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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은 한마디로 예술이었습니다. 운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그래서인지 더욱 더 단순 '리포팅'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손석희 앵커의 말에는 듣는 이(시청자)로 하여금 어떤 향기나 느낌을 갖게 하는 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입안에 착착 감기는 노랫말처럼,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소릿가락처럼…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


손석희 앵커가 '앵커브리핑'을 여는 말로 삼은 것은 친박 김진태의 너무나도 천박스러운 설화였습니다. 다수의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김진태는 11월 17일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게이트'의 특검 추천권이 야당에 있음에 불만을 갖고 아래와 같은 개소리를 발사했던 것입니다.



- "이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면 촛불에 밀려서 원칙을 저버린 법사위 오욕의 역사로 남게될 것"

-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


춘천이 낳은 천하의 막말제조기 김진태에게 있어 100만 촛불의 민심이라는 것은 이렇게도 하찮고 일시적인 것이었나 봅니다. 그러니 오는 19일에 있을 4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를 이틀 앞둔 지금, 이렇듯 막말에 뻘짓거리를 대놓고 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하기사 그동안 한 번만 "도와달라"며 읍소 모드를 유지했던 이정현의 경우엔 박근혜 퇴진 요구를 "인민재판"에 대입시키는 놀라운 '정치꾼 신공'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당신 나가고 박근혜 퇴진하라고 꾸려진 새누리 비상시국회의를 향해서는 "해당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죠? 부역자들임에도 피해자 코스프레에 심취한 나머지 새누리 국개의원들에겐 이마저도 '생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후문입니다.


※ 여기서 잠깐!! - 이정현의 부적절한 고사 인용 한 가지


야당 비판에 나선 이정현 발언 - 고전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군밤을 바위에다가 심어서 알밤을 따먹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실현 가능성이 있다. 정말 군밤에서 싹이 터가지고 알밤을 따먹을 걸 기대를 하지 도대체 (야당) 이 사람들의 말을 어디서 어디까지 믿어야 되는 겁니까.


이에 대한 JTBC의  반박 멘트고려가요 '정석가'의 일부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삭삭기 셰몰애…' 이렇게 시작하는 건데 뜻이 뭐냐면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고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다"는 뜻인데요.


좋은 땅도 아닌 모래땅에 생밤도 아닌 구운 밤을 심어봐야 싹이 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불가능한 상황을 상정하고 이만큼 이별하기 싫다는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문학 작품으로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결국 이정현 대표는 '영원한 사랑'을 강조한 구절을 야당을 비판하는 데 썼다는 지적입니다.


어쨌든, 손석희 앵커의 브리핑은 요즘 유행어로 '핵사이다'와 같았습니다. 그 주옥 같은 손석희 앵커의 브리핑 멘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시적 분풀이' 전임 국무총리는 대통령 하야·탄핵의 목소리에 대해 '마녀사냥' 이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일제히 포문을 연 청와대와 친박. 그들은 이미 민심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달라졌다고 여긴 것일까.


"샤이(shy) 박근혜" - 한 친박계 관계자는 낮은 대통령 지지율에 대해 이렇게 칭했습니다. 샤이 트럼프 현상, 즉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했지만 종래에는 트럼프를 뽑은 사람들처럼 아직 숨어있는 지지층은 얼마든지 있다는 믿음이겠죠.


"100만명 못 믿겠다. 침묵하는 4900만 명 있다" - 아예 그 100만 명도 모두 자발적 참여자는 아니라는 주장까지 청와대 내에서는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였는지 이번 주말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고 있고 "물러날 만큼 큰 잘못이 아니다" 라는 것이 대통령과 그 주변의 판단인 듯 합니다. 여기에 '선의로 한 일' '여성의 사생활'을 이야기한 변호사까지.


지난 며칠 사이, 그야말로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 정면 돌파의 말과 말들. 그 모든 것들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혹은 바뀔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는 또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오늘 노벨상 수상식 불참 소식이 전해진 밥 딜런은 이렇게 노래한 바 있습니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 것인가를 웨더맨이 없어도 우리는 알 수 있다 ( You don't need a weatherman to know which way the wind blows ) "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