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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저버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발언자료 전문


지난 11월 12일, 11월 19일 광화문에 모인 100만 촛불의 민심은 더 이상 대통령이 국정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고 퇴진해야 함을 엄중히 명령한 것입니다. 더구나 그제 검찰수사 발표에 따라 이제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피의자로서 이미 국정 운영을 위한 국민적 지지와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본인이 공모한 헌법유린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일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또한 오늘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본 국무회의의 안건으로 심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대한 범죄의 피의자 이자 이미 민심의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더이상의 국정관여를 통한 헌정유린을 즉시 중단하고 그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통령은 본인이 약속한 바와 같이 향후 특별검사의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함은 물론 특검 이전까지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에도 성실히 임하여 국민적 분노를 해소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부정하고 있는데 법무장관은 어찌 이런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입니까? 앞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법치를 말하고 국민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지 - YTN뉴스


더구나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과 그 지시를 받는 내각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국가적 중대사안을 강행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 할 것입니다. 이번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안은 지난 11월 14일 국방부가 양국간 실무협의를 마치고 가서명이 체결됐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국민적 합의도 없이 쫓기듯 오늘 국무회의에 상정된 것입니다. 본협정안은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밀실추진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결국 비준 1시간 전에 일본에 서명연기를 통보해 협정 체결이 무산되는 외교적 촌극을 빚은 사안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위안부 문제 일방적 합의 등 사회적 열망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을 일방적이고 즉흥적으로 결정, 추진해왔고, 그 파장과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제국주의 침략의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과거청산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협정을 국민적 공감대마저 결여된 채 서둘러 추진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한민구 장관 자신이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국방위 등에서 밝혀오지 않았습니까? 야3당은 국방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30일 제출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외교나 국방 문제일수록 국민의사의 통합이나 합의 콘센서스를 이루어야 더욱 단단하게 지켜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나아가 많은 종교기관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에서 이 협정이 우리가 받을 건 없고 줄것만 많다. 매국적 행위이다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상 초유의 피의자 신분의 대통령이 주도하는 본 협정 체결은 분노하는 민심을 자극해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정부는 본 협정 체결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는 본 협정 체결이 얼마나 역사적으로 엄중한 사태인지를 직시해 본 협정안을 부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국무위원 여러분께 한마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여기 있는 국무위원들의 책임이 큽니다.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여러분의 책임은 없는 겁니까? 국무위원 한 명이라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직언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라가 이지경이 되었겠습니까? 이시국에 책임지는 국무위원이 한명도 없다는 것을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금 이 중대한 시국과 국가적 위기에 무엇이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일인지 깊이 숙고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지금이라도 촛불민심을 대통령에게 바르게 전달해 조기에 퇴진하도록 하십시오. 그것이 분노에 들끓는 국민의 요청에 부응하고 도잇에 대통령 본인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국민의 요구이고 여러분의 책무입니다.


1960년 4.19 당시 경무대에서 허정 외무장관과 김정열 국방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하야를 건의했고, 그 다음날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습니다. 국민에 대한 그런 책무감,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한 그런 용기도 없었습니까? 국무위원 여러분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입니다. 이제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국민을 선택할 것인지 대통령을 선택할 것인지 결단하기 바랍니다. 황교안 국무총리,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십시오.



※ 임금이 밝으면 신하는 곧다 - 따뜻한 편지 717호


조선 숙종 때 당하관 벼슬에 있던 이관명이 암행어사가 되어 영남지방을 시찰한 뒤 돌아왔습니다. 숙종이 여러 고을의 민폐가 없는지 묻자 곧은 성품을 지닌 이관명은 사실대로 대답했습니다.


"황공하오나 한 가지만 아뢰옵나이다. 통영에 소속된 섬 하나가 있는데, 무슨 일인지 대궐의 후궁 한 분의 소유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섬 관리의 수탈이 어찌나 심한지 백성들의 궁핍을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숙종은 화를 벌컥 내면서 책상을 내리쳤습니다.


"과인이 그 조그만 섬 하나를 후궁에게 준 것이 그렇게도 불찰이란 말인가!"


갑자기 궐내의 분위기가 싸늘해졌습니다. 그러나 이관명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다시 아뢰었습니다.


"신은 어사로서 어명을 받들고 밖으로 나가 1년 동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하의 지나친 행동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누구 하나 전하의 거친 행동을 막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니 저를 비롯하여 이제껏 전하에게 직언하지 못한 대신들도 아울러 법으로 다스려주십시오."


숙종은 여러 신하 앞에서 창피를 당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곧 승지를 불러 전교를 쓰라고 명하였습니다. 신하들은 이관명에게 큰 벌이 내려질 것으로 알고 숨을 죽였습니다.


"전 수의어사 이관명에게 부제학을 제수한다."


숙종의 분부에 승지는 깜짝 놀라면서 교지를 써내려갔습니다. 주위에 함께 있던 신하들도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숙종이 다시 명했습니다.


"부제학 이관명에게 홍문제학을 제수한다."


괴이하게 여기는 것은 승지만이 아니었습니다. 신하들은 저마다 웅성거렸습니다. 또다시 숙종은 승지에게 명을 내렸습니다.


"홍문제학 이관명에게 예조참판를 제수한다."


숙종은 이관명을 불러들여 말했습니다.


"경의 간언으로 이제 과인의 잘못을 깨달았소. 앞으로도 그와 같은 신념으로 짐의 잘못을 바로잡아 나라를 태평하게 하시오."


권력 앞에서 그릇된 것을 그릇되다 말하는 용기도 훌륭하지만, 충직한 신하를 알아보는 숙종의 안목도 훌륭합니다.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사회, 현자를 알아보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이것의 진정 우리가 꿈꾸는 세상 아닐까요?


'임금이 덕이 없고 정치를 잘못하면 하늘이 재앙을 보내 하늘이 경계시킨다'고 하는데, 지금 가뭄이 극심하다. 대소 신료들은 제각기 위로 나의 잘못과 정령의 그릇된 것과, 아래로 백성들의 좋고 나쁨을 거리낌 없이 마음껏 직언하여,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나의 지극한 생각에 부응 되게 하라.세종대왕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