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Ⅰ. 착한소비와 착한마케팅


언제부턴가 착한소비라는 말이 등장했다. 사회적으로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비를 하자는 움직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커피나 초콜릿 같은 저개발국가의 농작물에 대한 공정무역 혹은 공정거래(Fair Trade)를 중심으로 착한소비 혹은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erism)라는 말이 생겨났다. 착한소비는 점점 그 범위를 넓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나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 등으로 그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소비의 반대편에는 소비를 유도하는 활동이 있기 마련인데 착한소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착한소비를 유도하는 다양한 활동이 생겨났다.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 윤리적 측면이 강화된 상품의 판매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마케팅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이 공익을 표방하며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착한마케팅’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한다.

다양한 종류의 착한마케팅이 전개되면서 그 개념과 범위에 대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또 착한마케팅의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과 회의적인 견해가 교차한다.


1. 착한마케팅의 개념


착한마케팅의 연원을 마케팅 이론에서 찾아본다면 사회지향적 마케팅(Societal Marketing)과 대의명분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을 들 수 있다.

사회 마케팅(Social Marketing)이라는 용어도 있지만 이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사회 마케팅은 사회의 공익 이슈 자체를 마케팅 하는 것, 예를 들면 금연이나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 같은 것으로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윤리적 소비를 촉진하고자하는 착한마케팅과는 다르다.


● 사회지향적 마케팅

사회지향적 마케팅은 마케팅 학계의 거장인 코틀러(Philip Kotler) 등이 주창한 개념으로, 소비자의 니즈뿐만 아니라 사회의 장기적 이익도 고려하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이 선호해서 잘 팔리는 어떤 과자가 비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경우를 생각해보자. 전통적인 마케팅 관점이라면 법규에 따라 그 과자의 열량과 지방 함량 등을 표시했으니 적극적으로 판매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회지향적 마케팅 관점에서라면 기업은 이러한 과자를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거나 그 판매를 감소시키는 역마케팅(De-marketing) 노력을 취해야 한다.

사회지향적 마케팅의 개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유사하나 그 대상과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CSR은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의 가치사슬상 모든 부문, 또 가치사슬 밖의 지원부문에서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공장을 지을 때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것, 종업원의 건강과 안전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사무 공간에서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 등은 CRS 관점에서 필요한 활동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지향적 마케팅은 아니다.

또,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직접적 관련 없이 수행되는 사회공헌활동, 예를 들면 기업차원의 후원이나 자선활동, 환경보호 캠페인 등은 CSR 관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사회지향적 마케팅과는 관련이 없다. 부언하면, 특정 상품의 판매와 연계될 때 사회지향적 마케팅이 성립될 수 있다.


● 대의명분 마케팅

대의명분 마케팅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특정공익 활동에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상품 판매액의 일부를 결식아동돕기에 활용하거나, 나무심기에 활용하는 등의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사회지향적 마케팅이 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마케팅 이념에 가깝다면 대의명분 마케팅은 구체적인 활동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사회지향적 마케팅은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추진할 수 있으나 대의명분 마케팅은 명확한 목적을 지닌다.


2. 착한마케팅의 특성


● 착한마케팅의 목적

여러 기업이 마케팅에 공익을 담는 이유는 같지 않다. 공익이 궁극적인 목적인 경우도 있으나, 많은 경우는 수단 혹은 부수적인 목적이며 주된 목적은 역시 사업 자체에 있다. 물론 공익이 수단이라고 해서 그 의미가 없어지거나 공익을 표방한 사익의 추구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기업이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공익이 가미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공익을 통해 추구하는 사익도 기업마다 다르다. 특정 상품의 판매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착한활동이라는 이유로 가격을 올려 받는 것을 겨냥하기도 한다. 또, 브랜드 이미지나 기업 평판을 높여서 장기적, 간접적으로 판매 제고를 도모하기도 한다. 이 중 어떤 목적을 갖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거나 기업에 더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목적과 활동의 정합성이다. 기업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그러하지만, 특히 공익을 지향하는 마케팅 활동에서 목적과 활동의 정합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 정합성에 따라 착한 마케팅의 성패는 좌우된다.

