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이 '그것이 알고 싶다-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를 좋은 보도상으로 선정한 이유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SBS '그것이 알고싶다 -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제작진에게 '민언련 선정 좋은 보도상 - 특별상 : 시사프로그램 부문'을 시상한다고 밝혔다. 민언련 좋은 보도상의 선정 배경과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선정 배경
지난해 11월 13일,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에 맞아 한 국민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가 9월 25일 사망했다. 무분별한 공권력이 폭력을 행사하여 국민이 쓰러져 긴 투병 끝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정부와 경찰 그 누구도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언론은 이 사안을 제대로 알리고 문제점을 규명하려는 노력은커녕, 은폐에 가까운 무관심을 보였다. 오히려 ‘물대포가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는가’와 ‘외인사냐 병사냐’는 ‘억지 논란’을 키우는 보도만 넘쳐났다.
이 와중에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이하 <그것이 알고싶다>는 고 백남기 농민이 맞은 물대포의 압력과 거리 등을 재현해 ‘공권력이 사람을 죽였다’는 진실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에 쓰러진 뒤 1년여 기간 동안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에서 마땅히 나왔어야 할 방송이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방송이었고, 그만큼 돋보인 방송이었다. 이에 민언련은 <그것이 알고싶다>에 <민언련 선정 좋은 보도상> ‘특별상-시사프로그램 부문’을 시상한다.
타사 시사프로그램이 해내지 못한 백남기 농민 사망의 진실 규명
지난해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이 분사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317일 만에 병원에서 사망했다. 경찰의 공권력에 사람이 희생됐다. 그러나 이 분명한 사실을 제대로 조사하거나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 사건의 가해자이자 가장 큰 책임자인 경찰과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는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갔다. 지난 22일 방영한 SBS의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이하 ‘그것이 알고싶다’)는 백 씨가 쓰러진 지 344일이 지나 방영되었지만 백 씨의 죽음을 심층 취재한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지상파 3사의 시사·교양 분야 프로그램 중 344일간 백 씨의 죽음을 다룬 프로그램은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와 KBS의 <취재파일K> 뿐이었다. 그러나 KBS는 민중총궐기를 둘러싼 논란과 쟁점에 대해 보도하기는 했지만, 그 검증에는 나서지 못했다. 특히 KBS <취재파일K>는 “후진적인 시위와 진압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시위의 권리와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고 시위 주최 측은 폭력을 사용하는 세력과 결별하는 대전환이 필요합니다”라며 양비론에 가까운 결론을 내렸으며, 의혹을 ‘쟁점’ 차원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반면 22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오늘 우리는 백 씨의 사망이 물대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검증해 보려 합니다”는 진행자 김상중 씨의 말처럼 백 씨의 죽음을 둘러싼 모든 논란을 하나하나 직접 검증했다. 백 씨의 죽음을 심층 취재한 유일한 방송이다. 백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백 씨를 혼수상태에 빠뜨린 ‘물대포의 위해성’과 그로 인한 ‘사망원인’이다. 이 모든 의혹에는 ‘논란’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만큼 경찰 측과 유족 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다르다. 유족 측은 백 씨의 사망 원인은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로 명확하므로 부검도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경찰 측은 백 씨 사망진단서에 적힌 ‘병사’를 주장하며 백 씨의 부검을 요구한다.
KBS <취재파일K>가 민중총궐기 사태를 논란과 쟁점 차원으로 보도했던 것처럼 양측의 말만 들어서는 어느 것이 ‘진실’인지 확언하기 어렵다. 이처럼 경찰과 유족 측의 입장이 서로 완벽하게 배치된다면 어느 한쪽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사건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던 이유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사건의 진실을 보고자 한 것이다.
사실을 은폐하려는 경찰, ‘사실’을 통해 반박
백 씨의 죽음을 다룬 ‘그것이 알고싶다’의 검증은 빈틈이 없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먼저 백 씨가 사망하기까지와 그 후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경찰 측의 입장을 반박해갔다. 제작진은 사실을 주장하기에 앞서 경찰 측의 주장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민중총궐기 당시 살수차 운용이 잘못됐음을 지적하기 전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대개의 경우 살수는 위험을 동반하지 않습니다”는 발언을 소개하는 식이다.
제작진은 이어 다각도로 촬영된 민중총궐기 당시 영상자료와 집회 참가자들의 증언,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 내용을 소개했다. 사실을 은폐하려는 경찰의 주장을, ‘사실’을 통해 논파한 것이다. 특히 제작진은 경찰의 안전 훈련 미비를 지적하면서 “위해성 장비로 분류된 살수차지만 제대로 된 안전 훈련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나마 있는 내부지침도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백남기 농민 사건은 언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예견된 사고”라며 백 씨 사건이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경찰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로 발생했음을 지적했다.
△경찰 측의 입장 소개하며 사실로 반박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팀(10/22)
살수차 9호를 운용했던 경찰은 12일 백 씨 청문회 당시 “최대한 안전하게 살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만큼 백 씨를 쓰러뜨린 ‘물대포’의 위력은 백 씨의 죽음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논란 중 하나였다. 물대포의 위해성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따라 백 씨는 ‘외인사’가 되기도 ‘병사’가 되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민중총궐기 당시 상황과 같은 조건에서 물대포를 검증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백 씨에게 발사된 경찰 물대포의 위력을 확인하기 위해 3차원(3D) 영상분석을 통해 상황·거리·각도 등을 재현하고 당시 투입된 살수차와 같은 크기의 노즐·수압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민중총궐기 당시 살수차 재현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10/22)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경찰은 2008년 광우병 집회 이후 ‘물포 안정성 실험’에서 최대출력인 15바로 살수했을 때 3mm 유리가 깨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과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해보니 절반의 출력에서 3mm 유리는커녕 강화유리마저 산산이 깨져나갔다. 실험에 참여한 살수차 업체 직원마저도 “생명에 지장이 있을 거 같은데요?”라며 우려를 표했다. 경찰이 한 명의 시민을 향해 무자비하게 살수했던 물대포의 위력과 실증 자료가 모두 틀렸음을 증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싶다>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조차도 “검찰이 진작 했어야 하는 수사의 과정”이라며 344일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검찰과 경찰의 문제를 지적했다.
아직도 사과 없는 경찰, 본질은 ‘국가폭력’이다
경찰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영된 다음 날인 23일과 이틀 뒤인 25일, 백 씨 부검 영장의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경찰은 여전히 백 씨의 ‘병사’를 이유로 부검을 주장하며 사과도 책임도 거부하고 있다. 경찰 총 책임자인 이철성 경찰청장은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실질적인 실험조건이 달라서 SBS가 실험한 게 반드시 맞다고 할 수 없다. SBS 실험은 저희 기준과 많이 달라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실험결과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프로그램 말미에서 “사람의 죽음 앞에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를 강조한다. 사과와 책임은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메시지처럼, 경찰은 자신들의 ‘국가폭력’을 인정해야 마땅하다.
민언련은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에 쓰러진 뒤 1년여 기간 동안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에서 마땅히 나왔어야 할 방송이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방송이었고, 그만큼 돋보인 <그것이 알고싶다>에 <민언련 선정 좋은 보도상> ‘특별상-시사프로그램 부문’을 시상한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