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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대자보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익명의 '화연'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대자보를 통해 "우리가 중앙도서관에서 밤을 샐 때, 너는 어제 어디서 뭘 했을까?"라고 묻고 있는데, 글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누군가는 네가 부모를 잘 만났다고 하더라. 근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부럽지도 않아. 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과, 그에 익숙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얻어진 무능. 그게 어떻게 좋고 부러운건지 나는 모르겠다"라는 매머드급 돌직구를 날린 부분. 하지만 정작 받아들일 정유라의 입장은 알 수 없다는 것. 


이 대자보의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


나, 어제도 밤샜다. 전공책과 참고도서, 그렇게 세 권을 펼쳐 뒤적이면서 노트북으로는 프로그램을 돌리고 때로는 계산기를 두들기면서, 해가 뜨는 것도 모르고 밤을 꼬박 새워 과제를 했어.


고학번이어서가 아니야. 새내기 때도 우글 소논문을 쓰느라 미적 레포트를 쓰느라, 디자인 과제를 하고, 법을 외우느라 나는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샜지. 아마 너는 모르겠지만, 이화에는 이런 내가, 우리가 수두룩해. (그리고 다들 정말 열심히 해서 이곳에 들어왔지.) 중앙도서관에서 밤을 샐 때, 내 옆자리가 빈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너는 어제 어디서 뭘 했을까? 국내에 있지 않으면서도 어떻게인지 출석 점수는 다 받아내는 너. 채플 때면 대강당 앞 계단이 늦지 않으려는 벗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한 걸. 네가 알고 있을까.


누군가는 네가 부모를 잘 만났다고 하더라. 근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부럽지도 않아. 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과 그에 익숙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얻어진 무능. 그게 어떻게 좋고 부러운건지 나는 모르겠다.


이젠 오히려 고맙다. 네 덕분에 그 동안의 내 노력들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 그 노력이 모이고 쌓인 지금의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실감이 나. 비록 학점이 너보다 낮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보다 훨씬 당당해. 너,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든 부당한 사람들에게 그저 굴복하는 게 아니라, 내 벗들과 함께 맞설 수 있어서 더더욱 기쁘고 자랑스러워. 아마 너는 앞으로도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을거라니. 안타깝다.


다시 네게 이런 편지를 쓸 일이 없길 바라. 그럼 이만 줄일게.


2016년 10월, 익명의 화연이가.


우리는 모두에게 공정한 이화를 꿈꾼다. 이화인은 본관으로!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