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중·고교 역사교사들이 교육부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일정을 취소하고 기존 검인정 교과서 사용을 위한 행정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12월 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전국 1,187개 중·고교 역사교사 1,372명이 참여한 '역사교사 국정교과서 불복종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가한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교육부는 깜깜이 집필에 오류투성이인 현장 검토본을 내고도 불량 교과서 폐기를 주장하는 시도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 시정명령 등으로 압박하는 등 역사적 대의를 거스르고 있다”면서 “현장 교사들이 직접 나서 이 교과서를 수업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 전국 1187개 중고교 역사교사 1372명 국정 역사교과서 불복종 선언 - 교육희망 ©남영주


조한경 경기 중원고 교사는 “국정 교과서는 생소한 2단 편집, 설명 없는 사실 나열, 학생 활동은 찾아볼 수 없는 교과서인 데다가 친일축소와 독재미화, 현대사 50쪽 중 박정희 서술만 9쪽, 민주화 운동의 주체를 대학생과 재야인사로만 한정하는 등 문제가 끝도 없다”면서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가 공개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읽을수록 기본도 안 된 교과서라는 사실만 분명해질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이런 교과서로는 수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교사들이 실명을 걸고 전하기 위해 왔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이준식 정책위원장은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하겠다는 교사들의 노력을 폄훼하고 오로지 박정희를 위해, 보수정권 연장을 위해 만들어낸 불량교과서가 국정 역사교과서”라면서 국정교과서 문제 해결의 유일한 답은 "교과서 폐기"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정부에 역사교사 서명지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에 막혔다 - 교육희망 ©남영주


역사 교사들은 불복종 선언문을 통해 “친일과 독재에 대한 우호적 서술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거의 모든 학교가 채택하지 않았던 교학사 교과서를 ‘국정’이라는 옷으로 갈아입히고 화장을 조금 고친 현 국정교과서를 모든 학생들에게 배우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교육부에 현장 검토본 회수 등 국정화 관련 이후 모든 일정 취소, 기존 검인정 교과서의 주문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행정 조치 등을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국회에는 "국정교과서 금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함께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역사 교사들은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정역사교과서의 검토와 보급 관련 일체의 실무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업에도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교재운영상 활용가능한 권리에 따라 적절한 수업자료를 구성해 역사 교육을 진행할 것을 강력히 결의했습니다.


전국 1,187개 중·고등학교 역사교사 1,372명 일동으로 발표된 "역사교사 국정교과서 '불복종' 선언문"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역사교사들은 11월 28일 교육부가 내어놓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교과서로 인정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의거하여 국정 역사교과서 ‘불복종’을 선언하며, 국정화 추진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


정부는 현장검토본을 발표하면서 스스로 ‘올바른 교과서’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가 이 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책은 빗나간 역사관으로 꿰어졌고 왜곡과 오류가 극심한 책이다. 뉴라이트 등 관변학자들과 역사 비전공자들이 집필진에 대거 참여했고 누구에 의해 조율되고 수정되었는지 알 수 없는 기이한 출간 과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친일과 독재에 대한 우호적인 서술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아 거의 모든 학교에서 채택되지 못했던 교학사 교과서가 ‘국정’이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조금 고친 것으로서, 올바르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다. 따라서 비정상 권력집단의 내부에서나 교양서로 읽혀질 ‘위험한 책’을 교과서로 제시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배우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국정 역사교과서라는 발상 자체가 2013년 국제연합(UN)에서 채택한 ‘역사교육지침’에 위배된다. 민주사회에서 사회와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정제가 아닌 검인정이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국정 역사교과서는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나 논쟁성을 원천봉쇄하고 주입식 역사교육을 지향하므로 민주적이지 않고 교육적이지도 않다. 정권 차원에서 역사의 서술과 역사교육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위험한 시도는 국민 대다수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다.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우리 역사교사들은 역사가 남긴 소중한 교훈에 따라, 평론가나 방관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서고자 한다. 국정교과서 사태는 우리가 직접 수행하는 역사교육을 좌우하는 문제이고 학생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까닭이다.


