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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개헌 적기! 살아있는 권력 문재인만 개헌 반대해

- 민주언론시민연합 '며칠 전 종편시사' 2016. 12. 12


9일 탄핵소추안 가결 약 7시간 전인 오전 9시, 새누리당 몇몇 의원들은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위원회’라는 개헌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언론은 이 모임에 김무성 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는데요. 회의장 앞엔 “개헌으로 불행한 대통령 시대를 끝내자”는 입간판까지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개헌만이 나라의 미래를 살릴 수 있다’고 뜻을 모았다네요.


탄핵소추안 가결 약 2시간 후, MBN '뉴스와이드'(2016. 12. 9)에 출연한 출연진들도 ‘개헌추진위원회’의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개헌을 주장했습니다.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 본부장은 “지금 이제 개헌 논의를 한 번 해야 합니다”라며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개헌론을 해서 여태까지 살아 있는 권력이 있거나 확실한 미래 권력이 있으면 개헌 논의가 안됐거든요. 지금 살아 있는 권력 없을 때 한번 해 봐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런 낡은 정치 때문에 밀실 통치가 가능해진 것이죠”라는 건데요.


개헌에 대한 가치 판단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정말 개헌 적기일까요?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개헌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물리적인 시간상으로도 불가합니다. 이제 막 대통령 심판의 첫 단추가 꿰어졌는데요. 당분간 국민의 관심은 모두 대통령 탄핵 심판에 집중되어 있을 것입니다. 국회 역시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감시해야 할 것이고요. 9일 저녁 7시 경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죠. 정말 지금 제1 현안이 개헌일까요? 국회는 경제, 안보, 민생 등의 문제에 대해 여느 때보다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개헌 절차가 아주 복잡한데요. 먼저 과반수의 국회의원이 찬성하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 공고와 의결에 60일 가량이 필요하고요. 의결이 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개헌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은 모두 제각각인데요. 개헌에 대한 찬반 뿐 아니라 찬성한다 해도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등 그 내용도 다양합니다. 200명 이상이 동의하는 하나의 개헌안을 만드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 거죠.


국회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요. 선거권자의 과반수가 투표해야 하고,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개헌안이 확정됩니다. 절차가 복잡하고 따라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탄핵 인용 결과와 시점을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전문가들은 이르면 4월, 늦어도 8월 내 대선이 치러질 거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과 기득권의 개헌 주장 특히 대선 전 개헌 주장은 각자의 권력 연장을 위한 정략적 판단으로 보일 수밖에요. 더불어 개헌으로 내각제를 도입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제왕적 구조가 없어질까요? 지금의 지역구 선거제도 하에선, 제왕적 대통령 대신 다수당의 총리가 결국 제왕적 총리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밀어 붙일 단순한 문제가 아닌 거죠. 제도 전반을 함께 논해야하는 중대한 작업입니다.


게다가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앞선 송 씨의 개헌 논의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동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권력은 있다’는 자신의 생각도 덧붙이는데요. “노태우 대통령 이하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이러저러한 일이 있을 때부터는 꼭 운전자들의 문제인 것인가. 차량의 구조적 결함은 없었던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 왜 5년 되면 직전이나 직후나 꼭 왜 차가 추락하는가. 개헌을 해야 되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한 가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자, 지금 보면 박근혜 대통령, 살아 있는 권력이 지금 정지되었으니까...' 대한민국에 살아 있는 권력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닙니다. 박지원 의원이 얘기한 대로 대한민국의 최고의 권력자는 문재인 전 대표예요. 과연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 문제에 대해서 흔쾌히 동의해 줄까요?”라는 것이죠.


박근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현 정국에서 개헌은 선택이 아닌 당위”라며, “문 전 대표는 개헌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는데요. 문재인 전 대표의 개헌 반대를 “반 노무현적”이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황 씨의 발언 역시 이 논리와 일맥상통하죠.


이번 농단사태가 일어난 게 대통령제란 제도 자체 때문일까요? 엄밀히 따져보면, 헌법대로 통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 즉 대통령제 제도 자체의 잘못은 아닙니다. 초법적 통치를 한 대통령 자신의 문제가 가장 크죠. 무엇보다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입법부 즉 국회의원 본인들이 직무를 방기해 이런 농단을 야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반성, 개선 없이 모든 책임을 대통령제에 돌리는 것은 ‘지금 당장 개헌’을 위한 당위성 만들기에 불과합니다.


또한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현 시국에서 개헌 논의 보단 대선 후보들의 공약 등을 통해서 개헌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죠. 이것은 또 다른 야권 대선 후보 박원순 시장, 안철수 의원 등과 같은 입장입니다. 하지만 황 씨의 발언만으론 ‘개헌만이 정의, 문재인이란 이권자의 반대로 정의 실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일 수밖에요.


Posted by 불탄