또 착한마케팅의 목적은 기업 자체의 이념과 공유가치, 비전과 궤를 같이 하는것이 바람직하다. 기업 자체의 이념이나 공유가치와 관련성이 낮다면 착한마케팅은 장기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 착한마케팅의 지향점

착한 마케팅은 무엇을 위하느냐에 따라 나누어볼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은 국내의 소외계층이나 저개발국가의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또, 요즘 들어 많은 활동이 지향하는 것은 지구의 지속가능성 제고다. 환경보호, 자원절감 등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거래 관계의 불공정이나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을 지향하는 활동도 많다. 이렇게 볼 때 CSR 활동에서 지향하는 것은 모두 착한마케팅의 지향점이 될 수 있다.


● 착한마케팅의 범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착한마케팅은 기업이 고객에게 판매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상품이 생산되어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사슬 관점에서 볼 때 착한마케팅은 다시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상품 자체에 공익성을 담는 활동이다. 환경친화적인 제품, 저개발국가의 노동력에 대해 공정한 대가를 지불한 상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음은 판매 과정에 공익성을 담는 활동이 있다. 인도의 힌두스탄 레버는 저가의 고품질 세제를 판매하면서 기존의 채널을 활용하지 않고, 농촌 지역의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여 샥티(Shakti)라는 이름의 직접판매 채널을 구축했다. 그 결과 판매과정에서의 과실이 많은 수의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상품의 판매결과에 공익성을 담는 활동이다. 매출액 혹은 이익의 일부를 공익활동에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가장 흔히 수행되는 착한마케팅 활동이다.

한편 비영리조직의 모금이나 기부활동까지 착한마케팅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인 구달 연구소(Jane Goodall Institute)는 폐기 휴대폰을 수거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콩고의 고릴라 서식지에서 주로 채굴되는 콜탄(Coltan)이라는 광물의 양을 줄여 고릴라를 보호하고, 또 재활용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 활동은수익금을 목표로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활동이지만, 착한마케팅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고객에게 전달되는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Ⅱ. 착한 마케팅의 명암


공익을 지향하는 많은 마케팅 활동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성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잘 알려지지 않은 착한마케팅 활동들은 물론이고 대중의 기대를 한껏 받았던 활동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공익을 지향하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 프로덕트 레드

‘프로덕트 레드(Product Red)’는 2006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시작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착한마케팅이었다. 이는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Red’라는 공동 브랜드를 소유한 특수법인을 중심에 두고, 참여기업은 공동브랜드를 사용한 대가로 일정액을 기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프로덕트 레드는 아프리카의 에이즈 환자를 돕기 위해 팝 그룹 U2의 리더인 보노(Bono)와 사회운동가인 슈라이버(Bobby Shriver)에 의해 설립되었다. 애플(Apple), 모토로라(Motorola), 델(Dell), 마이크로 소프트(Microsoft), 갭(GAP), 아르마니(Armani),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스타벅스(Starbucks) 등 많은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애플은 ‘Red’ 브랜드를 단 아이팟 나노 한 대가 팔릴 때 10달러를 기부했고, 갭은 해당 제품판매이익의 50%를 내놓기로 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해당 카드사용액의 1%를 기부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레드’ 카드를 사용하여 커피를 구매할 때 컵당 5센트를 기부한다. 프로덕트 레드를 알리는데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와 오프라 윈프리(Oprah Winrey) 같은 유명 인사들도 발벗고 나섰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의 실적은 우울하다. 광고 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에 따르면 프로덕트 레드는 론칭 후 1년간 1억 달러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썼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기부금 수익은 같은 기간 1800만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분석 하에 공동브랜드를 통해 착한마케팅을 추진하는 것보다 차라리 광고비를 단순 기부하는 게 더 낫겠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있었다.

한편, 프로덕트 레드의 자체 분석은 이와 다르다. 론칭 2년 후 1억 달러를 돌파하고 지금까지 모인 금액은 약 1억 3000만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의 추정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금액이지만,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많은 유명브랜드가 함께 노력한 결과치고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론칭 3년차부터 그 수익금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이 마케팅 활동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 탐스 슈즈

탐스 슈즈(TOMS Shoes)는 착한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사례 중 하나다.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회사는 신발 한 켤레를 저개발 국가의 헐벗은 어린이들에게 기증한다는 것이 탐스 슈즈의 착한마케팅 모델이다. 탐스 슈즈는 프로덕트 레드와 같이 2006년에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창업자인 마이코스키가 주변의 도움 없이 자신이 운영하던 운전학원을 매각한 자금으로 창업한 탐스 슈즈는 단기간에 크게 성장했다. 2009년에는 30만 켤레의 신발을 남미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기부했다. 판매 지역도 확대하여 올해는 우리나라에도 독립점포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신발 이외의 영역으로 사업대상을 확대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손댄 분야는 스케이트 보드다. 고객이 스케이트 보드 하나를 살 때마다 다른 하나의 스케이트 보드를 기부한다.

