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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8일, 아베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해 온 일본의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황우여 교육부장관에게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 성명서를 긴급 서한으로 보내왔습니다. 이 성명에는 일본의 교과서문제를생각하는시민네트워크, 모리구치에서교육을생각하는모임, 일본군'위안부'문제간사이네트워크 등 25개 단체가 참여했는데요,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중학교·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


2015년 10월 12일, 한국 정부는 2017년부터 중학교·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국정화 방침은 오랫동안 한국 시민들의 교과서 민주화와 동아시아의 역사화해를 위한 노력을 짓밟는 것이므로, 일본 교과서 문제에 대응해 온 일본 각지의 시민들은 이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아래 제시한 우리들의 반대 이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국정화 방침을 신속히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 '국정 역사교과서'는 정권의 역사인식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과거 일본은 러·일전쟁 직전인 1903년부터 1945년 패전까지 42년간 긴 시간에 걸쳐 국정교과서를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일본인은 침략전쟁을 '성전'이라고 믿고, 아시아 사람들을 살육했습니다.

패전 후는 정치가 교육에 개입하는 것을 극력 배제하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검정제도로 바뀌었지만, 자민당 정권은 수시로 검정기준과 채택제도를 개악하고, 특히 아베 정권은 과거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이쿠호샤'와 '지유샤' 교과서가 보급되도록 획책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각 지역에서 싸워왔습니다. 올해 여름 중학교 교과서 채택에서는 안타깝게도 이쿠호샤 교과서의 신장을 저지하지 못했지만, 각 지역에서 활발하게 시민운동이 전개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채택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교과서가 어떻게 작성되고 학생들에게 건네지는가는 그 나라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입니다. 다종·다양한 교과서 발행이 허용되고, 교원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의견도 반영된 형태로 채택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독재적인 정치를 추진하고자 하는 정권은 한 종류의 교과서 밖에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가치관·역사인식을 강요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는 전쟁 전의 일본이 보여준 것처럼 권력의 폭주였습니다.

한국도 전후 한 시기 독재정권 하에서 민중들이 고통 받은 역사가 있었지만, 시민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국 정부의 국정화 방침은 역사를 되돌리는 것이며, 완전한 시대착오입니다.


- 자국중심주의 역사관은 국가 간의 전쟁을 초래합니다

2001년에 일본에서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역사교과서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교과서에 강제연행과 일본군 '위안부'를 기술한 것에 대한 우익·보수파들의 반격이었지만, 한국·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시민들로부터는 당연히 강한 비판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자국중심주의 역사인식이 아닌 한·중·일 공동의 역사인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3국 시민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역행한 것은 일본 정부였는데, 지금 한국 정부도 자국의 역사를 모두 옳다고 하는 듯한 역사교과서를 작성하려는 것은 역사화해를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짓밟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에도 반성해야 할 역사가 있습니다.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정부는 책임을 지고 아이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정부는 자신들의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것만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 중심의 역사인식은 결국에는 애국심·내셔널리즘의 충돌을 초래하고, 더 나아가 군사적 충돌까지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하면, 보복할 수밖에 없다'고 부추겨진 민중들은 타국 민중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정부의 명령에 따라 전쟁에 동원되어 죽고 죽이게 되는 것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들은 화해의 길을 추구해야 합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유엔이 내세운 국제기준에 위반하고 있습니다

2013년 제68회 유엔 총회에서는 '역사교과서에 초점을 맞춰 발표한 보고'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따르면, '역사교육은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민족적인 동일성을 강화하고, 공적인 이데올로기에 따르는 젊은이들을 육성할 것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단일 역사교과서에 담으려고 하는 것의 문제'가 명확히 나타나 있습니다. 지금은 자국중심주의의 애국심 교육과 국정교과서를 부정하는 것이 국제기준인 것입니다. 이것은 제 1,2차 세계대전을 초래한 내셔널리즘의 격돌을 극복하기 위해 결성된 유엔이 도달한 지평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유엔 가맹국이며, 국제평화의 중요성을 평소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이 함께 국제기준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써 유엔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 한국의 교과서 국정화는 아베 정권과 그 동조자들에게 힘을 실어 줍니다.

2001년에 일본 최대의 우익단체인 일본회의와 아베신조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교과서를 발행했을 때, 한국에서는 정부와 시민단체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습니다. 그 때 '새역모' 등 우파는 '국정교과서를 쓰는 한국이 검정교과서를 쓰는 일본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며 정색했습니다.

우리 시민단체들은 물론 한국에서의 지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한국이 국정교과서인 것이 우파에게 대응의 구실을 제공한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이 다시 국정화로 이행하려는 것은 그들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게 될 것입니다.

아베 정권은 검정제도와 채택제도를 개악함으로써 한없이 국정교과서로 가까이 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는 상황에서 한국이 교과서 국정화를 하는 것은 아베 정권에게도 본격적인 국정화의 구실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 한일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일본의 아베 정권은 국회에서 다수의 의석을 점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국회를 둘러싼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반대하는 민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올 여름 '전쟁법'을 강행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일어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전쟁법'에 찬성한 의원을 내년 참의원 의원선거에서 낙선시키는 운동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낙선운동은 한국 사람들의 운동에서 배운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많은 희생 위에 쟁취한 민주화의 성과를 결코 놓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한일 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과서 문제를 우리들은 한국의 시민들과 연대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일 양국 시민의 바람을 한국 정부는 성실하게 받아들여 국정화 방침을 즉시 철회해 주시길 바랍니다.


2015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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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