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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 죽고 , 고객에 산다


마케팅의 사전적 의미는 ‘생산자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 데 관련된 모든 체계적 경영활동’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사전적인 의미일 뿐이다. 마케팅의 본질은 어떤 의미에서 ‘모든 촉수를 고객에게로 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체크하고, 불편함을 살피고, 좀 더 원활하게 서비스하기 위해 배려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되고 ‘성공적인 마케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택배 사업 1위 기업 야마토운수는 1970년대에 택배 사업에 진출하면서 초기에는 악전고투했지만 결국 ‘모든 촉수를 고객에게’라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마케팅을 정착시킨 기업이다. 이들은 마케팅에서 고객을 향하는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야마토운수는 창업 후 순조롭게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1970년대에 시작된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오히려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경제 순환 속도가 빨라지고 화물량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장거리 운송이 늘어났지만 야마토운수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야마토운수는 경쟁업체들에게 밀리면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갔다. 장거리 화물 운송 분야에서는 ‘트럭 강자’라고 불리던 일본통운이나 세이노운수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소형화물 분야에서는 사가와큐빈 등 신흥 업체의 약진에 밀려 뒤처졌다. 한마디로 ‘샌드위치’ 신세였던 것이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구라 마사오(小倉昌男) 사장이 취임했지만 그는 오히려 ‘개인화물 고속화물 배달’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비즈니스인 ‘택배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택배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과 ‘업의 개념’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대형 고객이자 일본 최대 규모 백화점인 미쓰코시백화점 및 마쓰시다전기와의 거래도 중단했던 것이다. 이 두 거래처는 야마토운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그곳을 끊어낸다고 하니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출발한 셈이었다. 그러나 몇 년 후 야마토운수는 전체 일본 택배 시장의 40%를 장악하면서 최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바로 고객을 똑바로 쳐다보고 기업 활동의 모든 촉수를 고객에게 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하는 마케팅 1 = 고객의 문의에 40초 만에 대답하라, 네코 시스템


야마토운수를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은 결정적인 것은 다름 아닌 ‘네코 시스템’이었다. 이는 ‘기업의 논리에서 고객 논리로의 전환’이라는 심도 깊은 철학적인 배경까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택배 사업의 원시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일본철도화물은 고객에게 매우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다. 즉 ‘소형화물이 무슨 돈이 되겠느냐’는 투였기에 ‘물건을 가지고 오면 배달은 해주겠다’는 식이었다. 당연히 고객의 불만은 여러 방면에서 쌓여갔다. 자신의 화물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언제 배달되는지, 배달은 제대로 됐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고객은 오히려 기업에게 감사해야 할 처지였기에 그런 ‘무리한 부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코 시스템은 바로 이 모든 불만을 혁신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익일 배송과 배달 시간에 대한 고객의 문의에는 즉시 답을 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이뤄냈기 때문이다. 네코 시스템은 ‘화물추적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휴대용 POS단말기를 모든 운전사에게 지급함으로써 고객의 모든 응답에 즉시 대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날짜, 요금, 지정일, 집배담당 직원 등이 입력된 이 단말기 하나라면 고객의 문의가 있을 때 40초 안에 그들의 모든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결해줄 수 있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놀라운 ‘감동 서비스’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사고율은 0.005% 이하로 낮아져 높은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야마토운수가 1976년 처음 택배 사업을 시작했을 때 한 해에 170만 개의 소포를 운반하는 것에 그쳤지만 10년 뒤인 1988년에는 무려 3억 4,000만 개로 늘어났다. 일본 전체의 우편 소포 2억 3,000만 개를 월등히 앞서게 된 것이다.


성공하는 마케팅 2 =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는 차량마저 개조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차량의 운전석이 우측에 있는데다 좌측통행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만약 운전사가 차를 길에 세워놓고 차에서 내리려고 한다면 길가 쪽이 아니라 도로 쪽으로 내려야 한다. 물론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내릴 일이 별로 없으니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소형화물을 배달해야 하는 야마토운수 같은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택배 시스템의 특성상 차를 길가에 세워놓아야 하는 일이 수시로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럴 때마다 운전자가 우측으로 내려 다시 돌아서 도로로 가려면 번잡하기 그지없었다.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비가 오면 몸이 젖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루에 택배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리는 횟수는 무려 80회다. 결국 야마토운수는 차량 자체를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큰 의미가 없는 좌측 운전석을 없애고 이곳에 무전기나 사무용 소형 책상 등을 놓았으며 운전자가 차에서 내릴 때도 바로 좌측으로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결론적으로 운전기사들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운전기사들의 편의성이 아니었다. 이 모든 과정이 바로 대고객 서비스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활동이 효율적이고 마음이 편한 운전자는 더욱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었고 고객을 대할 때도 한 번이라도 더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객들은 이제 일본철도화물의 고압적인 자세와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성공하는 마케팅 3 = 고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힘, 혈관 조직


