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ERS] 조선일보의 보수정권 재창출 로드맵
조선일보의 숨은 프레임 ‘거국총리 = 개헌’
헌법도 안 바꾸고 이원집정부제 실현(?)
- 주간 워커스 27호 2016. 12. 7
조선일보는 단 한 번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즉각 하야나 퇴진을 종용하지 않았다.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탄핵도 반대했다. 퇴진이 불가피해졌을 때조차, 일정 기간 대통령직을 유지한 채 퇴진 시점을 못 박는 ‘예고 하야’, ‘질서 있는 퇴진’ 등을 주장했다. 즉각 퇴진이나, 탄핵과 같이 일거에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면 국정이 마비되고 혼란이 가중된다는 이유였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나 모든 권한이 즉시 정지되는 탄핵 절차를 그토록 반대한 것일까? 정말 국정 혼란을 우려한 우국충정의 발로일까?
즉시 퇴진을 하면 헌법이 정한대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 문재인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아 이를 반대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탄핵에 대해서도 극렬 반대했다. 오히려 탄핵이 가시화 되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예고 하야’를 하라고 압박하면서까지 탄핵을 막으려 했다. 탄핵 절차가 개시되더라도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면 된다. 2선 후퇴 후 거국 총리가 내치를 하던, 탄핵 개시 후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던 사실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국정혼란이 탄핵 반대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 즉각 퇴진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만큼이나 국회가 임명한 ‘거국 총리’도 어떤 이유로든 관철시키려 했다. 조선일보는 ‘예고 하야’를 하더라도 국회에서 거국 총리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넘어가더라도 황교안 총리가 자발적으로 사퇴하면 법에 따라 부총리가 권한 대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임명한 거국 총리가 대행을 맡아도 된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일보 프레임의 핵심은 즉각 퇴진이나 권한이 정지 되지 않고 ‘2선 후퇴한 박근혜 대통령’과 ‘거국 총리’다. 조선일보는 10월 26일 첫 사설을 통해 2선 후퇴하고 국방만 담당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거국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라는 프레임으로 현 사태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그림이다.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갖고, 행정 수반은 국회가 임명하는 총리가 책임지는, 바로 이원집정부제다. 조선일보는 이 기회에 이원집정부제라는 형태의 권력구조 개편을 개헌도(!) 하지 않고 먼저 실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든 궐위되면 헌법에 따라 권한을 물려받은 총리는 대통령과 같은 권한을 갖기 때문에 그냥 대통령제인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식물상태지만 형식적으로 존재하고, 거국 총리와 거국내각이 들어서면 이는 권력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조선일보발 개헌론
10월 24일 최순실 PC 보도가 있기 몇 시간 전, 박근혜 대통령은 불과 1주일 전까지도 반대하던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누가 봐도 최순실 논란을 물타기 위한 개헌론으로 읽혔다. 결국 박근혜 발 개헌은 바로 몇 시간 후 JTBC보도로 묻혀 버렸고, 개헌 논의 자체가 물 건너 갔다. 그런데 이틀 후 조선일보는 개헌의 ‘개’자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대통령 2선 후퇴와 거국총리’로 자신의 개헌 의제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선언하지 않고 상황을 모면하고자 애를 썼고, 김병준 총리내정자를 일방적으로 임명하자 결국 조선일보는 직접 개헌과 조기 대선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11월 3일 양상훈 논설주간은 거국 총리가 개헌하고 조기대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지금의 틀을 크게 손대지 않고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개헌으로 가는 것이 옳다.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핵심은 실질 권한을 가진 총리제도와 함께 대통령과 검찰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다”라며 이원집정부제와 검찰권 독립을 주장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는데, “개헌을 빨리하면 현 대통령 임기를 자연스레 단축할 수 있다. 현행 헌법상 개헌은 여야가 개헌안에 합의만 하면 두 달 안에 국민투표까지 모든 절차를 끝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 후에 새 헌법으로 바로 대선을 치르면 수개월 내에 새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임기단축 개헌까지 자연스럽게 진행해서 조기대선을 치르되, 그 사이 거국 총리와 내각이 주도하는 개헌을 이뤄가자고 했다.
개헌 논의야말로 탄핵보다 더 국정을 혼란시킬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대선 전에 반드시 하자는 것이다. 개헌 협상이 2개월 만에 끝날 리도 만무하고 각 정치세력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인데, 국정혼란을 우려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주장을 쏟아냈다. 그것도 불과 몇 개월 안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고, 몇 달 뒤 또 대선 투표를 각각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조선일보 발 개헌론은 그렇게 점화됐고 국회 안팎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이미지 출처 - 주간 워커스
탄핵정국 넘어서 개헌 살리기
하지만 11월 20일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공범으로 지목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2선 후퇴를 수용하지 않고 ‘법대로’를 외치면서 버티기에 나섰다. 여기에 100만 촛불집회가 참가자 늘리기에만 몰두하고 ‘평화시위’ 프레임에 갇히면서 퇴진을 관철할 힘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그런데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사실상 범죄 피의자로 규정하면서 헌법이 정한 탄핵 절차의 진행이 매우 순탄하게 됐다. 민주당 등 야당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까지 합세하면서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인 200명을 넘겨 정국은 급속하게 ‘탄핵’으로 빨려들어 갔다.
