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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세월호 대책회의)는 성명을 내고 "인간 존엄의 깃발을 다시 세워 참사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1명의 세월호 실종자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오늘, 비통한 소식을 접한다. 구속된 선원의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 문제로 괴로워하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안타까움이 더 하다. 26일 진도경찰서 김 모 경위가 진도대교에서 투신해서 실종된 상태다. 김 경위는 세월호 사건 이후 이날까지 희생자 유족이 있는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근무했다.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한다. 김 경위의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느냐?”며 슬퍼한 소식처럼 우리 모두 같은 탄식을 할 수 밖에 없다.


출처 - [박용석 만평] 7월 1일



대통령부터 나서서 ‘세월호를 잊고 경제부터 챙기자’고 이야기했다. 참사의 범인으로 지목된 유병언 부자를 잡기 위해 전국 곳곳에 전단지를 붙이고 반상회를 열었다. 철저한 국정조사를 약속한 국회는 가족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표류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축소 조사할 지에만 여념 없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분노조차 보탤 힘이 작아 지고 있다.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국무총리는 유임되고 결국 ‘최종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눈물 흘리던 대통령은 세월호에서 이미 탈출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한 악의적인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 진실을 덮기 위한 권력은 거대하고 집요한 힘으로 참사를 덮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잊지 않겠다’는 많은 이들의 약속은 왜소해 지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잔인한 세월을 살고 있는지 다시 주목해야 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깊은 슬픔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가족들이 거리에 나와 진상규명을 외쳐야 하는 현실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국가가 나서서 눈물을 닦아 주어도 모자란 비극 앞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말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러한 국가를 지탱하는 우리는 모두 가해자가 아닐까. 우리는 ‘잊지 않겠다’는 약속 앞에 정직해야하지 않겠는가. GOP 총기난사로 사망한 장병들의 부모들의 호소에 주목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왕따 등 개인 간의 갈등 문제로 접근하려는 태도는 관리 책임자인 자신들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나아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유가족들은 군 당국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병영관리를 보면서 임 병장에게도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 당국의 태만으로 죽어간 우리 아들들뿐만 아니라 임 병장도 저희들에게는 지키고 보듬어야 할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직후 장성요양병원, 서울지하철 등 곳곳에서 인간존엄을 중심에 두지 못한 선로 이탈이 잇달았다. 소중한 생명들이 운명을 달리하고 다쳤다. 아직 우리는 애도의 시간을 끝내지 못했다. 충분히 슬퍼하고 진실을 규명하고 우리가 잃어버린 ‘사회’를 되찾기 위한 이야기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와중에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스스로를 지우려 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가 같아서는 안된다. 이윤을 불리기 위해 낡은 선박을 고치고 과적하고 항로를 이탈한 자본의 선박과 규제 완화가 경제 개혁이라면서 자본의 편에 서서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정부를 가만 두어서는 안된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 세월호의 침몰은 막을 수 없는 미래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내각 누구도 세월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지금 잇다른 죽음에 대해 정부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참사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애달픈 죽음 모두를 책임져야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과 정부다. 그것을 놓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정부는 다시 또 다른 죽음들을 부르고 있다.

계속되는 부고를 접하면서, 다시 인간 존엄의 깃발을 세우자고 제안한다.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확대되고 있다는 위험 신호를 놓치지 말자. 우리는 더 많이 슬퍼해야 하며 더 많이 모이고 더 많이 꿈꾸고, 더 많이 연대해야 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사회’를 되찾아야 한다. 그 첫 번째 길이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 성역없는 처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약속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비극은 자본의 욕망, 무능한 정부를 제어하고 인간이 존엄한 사회를 되찾지 않는 한 끝나지 않는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