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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각에는······

- 왜냐하면······

- 이유는······


이 말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아시나요?


부부나 연인의 다툼에서 어느 한쪽이 이와 같은 말을 사용하면 격앙된 상대방의 감정을 가라앉혀준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반응이 덜 생기기 때문에 갈등이 풀리기 쉽다는 거죠.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닙니다. 미국 오하이오대학의 한 교수팀이 최근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거지요. 복잡하게 설명해 놓은 연구결과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결혼한 남녀 42쌍에게 두 차례에 걸쳐 논쟁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think’, ‘why’, ‘because’와 같은 단어와 관련하여 직접 사용하거나, 인지할 수 있거나 추론할 수 있는 단어를 얼마나 사용하였는지를 분석합니다. 이어, 상호 협력적인 주제 하나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민감한 주제 하나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난 후의 사이토킨 수치의 변화를 파악합니다. 인테루킨-6와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alpha: TNF-alpha) 등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킨은 스트레스가 쌓일 때 많아지는 단백질로서 면역 반응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심장혈관질환이나 당뇨병, 관절염 등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는 질문이 되겠지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당연히 첫 번째 주제보다는 두 번째 주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였던 때가 훨씬 더 많은 사이토킨 수치가 나왔겠지요?





이 연구에서 관심이 있는 것은 논쟁을 벌일 때 사용하는 단어가 사이토킨의 수치의 변화에 관여를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주제에서처럼 협력적인 대화를 하면서 생각과 관련된 단어를 많이 사용한 커플에서는 사이토킨 수치가 전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제에서도 논쟁을 하는 중간 중간 인지·추론과 관련된 단어를 많이 사용한 커플에게서는 남성과 여성의 성별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보였지만 공통적으로 사이토킨 수치의 증가속도는 현격하게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말싸움 도중 생각과 관계있는 단어를 사용한 남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파르게 증가했던 인터루킨-6 수치가 적어지는 반면 여성은 인지·추론적 단어를 쓰지 않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터루킨-6이나 종양괴사인자 중 하나의 수치는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평소 의사소통을 할 때 여성이 인지·추론적 단어를 훨씬 더 숙련되게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의 변화가 더 크다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 이 연구결과는 ‘건강 심리학(Health psychology)’ 최신호에 실렸으며 유레칼러트와 이사이언스뉴스가 13일에 보도한 내용입니다.


물론 이곳이 미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수긍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부부사이나 연인사이라 하더라도 육두문자를 앞세운다거나 감정이 앞서는 언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가슴에 못을 박는 상처를 낼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나 연인을 위해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는 현명함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부득이하게 다툼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지금부터라도 인지·추론의 사고를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로가 사랑해서 부부의 연을 맺었고, 서로를 좋아하고 아끼기 때문에 연인으로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또한 이런 말을 하게 될 때에는 배우자나 연인이 변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설득의 기술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꺼내는 상대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귀와 눈을 열어놓고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도 필요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말을 꺼낸 상대가 채 끝을 맺기도 전에 “왜?”라는 말로 중간을 끊어버리거나 “넌 항상 그래.”와 같은 말로 화해의 의지를 꺾어버린다는 것은 재차, 삼차에 걸친 융단폭격의 가능성을 키우는 행동이 되어 결국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의 강을 건너게 될 테니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