조선일보는 즉각 퇴진만큼이나 탄핵도 피하고 싶어 했다. 두 가지 이유인데, 앞서 밝힌 대로 식물상태로 당분간 박근혜 대통령이 존재해야 거국총리와 함께 이원집정부제를 먼저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가져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결정 나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과 같은 다른 논의가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정국은 탄핵으로 급진전했고, 청와대까지 탄핵 불사를 외치면서 탄핵은 불가피한 과정으로 정리돼 갔다. 이 상황에서도 조선일보는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목 놓아 외쳤다.
- 11월 21일자 사설
“지금 정가에선 탄핵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개헌도 함께 추진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개헌 합의가 빨리 이뤄지면 박 대통령 임기도 자연스럽게 단축시킬 수 있다.”
- 11월 22일자 사설
“대통령과 측근들의 농간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권력을 분산하고 여야 간 협치(協治)의 문을 열어주는 개헌은 의지만 있으면 탄핵 절차 진행 중에라도 추진할 수 있다.”
- 11월 23일자 사설
“새누리당이 가짜 보수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나 각오가 없다면 차라리 없어진 뒤에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 정당의 재탄생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 11월 24일자 사설
“저변을 살펴보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을 제외하고는 개헌 필요성에 찬성하는 쪽이 훨씬 많다. 여야 전직 의원 150여명이 참여한 ‘개헌 모임’도 이날 탄핵과 개헌을 병행하자고 했다.”
- 11월 25일자 사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때가 개헌을 논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합의가 되면 새 헌법으로 대선을 치르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각 대선 후보들이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완수하겠다는 공약을 하면 된다.”
- 11월 26일자 사설
“그는 야권에서도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개헌론을 “물타기”라고 비난했다. 개헌론자였던 문 전 대표가 입장을 바꾼 것은 정권을 잡게 됐다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한다.”
- 11월 28일자 사설
“원로 모임은 여야가 이를 수용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고 거국 중립 총리를 추천해 대선까지 국정 전반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 추진도 제안했다.”
- 11월 29일자 사설
“그때까지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국정 전체와 대선 관리를 맡기게 된다면 안보와 경제에 주는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주어진 기회에 이런 참담한 사태를 부른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탄핵이 사실상 공식화 된 11월 21일 이후,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일요일(11월 27일)을 제외하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사설을 통해 탄핵 대신 ‘예고 하야’를 하라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고, 탄핵 추진세력을 비판했으며, 어찌 됐든 개헌은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개헌은 거의 매일 사설에 등장했다.
개헌과 보수연합, 보수정권 재창출 로드맵
현 국면대로라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보수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한 조선일보의 완승으로 끝맺을 가능성이 크다. 12월 9일까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일정을 국회가 합의하면 탄핵정국은 물론 촛불도 수그러들게 된다. 물론 그 열쇠는 새누리당 비박계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못 박고 2선 후퇴를 한다면 비박계가 이 일정에 따를 가능성이 높고, 야당도 더는 탄핵을 추진하기 어렵다. (편집자주 –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12월 2일 6차 범국민행동에 역대 최대 인파인 232만 명이 참가함으로써, 4월 퇴진이나 임기단축 개헌 등 질서 있는 퇴진론은 거부되고 급속하게 탄핵으로 기울고 있다. 또한 민심이 즉각 퇴진에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상황도 개헌이나 제3지대론이 확대하기 쉽지 않게 되었다. 현재 정세를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촛불의 힘과 방향이다.) 그러면 남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이 정치 프로그램을 받고 거국총리와 거국내각을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거리에서 즉각 퇴진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다.
탄핵이 개시돼도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 탄핵 진행 중에라도 임기 단축 개헌은 가능하고, 심지어 국회가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탄핵 일정을 중단하고 ‘예고 하야’로 넘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최종적으로 헌재의 탄핵심판까지 가더라도 그 기간 중에 권한대행 총리를 국회가 지명할 방법도 있고, 개헌 카드는 국회에서 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탄핵 진행 중에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이 클 뿐이다. 거리의 촛불도 탄핵이 개시되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거국총리와 거국내각이 구성되면 곧장 개헌 논의로 넘어간다. 개헌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정치세력은 없다. 개헌의 내용과 시기가 차이 날 뿐이다. 그런데 이 차이는 현재 엄청난 변수로 작용한다. 정치권의 개헌은 주로 권력구조 개편에 맞춰 있다. 크게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개헌이다. 민주당 특히 친문세력은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한다. 그 외 대부분은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제 개헌이다(권력구조 개편 외에 선거구제 문제, 국민 생활과 경제, 노동과 사회복지 등 개헌 의제는 산적해 있다).
