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언제 어떻게 퇴진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가 퇴진해서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느냐의 문제
언제 어떻게 대선을 하면 당신들에게 유리한가?
- 박근혜 질문 하나에 무너진 국회 탄핵 대오
비박계 의원들이 12월 2일 탄핵을 거부했다. 마치 3차 담화를 기다렸다는 듯 2일 탄핵을 접고 박근혜 제안을 9일까지 여야가 토론하자고 한다. 국민의당에서는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탄핵 전에 총리부터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야3당은 대통령 임기 관련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그렇다고 탄핵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는 것도 아니다.
국회 탄핵이 순식간에 어그러진 것은 박근혜가 던진 질문 탓이다. “언제 어떻게 대선을 하면 당신에게 유리한가?” 3차 담화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JTBC뉴스 - 사회진보연대 캡처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한 박근혜를 퇴진 방법과 시기에 관한 질문은 박근혜가 던진 새로운 질문 앞에 허무하다. 이미 현실에서 박근혜는 죽은 권력이다. 중요한 건 미래의 권력이다. 문재인을 꺾을 연합을 준비하는 새누리 비박과 국민의당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거국내각이나 개헌처럼 둘을 연결시켜줄 촉매도 필요하다. 조선일보는 어제 사설에서 미리 답을 내놨다. “대선은 6월쯤. 거국총리 세우고, 개헌하면 새로운 보수연합 결성 가능.” 대통령 퇴진은 대선 일정에 맞춰 역으로 계산된다. 그래서 퇴진은 “4월”이다.
잘 보면 지금 보수세력에게 박근혜는 버리는 카드다. 심지어 친박까지 이제 박근혜를 “잘” 버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박근혜 스스로도 대통령직을 잘 버리는 방법으로 구속을 면하고 이후를 도모해보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박근혜 퇴진은 저들에게 동쪽에서 북을 울리며 서쪽으로 진격하는 손자병법의 성동격서 전략에 다름 아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가 9일 탄핵을 앞두고 또 한 번 담화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용은 4월 퇴진 약속이다. 비박 중에는 박근혜가 퇴진시기를 4월로 밝히면 탄핵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원이 꽤 많다. 지금 분위기로는 국민의당도 노선을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탄핵은 완전히 물 건너간다. 민주당과 정의당만으로는 탄핵이 불가하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 내에선 현실론이 점차 커질 것이다. 민주당도 결국 “그나마 어떤 대선이 우리에게 유리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딜레마는 퇴진의 방법과 시기를 사태의 중심에 두는 순간 불가피한 것이기도 했다. 보편타당한 ‘답’이 있는 질문이 아닌 만큼 “즉각 자진 퇴진”, “거국 내각 후 자진 퇴진”, “즉각 탄핵”, “총리 선출 후 탄핵” 등등 퇴진의 시기와 방법을 둘러싸고 여러 세력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뉜다. 그리고 이 세력들을 규합하려면 결국 이해관계를 맞춰야 한다. 200만 촛불의 박근혜 퇴진 요구는 각 세력의 정치공학으로 바뀌고 만다.
답이 없는 질문에 답을 만드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 “언제 어떻게 퇴진해야 하는가?”라는 국회의 질문도, “언제 어떻게 대선을 하면 당신에게 유리한가?”라는 박근혜의 질문도, 국민에게는 답이 있을 수 없는 질문이다.
왜냐면 국민은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으로 이 퇴진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답을 찾고자 촛불을 들었다. 금수저의 나라, 재벌의 나라, 검찰국정원경찰의 나라, 북한 탓만 하는 나라, 국민을 개돼지라 부르는 나라를 바꿔보기 위해 박근혜를 퇴진시키려 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언제 어떻게 퇴진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가 퇴진해서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냐가 문제인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노동과세계
촛불이 2일이든 9일이든 아예 탄핵 여부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권력자들의 머릿속에는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민중들이 뭣에 분노하고 뭘 넘어서고자 하는 등은 이미 관심 밖이다. 자기들이 박근혜 체제를 조금도 건들지 못하는 무능을 숨기기 위해 국민의 모든 관심을 오로지 박근혜를 며칟날 퇴진할지에 쏟아붓게 하고 있다.
이미 사실상 대통령이 아닌 박근혜에 대해서는 “박근혜 즉각 퇴진, 범죄자 박근혜 구속”이라는 단호한 구호면 족하다. 촛불이 퇴진의 시기와 방법에 관심을 집중할수록 저들의 답 없는 질문이 우리를 혼란케 할 것이다. 다시 우리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어떻게 나라를 다시 세울 것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12월 3일 촛불집회에서 재벌 총수 구속, 정치 검찰 해체, 새누리당 해체, 박근혜 정책 전면 폐기를 외치자. 12월 6일 재벌 총수가 증인으로 나오는 청문회를 국회의원 몇몇의 쇼맨십이 아니라 국민의 질문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 사회진보연대 오늘 논평 2016.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