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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으니 회사를 그만 두라. 잠시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 이건 대통령의 뜻이다. 거역하면 길환영 사장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눈물까지 보였다.


5월 16일 김시곤 前 KBS 보도국장이 긴급 기자총회에 참석, 지난 1년5개월 동안 보도국장을 하면서 청와대와 길환영 KBS 사장으로부터 보도 외압을 받아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자신의 보도국장 사임 역시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한국기자협회는 "공영방송 KBS 보도와 인사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해 온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제한 뒤, "박근혜 정권은 KBS의 보도와 인사에까지 간섭해 왔으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지켜야 할 길환영 사장은 사사건건 개입하며 보도 통제를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16일 저녁 열린 KBS 기자협회 긴급 총회에 참석한 김시곤이 보도국장으로 일한 지난 1년 5개월 동안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보도 관련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지요. 그 때문에 김시곤은 취임 이후의 박근혜에 대한 비판 보도는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고,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 보도만 단 한 건에 그쳤다고요.

또 김시곤은 길환영의 '정치뉴스 직접개입' 사실도 폭로했습니다. 길환영의 '대통령을 모시는 원칙'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박근혜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것이었다지요. 해외 순방 때는 박근혜에 대한 리포트의 수를 늘리라는 지시까지 길환영이 직접 했다고.

이 뿐만이 아닙니다. "여당의 모 의원이 TV에서 얘기하는 날은 반드시 전화가 왔다. 어떤 이유가 있건 그 아이템을 소화하라, 일방적으로 할 수 없으니까 야당과 섞어서라도 하라"는 지시도 직접 내렸다고 하니 경악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어땠을까? 이 또한 매한가지였습니다.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해경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청와대 요청을 김시곤이 따르지 않자, 길환영을 통해 전달받게 되었다고요. 굳이 김시곤의 폭로가 아니더라도 한 번이라도 방송을 보았던 시청자라면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일이었을 터, 오죽하면 외신을 더 신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싶습니다. 사족일 뿐이겠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보도에 대해서도 "순서를 내리라"는 등의 주문이 있었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지 싶더랍니다.

한국기자협회는 또,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사안이 굉장히 심각해 KBS에 최대한의 노력을 부탁했다'고 말했다"며, "'김시곤의 사퇴'와 '길환영의 세월호 유가족 사과'에 개입했음을 시사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뭐, 이 정도면 정말이지 막나가자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모든 게 비단 KBS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알아서 설설기는 방송과 정권과 자본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언론이 양산하는 악취나는 쓰레기, 그래서 이 사회는 기자를 기레기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뒤늦게나마 이런저런 자리에서 양심선언 비스무리하게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결될 일은 결코 아닐 터, 그러니 방송과 언론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방송·언론독립'의 기치를 내세워야 할 것입니다. 방송과 언론의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패기가 너무나 간절한 요즘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