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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저녁뉴스 방송에서는 박근혜 3차 대국민담화가 단연 톱보도로 꼽혔습니다. 박근혜는 외견상 퇴진을 거론했지만 일정 및 절차의 결정을 국회에 떠넘겼고, 검찰이 제기한 범죄 혐의 역시 부인했습니다. 탄핵에 동조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을 흔들면서 정치권 분열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탄핵 또는 하야 밖에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탄핵 국면을 장기화하며 임기를 채우려 한다는 해석입니다. ‘퇴진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의 경우 개헌으로 임기단축을 ‘합법화’ 해보라는 엄포로 해석되면서 박근혜가 사실상 퇴진을 재차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방송사들은 29일 대부분의 뉴스를 이러한 3차 담화로 채웠는데요. 그 내용은 제각각입니다. KBS, MBC, TV조선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짚는 대신 대통령의 전략을 거들고 나섰습니다.


정치적 계산 깔린 암묵적 ‘개헌 요구’…TV조선은 대대적 ‘여론몰이’


박근혜 3차 대국민담화에서 주목할 만 한 대목은 퇴진을 위한 ‘법적 절차’를 국회에 요구한 부분인데요. 개헌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개헌이 선행되어야 임기단축이 가능한 상황을 감안할 때 사실상 ‘개헌을 먼저 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개헌을 ‘국정파탄 수습용’으로 이용한 셈인데요, 결국 ‘자진사퇴 거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 대목에서 제기됩니다.


언론이라면 이러한 숨은 속뜻을 최소한 국민에게 알려야 하고 더 나아가 헌정유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해야 온당하겠죠. 안타깝게도 KBS, MBC, TV조선, MBN은 정반대로 보도했습니다. ‘개헌은 필수’라는 취지의 보도를 낸 것입니다.


특히 TV조선은 ‘개헌몰이’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TV조선 "‘개헌’ 부상…친문 ‘반발’"(2016. 11. 29)은 박근혜가 "개헌 문제도 재점화시켰다”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퇴진에 필요한 ‘법 절차’로 개헌을 주장합니다. 개헌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명문화하자는 것”이라 전했습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도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개헌에 힘을 실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여기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 세력에게 ‘꿈 깨’라고 말한 이후 친문 진영은 개헌 반대 강도를 높였다”며 ‘친문재인 세력’의 ‘개헌 반대’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대통령이 개헌 카드로 정치권을 논쟁의 소용돌이로 빠뜨리고 임기를 채우려한다는 해석과 배치됩니다. 오히려 개헌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마치 ‘친박계’도 ‘대통령 퇴진’에 동조하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죠. 그러나 ‘친박계’는 3차 담화 바로 전날(28일) ‘명예 퇴진’을 건의하면서 대통령과 스스로에게 ‘퇴로’를 열어놨고 대통령은 그대로 실행했습니다. 그 ‘퇴로’의 핵심이 개헌 카드로 꼽히기 때문에 TV조선의 보도는 ‘친박계’의 정략적 판단을 ‘선의’로 포장한 셈이 됩니다. TV조선은 이 보도 외에도 2건의 보도에서 개헌을 사실로 전제했습니다.


△ 대통령과 ‘친박계’의 ‘정략적 개헌’, 여론몰이하는 TV조선


MBC도 똑같습니다. MBC "정계 개편 ‘뇌관’ 개헌에 힘 실리나?"(2016. 11. 29)는 “박 대통령이 오늘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임기 단축을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못 박았고 개헌을 박근혜가 정치권에 던진 “해법”으로 명시했습니다. KBS와 MBN의 경우 ‘개헌을 통한 조기대선 시나리오’를 1건씩 보도해 역시 개헌에 힘을 실었습니다.


‘친박이 잘했다’? 민심 등지는 TV조선


TV조선은 개헌 정국을 유도하고 대통령의 ‘버티기’를 유도한 ‘친박계’를 칭송하기도 했습니다. ‘질서 있는 퇴진’을 ‘친박계’가 이끌어냈다는 것입니다. 


△ ‘친박계’ 치하하는 TV조선


TV조선 "‘박 마음’ 움직인 두 남자"(2016. 11. 29)는 “서 의원은 ‘명예로운 퇴진’을 제안하며 막혀있던 퇴로를 열었고,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했”다며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이정현 대표를 치하했습니다. “오늘 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기까지는 친박의 대부격인 서청원 의원과 이정현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친박계’가 이끈 대통령의 3차 담화는 ‘자진 사퇴 거부’로 해석되면서 오히려 분노한 여론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이 말 바꿨다’? TV조선의 ‘연이틀 왜곡 퍼레이드’


TV조선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박근혜가 헌정을 유린한 상황에서 목표물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닌지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3차 담화를 다루면서도 TV조선은 박근혜 대신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했기 때문입니다.


TV조선 “'명예퇴진'하더니…왜?"(2016. 11. 29))는 “야권 유력 대권주자들의 입장이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두 분은 어제까지만 해도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을 언급하자 맹렬히 비판했”다고 전했습니다.


박지호 기자는 “퇴진 선언하면 그때 정국을 질서 있게 수습해 갈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갈 수 있다고 봅니다”라는 문재인 전 대표의 28일 기자회견 발언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말은 하루 만에 바뀌었습니다. ‘흔들림 없이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과거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고도 덧붙였죠.


놀랍게도 TV조선은 전날인 28일에도 똑같은 기자회견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왜곡했습니다.


2016/11/30 - [불탄의 촛불누리/시사 뷰포인트] - TV조선이 '명예퇴진론' 여론몰이로 '보수재집권'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탄핵 이전에 하야하는 것이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지막 도리다”라며 박근혜의 ‘즉각 하야’를 촉구했고 “탄핵은 반드시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탄핵 병행 의지도 표명했습니다. 또한  JTBC 인터뷰 "‘운명의 한주’ 문재인 전 대표"(2016. 11. 28)에서도 “친박까지 퇴진을 말하게 되었으니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기다리지 말고 즉각적으로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 답이다”라며 ‘질서 있는 퇴진’이 아닌 ‘즉각 퇴진’을 강조했습니다.


TV조선이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언급’했다고 한 ‘명예퇴진’에 대해서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가나 국민이나 또 자신에게 명예로운 선택이 될 것이다 라는 뜻”이라며 지금과 같은 ‘조건부 퇴진’이 아닌 ‘즉각적 자진 하야’ 자체가 명예로운 것이라 설명했죠. TV조선은 이런 문재인 전 대표 입장을 묵살한 채 28일에는 ‘문 전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에 동조했다’고 보도했고 29일엔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발언을 입맛에 맞게 짜깁기하여 ‘문재인 전 대표가 말을 바꿨다’는 프레임을 조작하는 데 열을 올린 것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