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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준식 교육부 장관의 발언은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급상승시키는데 혁혁한 전과를 올렸습니다. 시쳇말로 '우주의 기운'까지 급속히 팽창시킬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혼이 비정상'이 됨에 따라 혹여라도 우주 곳곳에 블랙홀까지 생성시켰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이준식 장관은 이날, "국정 교과서는 정권이 아닌, 교육 차원에서 발간하는 것이어서 중단은 상당히 어렵다"며 "진영 논리나 정치적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개소리를 남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용어 하나 하나의 이념 편향성을 면밀히 검토중이며,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돼지도 고개 돌릴 말밥만 투척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교육부는 "오는 28일 별도의 홈페이지를 구축해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의 국정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한 달 동안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 최종본을 확정하고 새 학기부터 학생들이 배울 수 있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11월 1일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등 47개 역사 연구 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농단 책임자 처벌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역사학계는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농단 관련 철저 수사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 ⓒ 전교조


 

기자회견에 앞서 이지연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은 “국민 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본분을 망각하고 봉건시대처럼 자신과 가신들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여 헌정질서를 무너트리는 등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면서 “국정의 난맥이 권력 사유화의 결과였다는 점에서 역사학계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으며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미래 세대의 역사교육 퇴행을 감행하는 이 사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역사학계의 시국성명 발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봉건시대에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요즘 우리는 샤머니즘이 판을 치던 선사 시대에 살고 있다’는 웃지 못 할 말이 나올 만큼 온 국민이 분노에 차 있다”며 발언을 시작한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국정 농단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최우선이며 국정교과서 정책 역시 즉각 폐기해 올바른 역사교육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월호 대참사 이후 제대로 된 조사와 수습은 고사하고 진상규명 활동까지 방해했던 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밀실 야합으로 처리했던 일 등 지금까지의 일방적 정책들이 결국 정상적 국가 운영의 결과가 아니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고 역사교육도 예외가 아니다”라면서, “민주주의와 법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이 여지없이 무너진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역사학계는 "국정농단 관련 사안 철저 수사 및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및 역사교육 퇴행 정책 중단" 등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10월 29일에는 교육희망네트워크가 성명을 내고 “역사는 부끄러운 과거를 미화하거나 세탁하는 수단으로 삼을 수 없다. 하지만 정권이 기득권 정당화와 영구 집권을 위해 아전인수와 곡학아세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친일과 독재의 면죄부를 위해 헌법 가치를 훼손하면서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왜곡하고 일본군 장교를 광복군으로 둔갑하는 일까지 벌인다”는 비판과 함께, “비선 정치로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파탄시킨 세력이 과거 역사까지 장악하려고 쓰는 역사교과서, 그것을 우리는 순실왕조실록이라 부르고자 한다.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순실왕조실록 제작 작업의 중단을 명령한다. 아울러 일신의 영달을 위해 숨어서 순실왕조실록을 집필하고 있는 관료와 학자 및 모든 집필자들은 당장 복면을 벗고 나올 것을 명령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참고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던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이 최순실의 측근인 차은택 씨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도 비선 실세의 개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군요.


한편, 10월 2일 오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의 "국정 역사교과서 무효화 선언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려드리면서 11월 1일에 있었던 전교조 성명서 [ '최순실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의' 국정교과서! 비정상 세력의 역사 쿠데타 즉각 중단하라 ]를 함께 첨부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비정상 세력의 역사 쿠데타 즉각 중단하라!


반민주정치-천민자본-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온 나라에 분노의 목소리가 넘치는 가운데, 작년과 올해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에도 박근혜-최순실 커넥션이 개입된 정황이 언론의 치밀한 보도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정권의 반헌법적인 본질이 여지없이 드러난 이상, 그들의 반헌법적인 정책들 역시 정권의 임기와 함께 무효화된 셈이다.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그들의 정책 중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있다. 하지만 박근혜 만큼 불통인 교육부의 수장 이준식은 흔들림 없이 가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교육부 고위 관리가 민중은 개·돼지 운운했을 때 진작 장관에서 물러났어야 할 사람인데도, 거대한 민의의 흐름을 끝까지 거스르며 국정화를 고집하겠다고 하니, 이준식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역사학계가 시국선언에 나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학부모 단체는 고교 유상 국정교과서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나섰다. 작년 국정화 강행에 반대해 실명을 건 시국선언을 두 차례 발표한 전교조는 지난 10월 7일, 본 적도 없는 중등 국정 역사교과서를 ‘닥치고 주문’하라는 교육당국의 엉터리 행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복면 뒤에 숨어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나오기도 전에 이미 교육주체들로부터 사망 선고를 받은 죽은 교과서다.


국정교과서 내용이 던지게 될 사회적 파장과 혼란도 문제이지만, 11월 말에 복면을 벗는 교과서를 당장 내년 3월에 사용하겠다는 초고속 일정 또한 비정상이다. 분석, 검토, 수정·보완 절차를 사실상 생략하겠다는 의도이다. 초등 국정 교과서의 경우 교과서 개발 및 검증 절차는 매우 부실하지만 최소한의 모양새라도 갖추고 있는데, 중등 국정 역사 교과서의 경우에는 이조차 깡그리 무시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도 중등학교 역사교육은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를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국정화 철회와 기존 검인정 교과서 활용뿐이다.


역사학계와 교육계의 오랜 연구 성과를 담은 멀쩡한 교과서들을 좌편향이라고 흑색선전하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교사들을 고발, 징계하면서까지 국민의 뜻을 거슬러 국정 역사교과서를 무리하게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국기문란·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반민주정치-천민자본-비선실세 커넥션의 국가 영구 지배 음모 말고는 정상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통상적인 적용 일정을 무시하고 1년 앞당기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2017학년도에 맞추어 도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박정희의 출생 100주년인 2017년을 맞아 그의 친일·독재 행적을 지우고 영웅으로 미화한 교과서를 ‘헌정’하겠다는 사적인 욕망의 개입 말고는 정상적으로 설명될 길이 없다. 그래서 복면 쓰고 숨어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순실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의’ 교과서인 것이다.


역사교과서마저 손대게 만든 ‘빗나간 효심’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할 일이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던가? 최순실이 빨간펜으로 써 준 말이 아닌지 의혹을 사고 있는 작년 11월 10일 국무회의 상의 이 발언이야말로 감히 박근혜가 국민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21세기 민주국가에서, 권력이 써 주는 왜곡된 역사만을 앵무새처럼 주입해 가르쳐야 ‘정상’이라는 국정교과서 발상이야말로 완전히 ‘비정상’인 것이다.


‘비정상 권력 집단’의 역사 쿠데타와 교육 농단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정부는 당장 국정 역사교과서 포기를 선언하라! 교육부는 비정상 세력이 주도하는 정권에 더 이상 부역하지 말고 정상적인 교육을 위해 국정교과서 발행 계획을 백지화하라! 교육부가 교과서를 11월 28일 기어이 내어놓는다면 ‘박근혜 국기문란·국정농단 사건’의 종범으로서 교육을 권력의 시종으로 전락시킨 죄를 덜어낼 기회를 다시는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똑같은 생각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경구를 받아들여, 파국을 면하는 자명한 길을 선택하기 바란다. [ 2016년 11월 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