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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되면서 불량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시도교육감들의 입장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이들 교육청에 대해 시정명령은 물론 특정 감사 등으로 재갈을 물리겠다고 나서 ‘월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2월 1일 오후, 이영 교육부 차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역사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관련 입장’이란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일부 교육청은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 대한 권한이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에 있는데도, 절차를 무시하고 교육과정 변경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학교에게 교과서 선택과 교육과정 편성 권한을 돌려주길 당부한다”고 밝혔습니다.


교육자치법에 명시된 교육부 교육과정 협의권 침해


이 차관이 염두에 두었음직한 서울·광주·전남교육청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직후, 국정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가주문한 중학교에 대해 교육과정 재편성 등으로 내년 3월 기준으로 1학년이 아닌 2~3학년으로 역사과목을 배치할 것을 학교장과 협의했거나 협의하겠다고 밝힌 곳입니다. 특히 광주교육청은 국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가주문한 고등학교까지 “1학년 한국사를 미편성하고 그에 따른 교사수급 등의 행‧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교육부가 지난 달 28일 공개한 국정 고교한국사(왼쪽)와 역사교과서 표지 - © 교육희망


이날 이 차관의 발표문은 이들 교육청의 대응 조치가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위해야 한다는 배경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차관은 “필요한 경우 시정명령과 특정감사 등 교육현장의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도 내놨습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 같은 입장이 법에서 규정한 시‧도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월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20조6호를 보면 교육감은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 가운데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부 차관이 언급한 서울교육청 등은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권 침해'를 한 것이 아니라, 이 규정에 근거해 학교장과 협의를 진행했거나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오후 내놓은 반박성 입장 자료에서 “서울교육감과 학교장들의 회의는 교육감이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 대해 학교장과 ‘협의’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한 교육자치법에 따라 이뤄진 사항”이라고 분면히 밝혔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30일 내년 3월 기준으로 중학교 1학년에 역사과목을 가편성한 18곳 학교의 학교장과 회의를 열고 역사과목을 2학년이나 3학년에 편성하는 방안을 협의했습니다. 이날 참가한 교장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학교에 배포할 경우 학교현장에 혼란을 더 가중시킬 수 있으며,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 될 것”을 우려하고 “학교 구성원의 협의와 중지를 모아 내년도 학교 교육과정을 조정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현재 각 학교는 교사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가편성한 상태이며, 최종 교육과정 편성은 내년 1월까지 확정됩니다. 서울교육청은 “논란이 이는 교과서를 무작정 학교 현장에 배포하는 것은 교육적인 태도라 할 수 없다”며 “교과과정 편성을 1~2년 늦추도록 한 조처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가장 온건한 조처”라고 강조했습니다. 교육감과 학교장이 협의해 합의한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까지도.


광주시교육청도 “교육부의 발표는 월권”이라고 반발에 나섰습니다. 광주교육청 고위관계자는 “교육감은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협의 권한을 법에서 보장받고 있다. 이를 충분히 활용해서 학교장과 협의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시정명령과 특별감사의 대상이 되는가”라며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기 위한 술수”라고 비난했습니다.


5개 오류 대 300개 이상 오류 “역사 부교재 흠집내기”


이날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이 개발한 교수·학습 자료 231종 가운데 3개의 교재에서 5개의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 차관은 “교육기본법 6조 교육의 중립성을 위반한 보조교재를 학교 현장에서 즉시 회수하고 위법한 대체 교과서의 개발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교육청들의 교재에 대한 오류는 전체 교재의 1.2%수준에 불과합니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은 관변 학자와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집필진의 편향성, 국사편찬위원회의 국정 역사교과서 대리 집필 의혹 등을 접어 두더라도, 며칠 지나기도 전에 이미 300여 개가 넘는 오류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교육부가 호들갑을 떨고 나선 것이 시도교육청들이 준비하는 역사교과서 부교재에 대한 흠집 내기라는 비난을 사는 이유입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17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운동’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시도교육청과 전교조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이자 "교육과정 재구성 등은 법과 교육과정지침에 보장된 교사의 고유 권리”라며 “교육부가 교육청과 교사들의 정당한 활동에 대한 궤변과 협박을 늘어놓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