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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서명식을 비공개로 진행했고, 이에 반발한 언론매체의 사진기자들은 일제히 "국방부 밀실 합의"를 맹렬히 비판하며 취재를 거부하는 황당한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즉, 보이콧을 선언한 사진기자들 모두는 서명식에 참가하는 인사들 앞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았던 것입니다.


당초 국방부는 출입 기자들에게 서명식 비공개 진행을 통보하면서, 조인식장으로 향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의 모습만 촬영을 허가하고, 자신들이 촬영한 사진 1장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고. 하지만 국방부 청사를 찾은 사진기자들로서는 이 같은 국방부의 일방적인 행태를 용인할 수 없었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사진기자들이 국방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조인식 비공개방침에 항의,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항의하는 사진기자들 사이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조인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국방부는 협정조인식 사진을 제공키로 했으나 사진기자들의 공개요구에 반발, 나승룡 대변인실 공보과장은 "사진 제공도 하지마"라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기자들의 공분을 샀다. - 뉴시스


그도 그럴 것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양국 간 공식 협정의 서명식 장면을 담지 못하는 언론이라면 존재 이유와 직결되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이들 사진기자들은 재차 삼차 촬영의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사진기자들은 단 1명만이라도 조인식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또 다시 요청하기에 이르렀지만 그마저도 국방부는 "일본 측이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사진기자들의 목소리는 커졌고, 이에 국방부 공보과장은 단 한 장의 사진도 제공하지 않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게 됨으로써 사진기자들로 하여금 '취재거부'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죠. 이후 국방부는 충분한 합의 없이, 국민의 정서와는 무관하게, 일사천리로 비공개 서명식을 강행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입장을 밝힌 이동희 한국사진기자협회 회장의 말마따나 타국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열린 공식적인 국제 협정에 언론이 배제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방적으로 사진을 제공하겠다는 국방부의 고압적인 자세는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현장 그대로, 진실을 전달하려는 사진기자들의 요구가 묵살되는 현실이 한탄스럽다"는 이동희 회장의 말이 그래서 더욱 허망하게 들렸던 모양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