똑같이 공익을 지향하는 마케팅인데 왜 어떤 경우는 성공하고 어떤 경우는 실패할까. 공익을 앞세운 마케팅이 실패하는 이유로 흔히 거론되는 것은 홍보부족과 공익을 앞세운 사익추구다. 그런데 프로덕트 레드의 사례는 이 같은 일반적 이유가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프로덕트 레드는 유명인과 유명브랜드를 내세우고 엄청난 광고와 언론홍보가 동반되었다. 그런데도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또, 공익을 앞세운 사익추구라는 면에서 프로덕트 레드는 누구보다 깨끗하다. 프로덕트 레드 마케팅을 총괄하는 회사는 수익을 가져가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고, 고객이 기여한 돈은 100% 아프리카에 전달된다는 점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한편, 탐스 슈즈는 소리소문 없이 사업을 시작했고, 개인회사로 운영되기에 투명성은 프로덕트 레드보다 낮을 수 있음에도 결과는 성공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가 착한마케팅의 성패를 갈라놓는 것일까.


Ⅲ. 착한 마케팅의 성공 포인트


1. 팔리는 상품에 공익을 추가


공익성을 앞세운 제품들을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왠지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착한마케팅 차원에서 이들 제품을 판매하는 주체들도 물건의 품질이나 기능을 강조하기보다는 좋은 동기를 지닌 상품이니 구매하라는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친환경 제품이나 공정무역 농산품 등을 보면 몸에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선뜻 눈이 가지 않는 상품이 많다. 이 같은 상품은 ‘착한마음’으로 몇 번 구매할 수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몸에 좋은 것보다 입에 단 것을 구매하는 성향(Hedonic Consumption)을 갖고 있다. 유기농식품 전문점의 성장이 생각보다 느리고, 비만의 공포 속에서도 뷔페 음식점이 늘어나고, 고혈압을 걱정하면서도 고기 소비를 줄이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도 장기적으로 좋은 것보다 단기적으로 즐거운 것을 찾는 마당에 타인에 대한 소비는 말할 것도 없다. 고객의 눈과 손이 자연스럽게 가는 상품이 아니라면 아무리 공익을 앞세워도 지속적으로 팔리기는 어렵다.

탐스 슈즈에서 파는 신발은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를 기부한다는 공익성을 제거해도 그 자체로 독특한 물건들이다. 남미의 인디오 예술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디자인의 신발은 이국적인(Ethnic) 취향의 유행을 타고 충분히 고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아이템이었다. 또, 모양은 남미의 전통 신발에서 모티브를 따오되, 기능적으로는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 탐스 슈즈를 구입하는 고객들 중에는 이 회사의 착한마케팅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대중성이 높지는 않지만 등산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인기 있는 아웃도어 용품 업체인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설립 초기부터 친환경, 자연보호에 관한 공익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제품 또한 친환경이라는 공익성을 제거해도 디자인과 기능 등 전체적인 상품성이 뛰어나다.


2. 주력 제품 중심의 착한 마케팅


공익을 기업 존립의 주된 목적으로 삼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 아닌 일반 기업들은 착한 마케팅을 자사의 주력상품이 아닌 주변상품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착한마케팅에 힘입어 팔아보려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잘 팔리는 기존 상품의 이미지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착한마케팅의 도움으로 판매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다. 프로덕트 레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 이면에는 참여 기업들이 일부제품 혹은 매출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프로덕트 레드 제휴 스타벅스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의 매출만을 프로덕트 레드의 기부 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대부분의 고객은 프로덕트 레드에 기여할 기회를 갖기 어려웠고, 그 결과 이것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게 되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판 프로덕트 레드라고 할 만한 대규모의 공동 마케팅 캠페인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제품들도 상당수는 주력제품이 아니라 인지도가 낮은 제품이거나 신상품이었다.