‘역사교육 대란’의 방지를 위해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1.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회수하고 이후 일정을 즉각 취소하라


2. 교육부는 학교 단위로 12월 중 기존 검인정교과서를 선정해 주문하도록 행정조치하라


3. 국회는 국정교과서 금지 법안을 속히 의결하라


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학교현장에서 불복종 운동을 다음과 같이 전개할 것이다.


1. 학교 교육과정 운영지침과 교육관계법에 따라 국정 역사교과서의 구입과 사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소속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하고 의견이 관철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2. 국정 역사교과서의 검토와 보급에 관해 당국이 요구하는 일체의 실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3. 국정 역사교과서를 역사수업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교사에게 부여된 교육과정과 교재 운영상의 권리에 따라 적절한 수업자료를 구성하여 정상적인 역사교육을 진행할 것이다



한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역사학계 원로교수 27인의 기자회견도 열렸습니다. 숙명여대 이만열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된 이번 기자회견문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헤럴드경제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오류투성이의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합니다


지난 11월 28일 교육부가 “사실에 입각한 대한민국 교과서”라며 이른바 ‘올바른 역사교과서’ 즉 국정역사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을 공개하였습니다. 이날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부가 “역사적 사실과 헌법 가치에 충실한 대한민국 교과서를 개발”하였음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은 서술 내용의 친일·독재 미화, 박정희·이승만 우상화, 재벌찬양, 노동·인권 탄압 축소, 민주화운동 왜곡과 더불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의 오류로 인해, 학계로부터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교과서 편찬과정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복면집필, 편찬기준 비공개에다 대필 수준의 첨삭이 이뤄졌습니다. 원고본과 개고본을 없애버리는 증거인멸까지 해야 할 만큼 부적절하고 부실한 작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국정교과서가, 정부는 ‘헌법가치에 충실한 교과서’라고 강변하지만,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반 헌법적인 역사책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국정제로의 전환이 헌법가치에 위배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정제는 국가가 직접 저작하거나 위탁하여 저작한 교과서 이외의 교재를 인정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국정교과서 제도의 본질은, 하나는 국가가 역사의 해석을 독점하는 것이며[해석독점], 다른 하나는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국가가 독점한 단일한 교과서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사용독점]. 헌법재판소(헌재)는 교과서가 국정화될 경우, “국가가 필요 이상의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어 교과서에 국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다.”고 하였습니다. 유엔 역시 “국가가 역사 교과서를 하나로 줄이는 것은 퇴보적(retrogressive) 조처이며, 국가가 후원하는 교과서는 매우 정치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국정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헌재는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도를, 검인정제도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국정제는 과거 나치와 일본군국주의 그리고 현재 일부 종교국가나 독재국가 그리고 후진국들만이 채택하는 제도입니다. 국정교과서는 다양성과 다원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 기본이념에 모순되거나 역행합니다. 국정제가 유신체제 성립 후 채택되었다가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폐기된 것도 이러한 문제점 때문입니다.