내각제는 오래 전부터 보수 진영의 공통관심사였다. 다수당에서 총리가 되어 행정부를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장기집권이 가능한 구조이며, 변수가 많은 대통령제보다 집권 가능성이 더 높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각제의 절충적 형태가 바로 이원집정부제인데,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맡고 행정부 수반은 국회가 뽑은 총리가 맡는 구조다. 내각제에 대한 반감(내각제=장기집권) 때문에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원집정부제는 실상 내각제와 다름이 없다.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더라도 권한이 거의 없는 허수아비이고, 실권은 국회에서 뽑는 총리가 거머쥐기 때문이다.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이 되면, 사실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되던 큰 상관이 없다. 외교와 국방 등 이름만 대통령이지 실권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대통령의 임기는 채 3년이 안될 수도 있다. 대통령과 총리의 임기를 맞추려면 대선과 총선을 같이 하는 수밖에 없는데, 개헌에 경과규정을 둬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다음 총선으로 맞춰야 한다. 물론 지난 4월에 뽑힌 국회의원을 총사퇴시키고 이번 대선에 다시 총선을 하는 내용을 개헌에 포함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현 정세를 반영한 정계개편도 이루어 질 수 있지만, 친박이 조기 총선을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내치를 담당할 총리는 새로운 보수연합 당에서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프레임은 ‘친박=친문’으로 굳어가고, 양 진영 누구도 과반이 못된다. 개헌을 매개로 한 보수신당 결성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세력을 충분히 규합한다면 원내 1당이 아니더라도 총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 지형에서 새누리당 친박이 보수 신당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프레임대로 정부 형태가 이미 이원집정부제 형태로 완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를 잘 관리하면 개헌 논의에서도 4년 중임제보다 더 큰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고 한쪽의 반대가 심해 실제 발의되지 못한다하더라도, 개헌 논의를 통해 최소한 보수 재편의 축을 만들 수 있다. 비박계 전체와 김종인, 김부겸 등 민주당 내 비문 진영, 손학규와 국민의당 일부 등 보수 재편의 주요 주체와 대상이 대부분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분권형 권력구조를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 재편의 주요한 축으로 이른바 ‘개헌연대’가 가능하다. 이런 개헌 논의와 신당 창당 과정에서 보수신당의 후보로 반기문을 추대할 수도 있다. 대선 전 개헌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대선공약으로 이원집정부제 개헌 또는 그와 유사한 책임총리제를 공약한다면 집권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것이 개헌을 매개로 한 조선일보의 보수정권 재창출 로드맵이다.
촛불, 잔치는 끝났다?
이제 국면은 사실상 고착됐다. 탄핵으로 가던, 국회에서 퇴진 일정을 합의 보던, 내년 중반기 조기 대선과 그 사이 거국 총리가 들어설 것이다. 거국 총리는 곧 개헌을 의미하기 때문에, 야당은 물론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조차 이 잔치가 누구를 위한 잔치였는지, 의문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탄핵 등 정치일정 윤곽이 드러나자, 조선일보는 촛불집회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은 공범’이라고 발표한 다음날인 11월 21일 사설에서 “우선 탄핵이라는 법적 절차에 들어가게 된 이상 최소한 야당은 장외 시위는 중단하는 게 옳다. 법과 제도로 이 사태를 풀겠다면서 힘도 함께 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평화집회를 벌이고 있는 국민보다 더 과격한 말로 선동하고 있는 3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부터 자중해야 한다”며 야당은 거리로 나서지 말고 국회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또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것을 국회에 일임하겠다며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사실상 하야 선언과 다름없다면서 촛불을 갈라치기 시작했다. 30일 사설을 통해 “협상이 시작되면 야당은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무책임한 태도다. 27일 정계 원로들은 대선 준비와 국정 수습 일정을 감안해 내년 4월을 퇴진 시한으로 제시했다. 합리적인 제안이다… 극렬 세력 아닌 보통 국민들은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대통령 퇴진 시기만 합의가 되면 정권퇴진 주장도, 촛불집회도 필요 없다는 얘기다. 더 이상 시위를 이어가는 것은 ‘극렬 세력’이지 보통 국민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촛불 잔치는 끝났고 모두 집에 가라고 하는 것은 개헌 이외에 퇴진 정국을 둘러싼 모든 퇴로를 봉쇄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것은 거리에서 진행되는 비타협적인 정권퇴진 운동뿐이다(편집자주 – 12월 2일 예상을 깨고 232만 명이 6차 범국민행동에 결집하자, 박근혜 대통령 4월 퇴진론도 무용이 되고 새누리당의 비박과 친박계 의원들의 탄핵 찬성도 확대되고 있다). 야당조차도 의사당 안에서, 제도정치 내부에서 대통령 퇴진을 관철시키려 할수록 개헌에 발목 잡히고 보수재편, 보수대연합이라는 영화 제작 과정의 조연으로 남게 된다. 과연 잔치는 끝난 것인가? 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얻은 대통령 직선제가 노태우 정권으로 귀결된 것처럼, 2016년 촛불 퇴진운동 또한 개헌과 보수연합 정권의 창출로 끝을 볼 것인가? 정치권 지분 싸움에 불과한 개헌 논의에 염증을 느낀 국민대중의 분노가 다시 어떻게 폭발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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