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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0월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정문 앞에서는 아주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등장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글날 공휴일 지정 반대를 주장하는 '경총'을 향해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가 재현한 '도끼 상소'였습니다.

이날 '도끼 상소'를 준비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단순히 일을 오래한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지 않다"며, "오래 일하지 않는다고 경제가 나빠진다는 단순 논리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흐름과 너무 동떨어진 생각"이라고 주장했다지요.





그리고 다음날, TBS 교통방송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서는 전날의 화제였던 '도끼 상소'를 주제로 다루면서 "도끼 상소라는 것은 도끼를 들고 대궐 앞에 가서 상소를 올리는 것"이며,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차라리 그 도끼로 죽여달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교통방송은 '도끼 상소'의 유래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도끼 상소를 처음 올린 사람은 고려 충선왕 때의 우탁(禹倬)이라는 사람입니다. 충선왕이 아버지 충렬왕의 후궁과 간통하는 패륜을 저지르자, 우탁은 도끼를 들고 대궐에 가서 상소를 올리고, 충선왕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신하들을 꾸짖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중봉(重峯) 조헌(趙憲)이 선비의 신분으로 도끼 상소를 올려 널리 알려졌습니다. 조헌은 1589년 만 글자가 넘는 상소를 올려 조정 관원들의 죄를 따졌는데, 우탁이 했던 것처럼 도끼를 들고 대궐에 가서 상소를 올렸습니다. 구한말의 의병장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 역시 강화도 조약을 반대하며 고종에게 도끼 상소를 올린 일이 있습니다.

우탁이 처음 도끼 상소를 올렸을 때는 임금과 신하들이 그의 행동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였습니다. 하지만 조헌과 최익현이 도끼 상소를 올리자 사람들은 무모하고 어리석다며 비웃었고, 결국 그들은 귀양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사람들이 너도나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도끼 상소를 올렸지만, 똑같은 행위가 반복되자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죽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도끼 상소는 그야말로 퍼포먼스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불탄이 이렇듯 '도끼 상소'를 언급한 것은 이러한 퍼포먼스가 어제(7월 1일)도 청와대에서 가까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또 다시 재현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초생활수급 노인들과 노년유니온·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 18개 시민 및 복지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연대'(기초연금연대)는 '도끼 상소'를 재현한 기자회견을 열고, 가난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 혜택을 받게 해 달라며 다음과 같이 상소를 올렸습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선친을 따라 일만 하며 60년대와 70년대를 살았던 우리를 박근혜 대통령 전하께서 속일 리는 없겠지요? 오늘 기초연금으로 20만 원 줬다가 내일 기초생활보장급여에서 20만 원 빼앗아 가는 기초연금, 아니되옵니다!


'도끼 상소'에 참가한 한 '기초연금연대' 회원은 "지금껏 94세 노모와 함께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로 지급 받는 47만 원으로 근근이 생활했다"며, "정부의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아도 생계급여가 27만 원만 나온다면 대체 무엇이 달라지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과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월소득 87만 원 이하(1인 가구 기준)인 65세 노인에게 매달 10만~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만, 전국의 40만 명에 달하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여기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기초연금은 소득으로 간주되기 때문인데요, 이런 연유로 기초연금을 받으면 '중복급여'로 판정되고, 그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현금급여(생계·주거급여)는 그만큼 자동 삭감되는 구조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기초연금을 포함한 총 소득액이 최저생계비(1인 60만 원)를 넘는 경우엔 기초생활수급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고 하니 결국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황당한 정책이라 할 것입니다.

당췌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이런 '뻘짓거리'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그에 야합한 여야의 '밥그릇 정치'가 혐오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너희 같은 밥버러지들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머지않아 저 서슬퍼런 도끼를 닮은 민초들의 거센 저항에 반드시 굴복당하게 될 것임을.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