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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요즘 참 말이 많습니다. 병명(病名)에서부터 잘못 사용되고 있는 이것 때문에 본인도 역시 하루하루를 불안과 싸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 때문이지요. 일곱 살, 여섯 살의 두 딸을 양육하고 있는 40대 가장의 입장에서는 매일같이 들려오는 등골 오싹한 소식에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들려오는 뉴스라는 것이 매번 어제와 오늘이 현격하게 다르니 정말로 미치고 환장하겠습니다.

신종플루. 정말로 새롭게 생겨난 병이라서 명칭 앞에 신종이라는 단어를 쓴 걸까요? 당췌 모르겠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4일, 서울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발족하였고, 10월 5일에는 ‘신종플루 심각단계 대응 9대 특별대책’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저녁 무렵부터는 또 이상한 뉴스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겨레 - 10월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내용인 즉, 우리나라 국민의 상당수가 ‘신종 인플루엔자 A’, 즉 신종플루의 항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종플루에 감염이 되더라도 거의 대부분 스스로 나을 수 있다는 것과 함께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말라는 겁니다. 내 한 몸을 생각하면 그러려니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된 마음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에게 일관성 있는 행동지침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는 초ㆍ중ㆍ고등학생에 대한 신종플루 백신 접종을 당초보다 일주일 당긴 11일부터 실시하기로 했지만, 일선 보건소에서는 현재 정부의 방침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접종 우선순위를 둘러싼 혼란까지 점점 커지고 있으니 답답한 것이지요.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지역별 백신 공급 조절을 통해 전국적으로 같은 속도로 접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지만, 접종 개시 닷새를 앞둔 오늘까지 지역별 세부적인 백신 공급 스케줄조차 제시되지 않다는 것은 크나큰 불안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상당수 지역에서는 접종에 필요한 의료진조차 확보를 못하고 있다고 하니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랍니다.

오늘까지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의 수가 48명이라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밝혔습니다. 뭐, 우스갯소리로 지금껏 감기나 몸살에 의해 사망한 숫자가 보도만 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그 보다 적지는 않았을 거라고 다독거려 봤자 입만 아픈 헛소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하나 머리카락을 다 쥐어뜯고 싶을 만큼 혼란스러운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페라미비르(Peramivir)'라는 신약에 대한 소식입니다. 매체에서는 의학을 앞세워 '타미플루'에 대한 부작용이나 내성 이후의 혼란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찌보면 한꺼번에 접종을 하려는 국민들의 일시적 쏠림현상을 완화시키려는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페라미비르(Peramivir)'라는 신약이 등장했습니다. 더군다나 '페라미비르'라는 신약은 중태에 빠진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의 경우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진행하려는 사안입니다.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신종플루라는 것이 계절독감에 비해 치사율은 높지 않지만 급속히 악화되거나 고위험군에 있는 환자들의 치사율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겁니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은 국민으로서 국가에게 의지하고 또 보호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마음을 악용하지만 말아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어차피 대한민국의 국권을 대표하는 국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의 목숨과 건강을 담보로 하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사회적이나 정치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여러가지 사안들의 진로를 확정짓거나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악용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입니다.

모두 다 알고 있으면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오늘도 자녀의 기침소리가 조금이라도 커지기라도 할라치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야만 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아이를 냅다 들쳐업고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고, 또 어떻게 하면 거점병원까지 최단거리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 미리 몇 번씩이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늦장 대응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타미플루'가 되었건, '리렌자'가 되었건, '페라미비르'가 되었건 그건 상관이 없습니다. 정부는 국민들이 신종플루에 가장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통일된 방법으로서의 예방과 접종, 그리고 치료방안을 의학적인 자료와 함께 하루라도 빨리 제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수행케 하고, 나아가 국민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초석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