결국 택배 사업은 고객의 세심한 마음을 파고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굳이 우체국에 가지 않아도 알아서 수거해주고, 또 편안히 집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마토운수는 이를 위해 이른바 ‘에어리어 센터(Area Center)’ 개념을 도입했다. 각 팀은 7명 정도의 영업 담당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각각 하나의 독립점포 역할을 했다. 이들은 단순히 직원 개념이 아니라 영업이익이나 인력 등 모든 것을 알아서 관리해야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전거와 손수레를 이용해 도심 곳곳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소형 화물 운반 수단들은 배달과 집배 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켰고, 이로써 1일 배달 건수를 10% 이상 늘릴 수 있었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고객들이 택배의 편리한 시스템을 그만큼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택배 서비스가 시행되던 초기 고객들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약간 ‘걱정’이 있었다. ‘과연 내가 사는 이 구석진 곳까지 올까?’ 혹은 ‘내가 보내는 주소지가 너무 구석진 곳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특히 이는 ‘물건을 가져오면 보내는 주겠다’는 식의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던 철도화물 서비스에 지쳐 있던 고객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였다.

그러나 야마토운수는 그 모든 고객의 걱정과 불안에 ‘예스!’라고 단호히 외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러한 혈관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는 곧 고객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그 결과 자사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다.


성공하는 마케팅 4 = 상식의 범주를 파괴하면 고객이 늘어난다


야마토운수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은 비단 택배 사업에서만 끝난 것은 아니다. 기존의 차량정비 부문을 흡수하고 연료 판매 및 보험 대리 등의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해 야마토 오토웍스를 발족시켜 새로운 ‘상식파괴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기존의 차량정비업계는 이른바 사업자 논리를 충실히 이행했다. 영업은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6시면 칼같이 끝나고 주 5일제를 어기지 않았다. 고객은 자신의 욕구를 회사가 들어주길 원하기보다는 자신을 회사 시스템에 맞춰야 했다.

그러나 야마토 오토웍스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365일 24시간 영업’이었다. 특히 고객의 요구가 있다면 모든 차량을 수리하고 차량의 구입부터 폐기까지 일괄적으로 대행해주는 서비스까지 해주었다. 이는 기존의 차량정비 회사들은 한마디로 ‘상상하지도 못했던’ 서비스였다. 기존 업체들이 자신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이 서비스에 ‘충격’을 받고 있을 때 고객들은 야마토 오토웍스의 신선한 서비스에 ‘감동’받고 있었다. 이는 마케팅의 시선이 명확히 고객을 향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업체들이 ‘회사의 시스템을 어떻게 잘 정비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야마토운수는 ‘고객의 요구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는 고객 자체를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많은 경영자들이 ‘상식파괴’를 말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파괴를 위한 파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입장을 완전히 뒤바꿔 기업이 고객으로 변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거스르는 모든 것은 단호하게 버리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파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마케팅 초점은 고객 또 고객


사실 거의 모든 기업이 ‘우리는 고객을 위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고객을 위한 기업은 거의 없다’라고까지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간극은 왜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기업들이 머리로는 ‘고객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고객이 잣대가 되기는 하지만 실제 기업 운영상 그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확하게 ‘고객을 위한다’라고 했을 때는 기업의 수익보다는 오히려 고객위주의 방침이 기업 활동의 첫 번째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보면 ‘이익은 나중에 생각하고 먼저 고객을 생각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또한 이러한 경영의 원칙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는 무엇보다도 ‘마인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야마토운수의 운전사들을 스스로 ‘세일즈 드라이버’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운전직인데도 그들은 자신의 명칭 앞에 ‘세일즈’라는 말을 붙였다. 이는 고객을 지향한다는 명확한 의지의 표현이자 경영적 원칙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택배 사업’은 고객의 편의와 기업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영역이기도 하다. 소중한 물건이 고객의 손을 떠나 한 회사에 맡겨지는 것이고 이는 어떤 의미에서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야마토운수는 ‘40초 이내 응답’, ‘고객이 원할 때는 365일 24시간 언제든지’라는 전형적인 고객 중심 기업 활동을 펼치면서 자신의 성공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새로운 마케팅 전략 전술을 짜야 한다면, 다른 모든 것은 제쳐두고 기업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고객’이다. - 출처 : 기업나라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