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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시국선언


여러분이 잠깐 교수가 돼 박근혜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냈다고 해봅시다. 답안지를 보고 성적을 매겨봅시다. 경제, 무엇을 주겠습니까? 역사 시험에선 어떤 학점을 주시겠습니까? 노동 과목엔 무엇을 주겠습니까? 시민안전과 복지 과목엔? 외교와 안보 과목엔 어떤 학점입니까? 민주주의, 뭘 주겠습니까?


모든 과목이 F입니다. 경희대학교는 학점 평균이 1.7점 미만이면 ‘성적경고(학사경고)’를 줍니다. 이 ‘성적경고’를 연속 3회 받으면 제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낸 시험문제에 모두 F입니다. 게다가 모든 과목을 커닝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씨는 학사경고를 4년 내내 맞았습니다. 많이 봐줬습니다. (미안하지만) 이젠 재적입니다.


민중의소리가 촬영한 경희대학교 김진해 교수 시국선언 영상 캡처 이미지


주인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꼭두각시라고 합니다. 꼭두각시를 한자로 ‘괴뢰(傀儡)’라고 합니다. 박근혜 씨가 최순실의 꼭두각시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의 괴뢰 정부입니다. 요즘 우리는 말로만 듣던 ‘괴뢰 정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하야하면 초래될 혼란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하다고 합니다. 정치권이 수습책을 내놔야 한다고 합니다. 웃기는 소리입니다. 불안한 것은 지금의 정치권력입니다. 꼭두각시 대통령, 괴뢰 정부가 하루라도 연장되는 게 우리로선 훨씬 더 불안합니다.


이미 국가의 기능은 멈춰버렸습니다. 대통령은 비서관 회의도 국무회의도 주제 못하고 있습니다. 공식행사에도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불안한 것이지, 그가 권좌에서 내려오는 게 불안한 것이 아닙니다.


(대학생 여러분)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지금 여러분들은 역사의 격동 한가운데 있습니다. 풍랑 속에서는 방법이 아니라 ‘방향’이 중요합니다. 무엇이 고단한 민중의 삶을 보듬어줄 수 있는 정치권력인지, 어떤 길이 몫 없는 자들의 몫의 편에 서는 길인지 부단히 고민해서 방향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저 선거 때 한 표 행사하고 나머지 시간은 국가권력이 알아서 권력을 행사토록 내맡겨두는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우리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입니다. 괴뢰 정부 이후의 민주정부. 권력자의 권력이 아니라 몫 없는 자들의 권력을 어떻게 확장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몫 없는 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고 어떻게 맺을 것인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민중이 움직이면 권력은 그제야 눈치를 본다는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민중이 국가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정치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국민이 자신들의 통제 밖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불안해하지 말고 사건을 만들어 내야 할 때입니다. 학교 밖으로 나가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데 다 함께합시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