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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박근혜에 '명예 퇴진'을 건의한 새누리당 ‘친박계’ 중진 의원들 소식이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가속도가 붙은 대통령 탄핵과 박근혜를 등진 민심 속에 ‘친박계’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동시에 ‘친박계’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피하면서 스스로의 정치권력을 유지하려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방송사 중에서 이런 ‘친박계’의 의도를 짚어준 것은 JTBC뿐입니다.


11월 29일, ‘친박계’의 제안 하루 만에 박근혜가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혀 ‘친박계’의 의도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박근혜가 퇴진 시점을 명확하게 못 박지 않고 일정과 절차까지 국회에 요구하면서 ‘시간끌기’ ‘탄핵 회피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박근혜의 입장 발표가 나오기 하루 전, 제각각인 방송사 태도가 볼만 합니다.


‘친박계’의 ‘명예 퇴진 제안’에 야권도 찬성했다? TV조선의 왜곡


28일 ‘친박계’의 ‘박근혜 명예 퇴진’ 건의에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명예 퇴진 건의가 탄핵을 막기 위한 꼼수라며 탄핵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방송사들은 대부분 이러한 야당의 반응보다는 ‘친박계’의 제안 배경과 청와대 반응을 살폈는데요. 유일하게 TV조선이 야당의 반응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이상합니다. TV조선 "‘질서 있는 퇴진’ 재부상…친박도 ‘퇴진’"(2016. 11. 28)은 “그간 침묵을 지키던 친박계가 탄핵 위기를 맞자 본격적인 해법 마련에 나선 것”이라며 ‘친박계’의 ‘명예퇴진 건의’를 짧게 전한 후 “비박계와 야권에서도 같은 목소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TV조선은 먼저 “질서 있게 퇴진하고 내년 4월이란 시간을 못 박아서 하야하시겠다”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발언을 보여주었습니다.


△ 문재인도 ‘친박’의 ‘명예퇴진론’에 찬성했다고 보도한 TV조선


그런데 신정훈 기자는 바로 이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질서 있는 퇴진에 무게를 실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퇴진 선언하면 그때 정국을 질서 있게 수습해갈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갈 수 있다고 본다”는 발언과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의 “탄핵소추를 하는 과정에서도 질서 있는 퇴진의 길을 완전히 닫아선 안된다”라는 발언 장면을 덧붙였습니다. 마치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비박계’인 김무성 의원과 함께 ‘친박계’의 제안에 동조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TV조선 보도 내용에는 왜곡이 있습니다. TV조선이 전한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 모습은  28일 기자회견인데요. 당시 문재인 전 대표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탄핵 이전에 하야하는 것이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지막 도리다”라며 박근혜의 ‘즉각 하야’를 촉구했고 “탄핵은 반드시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탄핵 의지도 함께 표명했습니다. 야권이 탄핵을 결정하면서 처음부터 내세운 ‘탄핵‧퇴진 투트랙 전략’과 일치하는 발언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같은 날 JTBC 인터뷰 "‘운명의 한주’ 문재인 전 대표"(2016. 11. 28)에서도 “친박까지 퇴진을 말하게 되었으니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기다리지 말고 즉각적으로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 답이다”라며 ‘질서 있는 퇴진’이 아닌 ‘즉각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왜 이 시기에 친박이 그런 주장을 하고 나섰는지 그 정치적 속내가 좀 궁금하고 한편으로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만약에 지금 국회가 탄핵 절차에 착수했는데 탄핵 의결을 막거나 늦추고자 하는 그런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친박’의 의도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친박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탄핵 절차를 차질 없이 흔들림 없이 진행해 나가야 된다”며 ‘탄핵 병행’도 강조했죠. 모두 TV조선 보도가 사실과 다름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TV조선이 덧붙인 안철수 의원의 발언 역시 탄핵 추진 중에도 대통령이 퇴진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대통령의 ‘명예 퇴진’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JTBC만 ‘친박계’의 ‘명예 퇴진 제안’ 의도는 ‘정권 재창출’ 꼼수임을 지적


TV조선이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도 동의한 것처럼 묘사하면서 ‘친박계’의 ‘명예퇴진론’에 여론몰이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 대목에서는 ‘친박계’가 ‘명예퇴진’을 제안한 의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JTBC는 ‘친박계의 노림수’에만 2건을 할애하면 상당히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JTBC "돌연 ‘하야’ 꺼낸 친박, 탄핵 변수 될까"(2016. 11. 28)는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긋고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언급하면서 “이르면 12월 2일, 늦어도 12월 9일까지는 탄핵 의결이 예정돼 있는데 그 스케줄을 늦추려면 이런 제안을 할 수밖에 없고, 또 시간을 벌고 나서는 개헌까지도 노려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탄핵에 열심히 참여하려 했던 비박계 균열”을 의도한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고 “친박 중진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이른바 자신들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 꼬집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이 꾸준히 제안하고 있는 개헌과 ‘친박계’의 ‘정권 재창출 의도’까지 짚은 방송사는 JTBC뿐입니다. JTBC가 분석한 ‘친박계의 노림수’는 TV조선이 10월 24일 ‘국정파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줄곧 드러냈던 ‘보수 재집권 군불 떼기’와도 일치합니다. TV조선은 꾸준히 ‘대통령 2선 후퇴 또는 퇴진’을 요구했던 야권을 비난했고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대권주자’로 띄우고 있습니다. TV조선은 28일, ‘친박계의 의도’를 짚은 보도가 아예 없기도 한데요. ‘친박계’의 ‘명예 퇴진 제안’에 담긴 속뜻을 숨긴 채, 야권도 힘을 보탠 것처럼 묘사한 데에서 ‘정치적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타사도 ‘친박계 의도’에 소극적인 분석


TV조선만 ‘친박계의 의도’에 침묵한 것은 아닙니다. MBC와 채널A는 ‘친박계’의 ‘명예퇴진 제안’을 받아쓰며 탄핵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만 언급했습니다. MBN은 여기에 고심하는 청와대 반응을 1건 덧붙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의도를 분석한 것은 KBS와 SBS인데 두 방송사도 JTBC처럼 구체적이지는 않습니다.


KBS는 “거세진 탄핵 요구에 ‘퇴진 건의’ 결심”(2016. 11. 28)에서 “탄핵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만큼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이라 평했고 “대통령 개인은 물론 친박 주류에게도 큰 오점을 남길 탄핵을 피하면서, 향후 정치적 활로를 열고자 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네요. SBS "여야 원로들 ‘질서있는 퇴진론’ 제안"(2016. 11. 28)은 “‘이제 상황 반전이 어려우니 현실적인 선택을 하라. 하야하라’는 압박”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 2016. 11. 29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