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입니다만, 우리나라 정치판은 전혀 새로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11월 18일) 국회에서 있었던 '2014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에서 박근혜는 "야당에서 문제제기하는 사안들에 대해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한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원칙론에 입각한 입장만 내세웠습니다. 여야 한 쪽 의견이나 개인적인 의견에 움직일 수 없으며,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이뤄내는 것들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입니다.

한 국가의 최고통치권자라면 반드시 취해야 할 당연한 자세일 뿐입니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들에 대해 존중하지 않거나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를 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대통령이라면 단 하나라도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박근혜가 피력한 대통령의 자세나 입장과는 달리, 그 같은 여야 합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과연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 집권여당이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것입니다. 야당의 주장은 무조건 외면하고, 끊임없이 종북타령으로만 일삼는 것은 물론이요, 보편적 상식을 실천하는 관료와 검사들을 찍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새정부 출범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대립국면에 있는 국민적 의혹을 빠른 시일 내에 진상규명하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응분의 조치 취할 것”이라는 박근혜의 열변이 허무하게 들릴 뿐입니다.

대립과 갈등을 끝내기를 소망한다면, 정권의 개들로 포진시킨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줄 것을 호소하기에 앞서 사법적 독립을 선행시켜야 합니다. 내년에 있을 지방 선거를 비롯한 앞으로의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말로만 공직기강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자행된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의혹부터 명확하게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과 같은 적극적 행동이 필요한 이유이며, 국정원 개혁 방향을 놓고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국정원 수사권 폐지, 국내파트 해체 등과 같은 강도 높은 개혁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까닭입니다.

물론 집권여당인 새누리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및 시민단체의 특검법 제정 요구를 무조건 거부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현재 재판 중인 국정원의 불법행위도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으니 만큼 수사를 방해하거나 장악된 언론을 통해 물타기에 올인하기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 외신들이 앞다투며 보도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상실에 대해서도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요.

쉬쉬하는 것만으로 사태가 진정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선거에서 필요한 51%의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것은 무척이나 불행한 일입니다. 물론 최대 피해자의 1순위는 국민일 수밖에 없겠지만만, 그렇게 숨죽이며 무관심하던 국민 하나하나가 언제 다시 거센 밀물이 되고, 해일로 커져, 정권을 심판할지 모를 일입니다. 20차례에 걸친 촛불시민의 분노가 임계치에 근접했다는 것,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는 두려움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