다음 국정교과서의 반 헌법적 서술내용으로, ‘1948년 대한민국 수립’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기존 검정 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 ‘북한정권 수립’으로 바로 잡았다.”고 강변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사학계는 이러한 주장이 역사사실은 물론 헌법정신에도 배치된다는 점을 누누이 밝힌 바 있습니다. 학계는 1919년 3·1운동으로 ‘독립을 선포’하고 그에 따라 대한민국이 건립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독립운동의 전통 위에서 성립·발전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1948년 8월 15일 정부출범식 때 청사에 걸린 새 정부 출범 축하 현수막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국민축하식”이라는 글자를 새겼습니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건국 국민축하식’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학계의 주장은 헌법정신에도 부합됩니다. 헌법 전문(前文)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전문의 이 구절이 “대한민국이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의 공헌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임을 선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국정교과서의 반 헌법적 서술은 제헌헌법에 대한 설명에서도 나타납니다. 국정교과서는 “제헌헌법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 틀로 삼았다”고 서술하였는데, 이는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으로 자유시장체제를 기본으로 하여 출발”하였다는 특정인의 주장을 교과서에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제헌헌법의 특징은 “균등사회의 수립을 기한 것(경제적 민주주의 수립)”이며, 이는 우리나라 헌법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제헌헌법은 형식적·정치적 민주주의가 약자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보고, 실질적·경제적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주의를 채택하였습니다. 제헌헌법의 이러한 정신은 평등을 강조한 독립운동의 전통으로부터 이어받은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에 대해, 헌재는 “우리 헌법의 경제 질서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국정교과서 서술이 지나치게 정치사에 편중되었다는 사실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각 시대마다 경제, 사회, 문화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특히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서술하는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내용을 읽어보면 편견이 바뀔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였지만, 지난 20∼30년 동안 이루어진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시대역행적인 교과서임이 드러났습니다. 유엔은 “역사교육이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일상사를 균형 있게 통합시켜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역사교육이 정치적 사건 중심으로 이루어지면 학생들에게 인류사회에서 정치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가르치는 셈”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럴 경우 역사 교육이 “전쟁, 갈등, 정복과 혁명의 역사로 축소되기 쉬우며”, 이는 “학생들에게 평화와 안정의 시기가 중요하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전쟁을 미화하고 군사 지향의 교육을 장려할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역사교육이 “인류사회의 복잡성과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이유를 다양한 측면에서 전달할 수” 있으려면 정치사 중심의 역사서술은 지양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대한민국 교과서”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학계는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류투성이의 균형감각을 상실한 편향적’인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반박하였습니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서술내용, 중요한 사건의 배경 생략과 전개과정 축소, 인과관계 설명이 누락된 단순한 사실나열, 비판과 성찰이 결여된 찬양일변도, 학생들의 학습 발달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중·고등학교 교과서 서술내용의 중복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장검토본 공개직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3분의 2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시도교육감들도 국정교과서 보급 관련 절차에 일체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교육주체들도 불복종운동에 나섰습니다. 현장 교사들은 가르치지 않겠다고 하며, 학부모들은 구매거부를 선언하고, 학생들은 배우지 않겠다고 합니다.


율곡은 “한 나라의 사람이 의논하지 않고도 똑같이 옳다고 하며, 이익으로 유혹하는 것도, 위엄으로 무섭게 하는 것도 아니며, 삼척동자도 그 옳은 것을 아는 것”을 공론이라고 하였는데, 현재 각계각층에서 분출되고 있는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야말로 우리사회의 공론입니다. 우리는 학계가 이미 사망선고를 내렸으며,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교육주체가 거부하는 국정교과서를 정부가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합니다.


※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를 촉구하는 역사학계 원로 명단


강만길(전 상지대 총장), 권태억(서울대 명예교수), 김동수(전남대 명예교수), 김정기(전 제주교대 총장), 김태영 (경희대 명예교수), 노중국(계명대 명예교수), 박종기(국민대 명예교수), 박현서(한양대 명예교수), 배영순(영남대 명예교수), 서굉일(한신대 명예교수), 서중석(성균관대 명예교수), 신경철(부산대 명예교수), 안병욱(가톨릭대 명예교수), 유승원(가톨릭대 명예교수), 윤경로(전 한성대 총장), 이근수(경기대 명예교수), 이만열(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병휴(경북대 명예교수), 이이화(전 서원대 석좌교수), 이태숙(경희대 명예교수), 임병훈(경북대 명예교수), 임세권(안동대 명예교수),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장병인(충남대 명예교수), 전형택(전남대 명예교수), 정구복(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조광(고려대 명예교수)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