 문제', '수질오염으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과 녹조현상',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예비사업으로 둔갑하게 된 정황' 등을 자세히 드러냈다.

그러나 역시 사업초기부터 이미 시민·환경단체에 의해 제기되어온 문제제기와 감사원 감사결과를 답습한 데 지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감사원이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에 대해 진실추적조차하지 않은 점', '망가진 4대강에 대한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으나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4대강 국민검증단은 4대강 사업이 야기한 문제들을 조사한 결과 복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보도에서는 그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4대강 사업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입된 대규모 국가사업"임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충분히 수행하지 않는 공영방송의 소극적인 태도가 무척 아쉽다"며 개탄했습니다. 또한, "국민이 신뢰하는 언론은 대상에 관계없이 의혹을 밝히고 문제를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며, "KBS와 MBC가 그 역할을 다하여 신뢰받는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