기업이 착한 마케팅을 통해 노리는 효과가 특정 상품의 단기적인 인지도 제고나 언론 노출을 통한 기업홍보 이상의 것이라면 착한마케팅의 대상은 주력제품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력 제품을 착한 마케팅에 투입할 때는 제품의 아이덴티티와 지향하는 공익 활동의 이미지가 서로 어울리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몇몇 금융기관들이 특정 스포츠나 체육인 등을 후원하는 금융상품을 내놓은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고객은 금융상품과 스포츠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금융기관들이 대외홍보 효과는 거두었을지 모르나, 상품을 통해 공익과 고객을 이어주는 착한마케팅을 수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


3. 지속가능한 공익활동 선정


착한마케팅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공익활동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적 이슈에는 시들해지는 이슈와 점점 더 강해지는 이슈가 있다. 기왕이면 좀더 오랫동안 관심을 끌 수 있는 대상을 고르는 게 효과적이다. 이런 접근은 기업 입장에서만 공익을 바라보는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필요성이 지속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가치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핵이나 어린이 심장병은 80년대까지 심각한 문제였으나 이제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큰 이슈가 아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에 동물들의 생존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고릴라나 오랑우탄 같은 영장류는 말할 것도 없고, 파충류나 양서류 때문에 중요한 개발계획이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중요성이 커지는 이슈를 조기에 발견하여 선점하는 혜안이 착한마케팅의 장기적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장기적 관점에서 이슈를 선정할 때 가능하면 이슈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관점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슈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라는 큰 이슈 아래 1-2년마다 구체적인 실천 이슈를 선정하여 추진한다. 지금은 야생동물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북극의 일정 지역을 야생동물 보호 구역으로 영구보존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핵심 이슈에서 파생되는 이슈들을 끊임없이 발굴하여 일관성 속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은 이 회사의 공익활동을 바라보는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 관심을 끄는 것은 물론 회사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기를 계속적으로 고취시키는 역할을 한다.


4. 단순하고 명확한 활동 제시


착한마케팅을 전개하는 기업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익기여 방식은 수익금의 일부를 특정 활동에 쓴다는 식이다. 그런데, 수익금이라는 것부터가 모호하다. 어떤 경우에는 매출액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순이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기여 금액 중에 얼마가 공익활동에 직접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탐스 슈즈는 이러한 우려에 대한 시원한 해법을 제시한다. 신발 한 켤레 구입에 다른 한 켤레를 기부한다는 방식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다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마찬가지로 착한마케팅에서도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프로덕트 레드는 고객이 기여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명확하게는 보여주었으나 단순하게 전달하지는 못했다. 프로덕트 레드의 웹 사이트인 Joinred.com에서는 ‘How Red Works’라는 이름으로 이들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기금이 어떻게 전달되어 어떻게 쓰이는지, 구체적으로 에이즈 진단과 투약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또 갭(GAP) 티셔츠 한 장을 구입하면 9일분의 약품이 환자에게 공급된다는 식으로 특정 상품을 구입했을 때의 효과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고객의 마음에 기억될만한 핵심적인 내용이 잘 부각되지 않고 있다.

한편, 스타벅스는 커피 9잔을 마셔야 하루치의 약품이 전달되는 등 브랜드 간 기여액의 차이도 크다. 이러한 차이는 고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5. 공동 마케팅에서 탈피


공익을 지향하는 마케팅은 흔히 공동 마케팅 형태로 추진된다. 함께 추진하면 비용은 적게 들면서 홍보효과가 높다는 것이 이유다. 또, 좋은 일은 함께 하면 더 좋다는 막연한 생각, 즉 공동체를 위한 마케팅이라면 여러 기업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선입견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사의 착한마케팅이 단기적인 홍보효과를 위한 것이라면 공동 마케팅은 적합한 선택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착한마케팅을 장기적으로 수행할 생각이라면, 이는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야 할 선택이다.

앞에서 착한마케팅의 성공 포인트로 상품과 공익과의 정합성 확보, 지속가능한 공익 선택, 단순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등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특정 기업의 관점에서 가능한 포인트다. 여러 브랜드가 모이게 되면 각기 브랜드의 성격이 다르고, 참여 기업들의 관심과 의지가 다르기에 하나의 방향성 아래 일관되게 착한마케팅을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착한마케팅을 단순히 참여하여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공생(Win-Win)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모든 결정권은 해당 기업이 지녀야 한다. 브랜드와 공익의 조화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전체 상품군 중 일부 제품라인 혹은 서브 브랜드를 공익 위주로 운영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착한소비, 착한마케팅은 공공의 이익을 지향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객의 감정적 소비행태와 기업의 복잡한 현실이 숨어 있다. 당위적 이유를 내세워 개인과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착한마케팅은 성공하기 어렵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착한마케팅을 위해서는 고객과 기업, 공익 중 모두가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출발점은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상품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착한마케팅 전략이다. 출처 - LG Business Insight 1064호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