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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4% 지지자가 궁금하면 경제신문을 보라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긴급보고서, 2016. 11. 25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박근혜 대통령의 11월 4주째 지지율을 발표했다. 또 다시 역대 최저를 경신한 4%였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이제 지지율 조사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뉴스가 ‘19금’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도대체 지지자 4%는 누구인가’를 묻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국 분수령이 됐던 지난 11월 5일 민중총궐기 이후 4%의 비밀을 경제신문지인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에서 찾아봤다.


촛불민심 왜곡은 ‘기본’


“지금은 4.19혁명이나 6.10항쟁과 같은 집단적 행동만이 출구였던 독재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대중의 독재, 광장의 독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11월 7일치 사설에서 현 정국의 혼란 원인을 야당에게 돌렸다. 광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민 요구를 이용해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망만이 분출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더 나아가 정규재 주필은 11월 8일치 기명칼럼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빼앗자는 것은 광장의 가장 강렬한 유혹이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씨는 심지어 공개적으로 ‘권력이양’을 요구하고 있다. … 그러나 이것은 매우 나쁜 발상이다. 아예 혁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광장의 폭력으로 대체하는 것이 되고 만다”고 뒤틀었다.


<매일경제>는 “장외로 나가겠다는 野, 국정붕괴 책임질 각오는 돼 있나”(11월 10일치 사설), “지금은 정치 지도자와 정치꾼 구별할 때”(11월 11일치 매경의 창), “돌고돌아 대통령 퇴진 요구한 문재인…이럴 거면 탄핵하라”(11월 16일치 사설) 등 지속적이고, 또 집요하게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경제가 무너진다” 양치기의 합창


<한국경제>는 11월 7일치 1면에 전문가들의 목소리라며 “경제부총리라도 제대로 일하게 하자”는 기사를 실었다. “정치 소용돌이에서 경제를 방치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제2의 외환위기’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라고 전했다. <매일경제>도 11월 11일치 “경제사령탑 빨리 정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플랜 짜둬라”는 기사를 통해 보조를 맞췄다.


한편 <한국경제>는 11월 16일치에서는 “10대 기업 매출 ‘5년 만에 최악’”, “3분기 성장절벽 겨우 버텼는데…최순실 특검‧청문회 갈수록 태산”이란 기사를 실었다. 대기업들의 죄를 묻지 말아야 한다는 논조는 이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대기업 걱정만 태산인 경제신문


‘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공동주범인 대기업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경우는 두 경제신문에서 일상다반사다. 제목만 봐도 두 신문의 ‘충성심’은 그대로 드러난다.


※ 매일경제


- 재계 “특검‧국정조사 불려나가면 경영은 언제 하나”(11월 16일치 3면)

- 그룹총수 9명 또 조사, 피해자 불러 망신주기(11월 22일치 1면)

- 총수들 국조‧특검 줄줄이 불려나가 … 일은 언제하나(11월 22일치 6면)

- 이 와중에 재벌개혁…민주당 상법개정 추진(11월 23일치 6면)

- 이번엔 면세점 털기…재계 ‘멘붕’(11월 25일치)


※ 한국경제


- 정부 예산 쓸 곳에 기업 동원…팔 비틀어 거둔 기부금만 연 6조원(11월 8일치 4면)

- 기업한다는 게 ‘기적’인 나라(11월 17일치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칼럼)

- 檢 “기업들 불이익 두려워 출연 지시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11월 21일치 2면)

- 돈 내고 벌 받는 기업들, 또 줄소환할 것인가(11월 22일치 사설)

- 검찰에선 ‘기업은 피해자’ 명시했는데…또 국조 불려나가는 총수들(11월 22일치 5면)

- “기업때리기는 우리 발등 찍는 짓”…기업인 청문회 핵심만 신속하게“(11월 23일치 3면)


삼성은 특별하니까


두 경제신문이 이번 게이트에서 특별히 ‘애정’을 갖고 보살피고 있는 곳도 눈에 띈다. 바로 삼성이다.


<한국경제>는 11월 9일치 “삼성 ‘檢 수사로 투명하게 밝혀질 것’”이라는 기사에서 “갤럭시노트7 리콜,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 등에 이어 ‘최순실 사태’가 새로운 돌발 악재로 부상했다는 우려가 크다”며 “이 같은 악재들은 지난달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재용의 '9조4000억 승부수'…삼성, 스마트카 시장 판 바꾼다 - 한국경제 2016. 11. 14.


걱정은 곧 보살핌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제>는 11월 15일치 “이재용의 ‘9조4000억 승부수’…삼성, 스마트카 시장 판 바꾼다”를 통해, 그리고 <매일경제>는 11월 16일치 사설 “최순실 정국에 주목받는 삼성의 9조원대 빅딜”에서 “기업가 정신이 절실한 시기에 모처럼 성사된 삼성의 빅딜이 우리 경제에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절대악’


민중총궐기 상황에서도 두 경제신문의 노조혐오, 독설 퍼붓기는 멈추지 않았다. 노조는 ‘외딴 섬’이라고 규정했다.


<매일경제>는 11월 16일치에 “‘그들만의 리그’ 기득권 노조…촛불 시민들도 ‘보기 싫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매일경제>는 “지난 12일 촛불집회에서도 노조들은 자기들의 이해관계가 담긴 정치구호를 외쳤지만 시민들은 외면했다”며 “현장의 시민들은 노동단체의 검푸른 깃발 근처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시민들의 집회 참여가 늘면서 그들의 구호는 자연스럽게 묻혔다”고 전했다.


당일 민중총궐기 행사는 늘 그랬듯이 노동단체, 야 3당 등 참여단체 모두 각각 다른 장소에서 사전행사를 진행한 뒤 본 대회에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매일경제> 현장 취재기자들의 눈에 비친 ‘외딴 섬’은 도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노동자와 시민은 어떻게 구분됐던 것일까.


<한국경제>는 연일 격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 ‘정권퇴진’ 내걸고 파업”(11월 18일치) 보도에서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을 “명백한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했다. “野 ‘파업 철회’ 요청에도 철도노조, 파업 계속 강행”(11월 23일치) 기사에서는 “코레일이 예정대로 24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파업 주동자들에 대한 내부징계 절차를 밝을 예정”이라고 전했다가 코레일이 이를 철회하자 11월 25일치에서 “노조에 끌려 다니는 코레일”, “노조‧정부‧국회 눈치 보며 우왕좌왕, 징계위 또 연기한 ‘원칙 없는’ 코레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외딴 섬’ 주장은 <한국경제>에서도 등장했다. 박기호 선임기자는 “노동계는 촛불광장 위의 외딴 섬?”이라는 기명칼럼에서 “노동계의 움직임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총파업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또 휘두를 채비를 갖추고 있다. 깃발을 흔들고 투쟁 구호를 외치다 촛불로 가득 찬 광화문광장에서 외면을 당했는데도 말이다”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두 경제신문이 주장하는 대로 노동계를 정말 외면하고 있을까. 노동자는 곧 시민이다. 시민은 불의한 정권에 분노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11월 10일치 신문에서 “1991년 걸프전 ‘생중계’로 떴던 CNN이 미국 대선 편파보도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민중총궐기의 이유를 야당에 묻고, 경제 위기감을 고조시켜 대기업만 방어하고, 시민과 노동자를 갈라치는 것이 편파보도다. 외딴 섬이 돼 몰락하고 있는 곳은 두 경제신문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